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7
기아차 K7 타보니
기아차가 밝히는 케이(K)7(사진)의 타깃은 명확했다. “렉서스 이에스(ES)350.” 왜 꼭 렉서스냐는 질문에 메르세데스-벤츠나 베엠베(BMW)는 가격대가 너무 차이 나서 비교하기가 이상하다는 아리송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에스 350은 5950만(프리미엄)~6750만원(슈페리어)으로 베엠베의 530i(9150만원)나 메르세데스-벤츠의 E350(9590만원)과 비교하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긴 하다. 물론 케이7의 가격은 3.5 모델이래봤자 3870만~4130만원에 불과하지만 상품성으로는 렉서스에 전혀 꿀리지 않는다는 것이 기아차 쪽의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시승회가 열린 삼천포해상관광호텔에서 쭉 늘어선 케이7을 본 첫 느낌은 ‘생각보다 더 잘빠졌다’는 것이었다. 디자인 요소가 강화된 헤드램프나 이제는 기아차의 상징이 된 호랑이 입 모양의 그릴은 잘 어울렸고 차체도 늘씬하게 뒤로 뻗어나가며 역동적인 느낌을 줬다. 후면램프는 아우디와 비슷하다는 논란이 있긴 했지만 로체 이노베이션의 후면램프와도 연결성이 느껴져서 기아차 고유의 디자인으로 자리잡아간다는 느낌이다. 가장 말이 많았던 것은 보닛 앞쪽에 떡하니 박힌 기아차 마크였는데, 기아차 마케팅실 관계자는 “우리 내부에서도 논란이 있었지만 기아차의 자부심을 키워간다는 차원에서 마크를 보닛에 넣기로 했다”고 말했다.
내부는 제법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기아차가 케이7을 만들면서 가장 고심한 것이 내부공간이었다고 한다. 특히 조명을 이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 아직 선루프 모델은 양산이 시작되지 않아 선루프가 없는 모델을 탔는데 천장에 있는 길쭉한 무드등이 이채로웠다. 천정 재질은 일반 천이 아니라 스웨이드 재질로 부드러운 촉감이 일품이다. 다만 실내공간이 수입 고급차만큼의 고급스러움이 느껴지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예쁘고 화려하게 꾸몄지만 수입차의 수십년 ‘내공’에는 못미친다.
버튼시동 키를 누르니 부드러운 음악이 짧게 흘러나왔다. 기아차에서는 케이7에 처음 적용된 ‘웰컴사운드’다. 시동을 끌 때도 ‘안녕’ 하는 듯한 굿바이사운드가 나온다. 운전대에는 열선이 설치돼 추운 겨울 장갑을 끼고 불편하게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준대형차답게 공간은 넉넉했다. 다만 뒷좌석 시트는 너무 누워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앉으니 바로 비스듬히 눕는 ‘사장님 자세’가 나오는데 오너 드리븐 차량(차 주인이 직접 운전하고 다니는 차)에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구동성능은 3.5 엔진에 걸맞게 좋았다. 최고출력은 290마력으로 동급의 어떤 차보다 높다. 토크(바퀴를 돌리는 힘)는 34.5㎏·m로 제원상으로는 높은 편이지만 저속에서 치고 나가는 느낌은 좀 부족했다. 서스펜션은 적당히 단단했다. 국내 차량의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출렁출렁한 승차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좀 단단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차량 안정성이나 장거리 여행 시 피로감은 단단한 차가 훨씬 좋다.
케이7은 좋은 차다. 수입차나 국내 대형차에서나 볼 수 있던 다양한 편의시설과 요란하진 않지만 탄탄한 디자인, 나쁘지 않은 구동성능까지 딱히 흠잡을 데가 없다. 하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서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는 느낌이다.
남해/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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