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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1000달러 손해봐도 도요타 사는 고객 있어”

등록 2010-03-02 08:42수정 2010-03-02 09:08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 시내 지엠시(GMC) 자동차 딜러점 안에 지엠시의 대표 차종이자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형 픽업트럭들이 전시되어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애틀랜타 시내 지엠시(GMC) 자동차 딜러점 안에 지엠시의 대표 차종이자 미국인들이 많이 찾는 대형 픽업트럭들이 전시되어 있다.
애틀랜타 딜러점 가보니
한·미 업체들 현금제공 등 ‘고객뺏기’ 앞다퉈
리콜사태에도 딜러·일부 고객 “신뢰는 여전”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남동부의 최대도시 애틀랜타 시내의 제너럴모터스(GM) 딜러점 앞에는 중형세단 시보레 말리부가 집중적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미 하원의회 청문회에 불려나간 다음날이다. 이 판매점에선 픽업 트럭보다는 적게 팔리지만 도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 등과 경쟁관계에 있는 말리부를 앞세워 도요타 리콜 사태의 틈새를 공략하려는 의도가 뚜렷해 보였다.

금융위기 뒤 휘청거렸던 지엠과 포드는 도요타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있었다. 우선 우후죽순 들어서 있던 딜러점의 숫자를 대폭 줄여 크고 강력한 딜러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판매 경쟁력 회복에 나섰다. 조지아주에 53개나 됐던 시보레 딜러점이 최근 36개로 줄어든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도요타를 바꾸는 운전자에게 1000달러를 주며 ‘도요타 고객 뺏기’ 행사도 앞다퉈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인 현대·기아차도 도요타 고객들에게 1000달러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마케팅을 크게 강화했다. 현대차 딜러점의 한스 정 매니저는 “도요타 리콜 발표 뒤 현대차 구매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기아차 딜러점의 스캇 윤 매니저는 “연료비 급등으로 미국 사람들이 미국차에 싫증을 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연비가 좋은 기아차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미국 트럭 한 대를 팔아 기아차 두 대를 사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도요타 쇼크’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이 급격히 변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도요타가 곤욕을 치르고 있긴 하지만, 수십년간 품질과 기술에서 쌓은 소비자 신뢰가 단기간에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애틀랜타에서 매우 큰 규모에 속하는 도요타 딜러점의 판매담당자 김종천(45)씨는 지난달 가게를 찾아온 신규 고객의 수가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16%가량 줄었다고 했다. 김씨는 “손님 가운데 ‘내가 지엠이나 포드로 가면 1000달러 벌 수 있는 걸 아느냐’고 농담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는 “청문회도 끝나 이제는 회복될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최근 도요타의 픽업 트럭을 산 할 주니어(56)는 “도요타는 미국 소비자들을 타깃으로 픽업 트럭도 만들었고, 이는 미국 성공의 발판이 됐다”며 “이번 시련은 더 좋은 업체가 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도요타를 두둔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는 1043만대의 차가 팔려 판매 규모가 전년에 견줘 21%나 줄었다. 올해는 경기회복세로 10% 성장이 예상된다. 소형차와 크로스오버실용차(CUV) 뿐 아니라 픽업 트럭도 성장세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시보레 딜러점에서 만난 릭 머피(32)는 “대형차와 픽업 트럭에 대한 미국인들의 수요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다시 차를 사더라도 시보레 트럭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도심에서는 작고 효율적인 차가 인기를 끌겠지만, 먼 거리를 달려야 하는 미국 대부분의 지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업체들은 소형차를 중심으로 그동안 뒤졌던 연비 개선과 효율화에 나서면서도, 전통적인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도 함께 기울이고 있다. 미 동남부에서 가장 큰 딜러점 가운데 하나인 ‘짐엘리스’의 마크 프로스트 지엠 영업책임자는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자 일본차들이 미국서 벌어들인 막대한 돈에 대한 고객들의 반감이 커졌다”며 “미국에서 만들어진 차를 원하고 차에 대한 부가가치가 미국 안에 머무르길 원하는 사람들이 우리의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애틀랜타/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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