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다 아키오(가운데) 도요타자동차 사장과 이나바 요시미(오른쪽) 북미법인 사장이 24일 열린 미국 하원 감독·정부개혁 위원회 주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요다 사장 미 청문회 평가]
전자장치 이상 여부 증거 없이 공방만
전자장치 이상 여부 증거 없이 공방만
미국·일본 언론들이 생중계까지 나서며 주목을 모았던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의 청문회 출석은, 정작 도요타자동차 급가속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데는 한계를 보인 채 끝났다.
도요다 사장은 24일 미 하원 감독·정부개혁위원회의 청문회에서 “전자제어장치는 여러 테스트를 해봤지만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와 도요타 북미법인 사장 이나바 요시미는 전자제어장치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한다”고 단언했다. 미국 의원들은 격한 표현을 써가며 공격했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결정적 증거도 새로 나오지 않았다. <에이피>(AP) 통신은 “(세번 가운데) 두번의 청문회에서 왜 도요타 차량이 통제불능이 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구체적 해답은 나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미국과 일본 양쪽 모두에선 이번 청문회가 ‘정치쇼’처럼 되어버렸다는 평가를 내놨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도요다 사장이 청문회에 등장하자 청문회는 미디어쇼처럼 변해버렸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청문회장이 의원들의 공격과 언론의 대대적 보도로 ‘극장’이 되어버렸고, 도요타자동차는 ‘악역’으로 취급됐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의원들이 중간선거를 앞두고 대중의 주목을 받으려는 생각에서 도요타자동차를 공격하는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나 일본 주류 언론들이 도요타자동차의 광고공세와 도요타를 일본 제조업체의 ‘대표선수’로 보는 애국주의 시선 때문에 비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 또한 많다.
도요다 사장은 청문회 출석 뒤 북미법인 임직원과 딜러들이 모인 자리에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는 분기점에 와 있고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엔엔>(CNN) 프로그램인 ‘래리 킹 라이브’에도 출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날 리콜 차량 수리 때 고객에게 교통비나 렌터카 비용을 지급하겠다는 발표도 했다.
하지만 도요타의 어려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연방수사국(FBI)은 이날 도요타자동차 협력업체인 덴소 미국지사, 야자키 북미지사, 도카이 리카사에 대해 반독점 법률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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