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2010년형 카이런
쌍용자동차 2010년형 카이런 시승기
고속구간 가속 아쉬워…엔진소리 조용한 편
고속구간 가속 아쉬워…엔진소리 조용한 편
쌍용차는 과연 살아날 수 있을까. 10일 쌍용차 노사는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긴급자금 지원을 청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국회, 산업은행 등에 탄원서를 전달했다. 쌍용차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신차개발 등에 필요한 자금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적당한 인수자가 나올 때까지 현재 가진 차량을 판매하면서 살아남아야 한다. 쌍용차의 생존 가능성은 지금 쌍용차가 판매하는 체어맨, 카이런, 액티언 등의 경쟁력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 마케팅 강화를 위해서인지 쌍용차가 정말 오랜만에 시승차를 돌렸다. 새로 나온 2010년형 모델별로 한대씩을 시승차로 확보했다. 그중에서 전에 타보지 못했던 카이런을 골랐다. 카이런은 2005년 처음 등장했을 때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 뒷면 디자인 탓에 무던히도 욕을 먹었다. 그 뒤 디자인은 어느 정도 개량을 거쳐 지금은 보기에 그리 어색하지 않게 바뀌었다. 내부 디자인도 경쟁차종들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너무 복잡하게 나열된 버튼들 때문에 눈이 약간 어지럽다. 시동은 요즘 그 흔한 버튼식이 아니라 열쇠를 돌려서 걸게 돼 있다. 사실 스포츠실용차라면 이렇게 시동을 거는 것이 제격이다. 엔진 소리는 디젤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조용한 편이다. 초반 가속력은 디젤차답게 상당하다. 다른 승용차들을 뒤로 제치며 달릴 수 있다. 시속 100㎞ 이상의 고속 구간에서는 확 치고 나가는 맛은 떨어진다. 꾸준히 속도를 올리며 다른 차들과 보조를 맞춘다. 바람소리도 그리 크지 않고 고속으로 달릴 때에도 차량은 안정적이다. 프레임 방식의 정통 스포츠실용차를 표방하는 카이런의 진가는 오프로드(비포장길)나 비·눈길을 달릴 때 드러난다. 시승을 했던 지난 1일에는 눈이 섞인 비가 내렸다. 즉시 차를 4륜 구동 방식으로 바꾸었다. 주로 시내를 달렸기 때문에 극한 상황까지 차를 몰아붙이지는 못했지만 빗길에서도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시내의 빗길 커브길에서는 전혀 밀리지 않고 부드럽게 회전할 수 있었다. 카이런은 2009년 초 출전팀 530개 중 271개만이 완주할 만큼 험난한 ‘다카르 랠리’에서 9574㎞의 코스를 완주할 만큼 내구성과 안전성만큼은 최고 수준이다. 편의사양도 있을 만한 건 다 있었다. 자동으로 정속 주행하게 해주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룸미러 하이패스 시스템, 차체 일체형의 사이드 스텝, 트렁크 카매트 등이 2010년형에 추가 적용된 사양들이다. 쏘렌토나 싼타페 등 경쟁 차종들이 잇따라 가격을 올리는 바람에 가격경쟁력도 매우 높아졌다. 시승을 해보고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쌍용차는 나쁘지 않다. 아무리 안 좋게 보더라도 회사가 망할 정도는 아니다. 국내의 기형적인 독과점 구조의 자동차산업 지형을 보더라도 쌍용차는 살아남는 게 좋다. 쌍용차의 건투를 빈다. 가격 2295만~3307만원.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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