승용차 판매 포기..전문가 "재공략 가능성"
현대차가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 사업을 접기로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일본 판매법인인 `현대모터재팬'은 기존 자사 승용차 보유자들에 대한 서비스를 계속하기로 하되 승용차를 판매하는 사업은 중단하기로 지난 27일 결정했다.
현대차가 일본 내 승용차 판매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데에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판매 부진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부터 일본에서 승용차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는 현재까지 누적 판매대수가 1만5천대에 머물고 있으며 올해 1∼10월 판매대수는 764대에 불과했다.
현대차의 일본 내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0.54%.
현지 시장에 안착한 BMW와 폴크스바겐, 벤츠 등 유럽 브랜드들이 수입차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의 저조한 `일본 성적표'는 도요타 브랜드가 우리나라 수입차 시장에 중형 세단 캠리 등 4개 차종을 출시한 이후 3주 만에 5천200여대의 계약 판매고를 올린 점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일본 소비자들이 현대차를 외면하는 것은 브랜드 이미지가 향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자국 브랜드보다 품질 등 측면에서 현대차를 한 수 아래로 보는 일본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일본 자동차 시장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판매전략도 부진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소형차의 비중이 3분의 2를 넘는 일본 시장에서 현대차가 중형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신흥시장에 판매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글로벌 사업 전략에 따라 현대차가 일본 판매 사업을 포기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올해 현대차는 일본에 고급 대형버스인 `유니버스(Universe)'를 출시하면서 승용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상용차 중심으로 전환할 태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2∼3년가량 일본 자동차 시장을 자세히 분석한 뒤 새로운 판매 전략과 차종을 내세워 시장에 재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대림대 자동차공학과 김필수 교수는 "일본 시장은 규모가 비교적 큰 데다 소비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다"며 "이 시장에 안착했는지가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에 성공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도 여겨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상징성을 가진 일본 시장을 현대차가 아예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도요타가 국내 시장을 치밀하게 연구해 다시 들어온 것처럼 현대차도 일본 시장을 수년 후 재공략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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