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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리콜, 까칠하면 치명타 숨기면 더 큰 ‘재앙’

등록 2010-02-03 14:31수정 2010-02-04 11:47

미츠비시 결함 ‘쉬쉬’하다 2류 브랜드로 전락
존슨앤존슨은 적극 대처해 오히려 신뢰 얻어
“911입니다.”

“우린 지금 렉서스 안에 있어요. 가속페달이 끼였어요. 지금 시속 120마일(약 193㎞)로 돌진하고 있는데, 브레이크도 말을 듣지 않아요. 교차로가 눈앞이에요. 오…오… 아악…쾅.”

지난해 8월28일 오후 6시35분, 미국 911에 걸려온 이 전화는 도요타의 위기를 알리는 시발점이었다. 경찰관인 마크 새일러와 그 일가족 4명이 타고 있던 ‘렉서스 350’은 펜스를 뚫고 뒤집어진채 폭발했다. 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자 도요타는 자체 조사를 거친 뒤 그 해 11월 420만대의 바닥매트 리콜(결함시정)을 발표했다. 그렇지만 소비자 신뢰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2002년부터 도요타의 가속페달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이 2000여건 넘게 접수됐는데도 도요타는 요지부동이었다고 전했다. 결국 인명피해가 나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등 떠밀리듯 리콜에 나선 모양이 돼버렸다. 그 뒤 매트 뿐만 아니라 가속페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도요타의 신뢰도는 또 한번 추락했다.

제조업체에게 리콜은 양날의 칼이다. 리콜은 기본적으로 자동차가 안전 기준에 적합하지 않거나 안전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이 있는 경우에 제조업체가 그 사실을 해당 소유자에게 통보하고 수리, 교환, 환불 등의 조처를 취하게 하는 제도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시판 이후에 뒤늦게 발견된 차량의 구조적 결함을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처리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의 김용원 사무관은 “정부가 자동차 시판 전에 각종 검사를 거친 뒤 형식 승인을 내주는 유럽이나 일본과 달리 업체의 자기인증만으로 시판이 가능한 우리나라나 미국에서는 리콜 제도가 자동차 안전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리콜은 어느 업체나 피하고 싶어한다. 리콜에 따르는 비용 문제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자동차 회사들은 어떻게든 리콜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차량 안전과 관계 없는 사소한 결함이나 단순한 품질 문제일 뿐이라는 식으로 로비를 벌이기도 한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리콜이냐 자체 무상수리냐는 소비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인상이 매우 다르기 때문에 웬만하면 무상수리로 처리하려고 각종 수단을 동원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 신형 쏘나타의 등속조인트 교환문제가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이를 자체 무상수리로 처리했지만 자동차 동호회를 중심으로는 “왜 리콜이 아니냐”는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르노삼성차도 지난 2008년 에스엠(SM)5 엘피아이(LPI) 모델에서 엔진 멈춤이 발생한다는 운전자들의 불만이 빗발치는 가운데 늑장대처를 하다 결국 강제리콜 조처를 당했다. 리콜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는 문제도 있다. 국내 자동차 업체 가운데 그 어느 곳도 자사 홈페이지에 리콜이나 무상수리 안내를 하지 않는다.

물론 리콜 결정을 내리기까지 절차는 간단치 않다. 그렇지만, 제조사들의 소극적 대처방식에는 문제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리콜 사안인데도 대처를 잘못해 파산 위기까지 몰린 미쓰비시가 대표적 사례다. 미쓰비시는 2002년 트럭의 바퀴가 빠지는 바람에 길을 지나던 20대 여성이 사망하고 두 아들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뒤 결국 결함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은폐했던 것이 드러나 회장이 경찰에 체포당하고 회사는 2류 브랜드로 전락하고 말았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품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상수리 등으로 때우고 넘기지 않고 자발적·적극적으로 리콜을 시행해야 한다”며 “리콜은 품질 문제인데 이를 덮고 넘어가는 것은 필연적으로 도요타나 미쓰비시처럼 실패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번 도요타 사태는 제조업체들이 사소한 문제로 생각하고 넘기려던 것이 얼마나 큰 화를 부를 수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1982년 타이레놀 독극물 사건에서 존슨앤존슨이 자발적으로 리콜을 실시하고 위험성을 알린 결과 소비자들로부터는 더 큰 신뢰를 받았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최원형 기자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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