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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중형, 올해 11월까지 25만대 팔아 앞서
중형, 연말 반격 거세…내년 신형차 격돌
중형, 연말 반격 거세…내년 신형차 격돌
‘중형차의 아성을 지킬 것인가, 준중형차의 역습에 이대로 뚫릴 것인가.’
국내 중형자동차 시장이 준중형차의 기세에 기로에 섰다. 그동안 내수 차종의 챔피언은 ‘쏘나타’, ‘에스엠5’ 등이 주도해온 중형차였다. 비교적 널찍한 실내공간과 뛰어난 힘을 지닌 중형차는 ‘성공한 중산층’의 표상이던 때가 있었다. 특히 체면을 중시하는 한국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이왕 사려면 중형차’라는 공식이 통했다. 이런 탓에 준중형차는 중형차에 밀려 만년 2위 자리를 면치 못했다. 2007년 국내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중형차가 25만3000대, 준중형차는 17만8000대였고, 2008년에는 중형차가 24만5000대, 준중형차가 17만대 팔렸다. 중형차는 2000년대 들어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올 들어 이런 추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금융위기 여파로 소비심리가 움츠러들면서 운전자들은 준중형차의 실용성과 경제성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연초부터 준중형차의 판매에 가속도가 붙었다. 지난 11월까지 내수판매 집계를 보면, 준중형차(25만1600대)가 중형차(23만4911대)를 추월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챔피언은 준중형차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준중형차의 인기몰이에는 한층 개선된 성능도 한몫을 했다. 지엠대우의 라세티 프리미어는 1.6 가솔린 모델에 이어 1.6 디젤과 1.8 가솔린 모델로 라인업이 확대됐고, 6월 출시된 르노삼성의 에스엠(SM)3도 중형차 못잖게 넓은 내부공간으로 화제를 모으며 높은 판매실적을 보였다. 해치백(i30)이나 쿠페(포르테쿱) 등 세단 일색이던 준중형 라인업에 새로운 종류의 차들이 많아진 것도 판매에 도움을 줬다.
하지만 중형차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 10월에 출시된 신형 쏘나타의 기세가 등등하다. 쏘나타는 11월에 이어 12월에도 1만7000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차 로체, 르노삼성 에스엠5 등의 질주도 이어지고 있다.
내년에는 두 차급이 더 격전을 펼친다. 중형차급에선 내년 1월 신형 에스엠5, 5월에 신형 로체가 출시되고, 준중형차급에선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아반떼 후속 모델이 8월에 등장해 두 차급의 다툼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는 “세계적으로도 연비와 경제성을 중시하면서 예전보다 한 단계 작은 차를 사는 추세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준중형차의 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본다”며 “서로 고급 사양을 추가하면서 소비자 입맛을 맞춰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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