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 전기차들이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범주행을 하고 있다.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매연없는 차량이 달린다] 직접 타고 도로 달려보니
오는 30일부터 시속 60㎞ 이하 일반도로에서 전기자동차 운행이 허용된다. 친환경 대체 교통수단으로 각광받아온 전기차 시대가 한발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운행도로 지정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부족한 충전시설에다 안전 문제 등 보완해야 할 점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내 전기차 제조업체인 시티앤티(CT&T)의 도움을 받아 미리 일반도로를 전기차로 주행해보고 전기차 시대의 의미와 과제 등을 점검해봤다.
한번 충전에 최장 120㎞…단거리 이동 유용
제한속도 60㎞ 넘는 도로 출입통제 어려워
충전시설 부족·준중형 맞먹는 차값 ‘걸림돌’
전기자동차의 일반도로 주행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도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차는 시티앤티(CT&T)의 ‘이존’이다. 이 차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진행 중인 저속 전기차 안전기준 충족을 위한 성능시험을 거쳐 일반에 판매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시티앤티가 마련한 시승차에 올랐다. 길이 2570㎜, 너비 1440㎜로 차체 크기는 주차방지 기둥 사이에 들어갈 정도로 작다. 무게는 배터리를 제외하면 580㎏이다. 마티즈보다 차 길이가 1m 가까이 짧고, 무게는 절반을 약간 웃도는 정도다. 2인승이기도 하지만 전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덩치를 최대한 줄였다. 기본 차체의 틀은 알루미늄으로, 껍데기를 강화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장난감차 같기도 하지만, 갖출 건 다 갖췄다. 전·후진과 중립만 있는 버튼식 기어를 비롯해 전조등, 에어컨, 와이퍼, 파워윈도 등 대부분의 장치가 여느 자동차와 같다.
시동을 켜니 조용히 앞 계기판 속도계와 전지 표시계에 불이 들어온다. 리튬폴리머 전지를 쓴 시승차는 완전 충전 때 최장 120㎞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전기로만 가기 때문에 시동을 넣은 순간부터 얼마나 전기를 적게 쓰면서 달리느냐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느냐를 좌우한다. 납축전지의 경우엔 그 최장 거리마저 70㎞로 줄어든다. 날씨가 추우면 전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행 거리가 조금 줄어든다.
서울 강남의 서초소방서 앞에서 출발해 서초역, 예술의 전당을 지나 사당역, 이수교차로로 돌아오는 18㎞가량의 거리를 시승했다. 주행성능과 승차감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부릉대는 엔진음 대신 모터의 회전속도가 빨라지는 경쾌한 소리를 내며 차는 잘 달렸다. 대부분의 구간이 막혔기 때문에 시속 30㎞ 안팎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기 일쑤였으나, 체증이 풀린 남부순환도로에서는 시속 60㎞ 가까이 달리는 등 특별히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일은 없었다. 때로 커다란 화물차가 옆을 지나갈 땐 ‘받히면 어떻게 될까’ 걱정도 됐지만, 작은 덩치는 되레 막히는 구간을 지나갈 때나 주차할 때 빛을 발했다.
시티앤티는 올해 2200대를 판매 목표로 잡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저속 전기차는 풀스피드 전기차처럼 휘발유차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라, 짧은 거리를 다닐 때 유용한 새로운 ‘탈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루에 왕복 100㎞를 넘지 않는 거리만 오간다고 가정했을 때, 거리에 특별한 충전 인프라가 없더라도 다닐 수 있으며 월 전기료가 1만원가량밖에 들지 않아 연료비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저속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 업체는 모두 세 곳이다. 시티앤티는 전남 영광 대마일반산업단지 안에 해마다 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공장 건립에 나섰다. 에이디모터스가 만든 ‘오로라’, 삼양옵틱스가 중국 등에서 수입한 저속 전기 차량도 판매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주행금지 구역인지 모르고 진입했을 경우다. 예술의 전당 앞에서 유턴 대신 남부순환도로로 진입했는데, 남부순환도로의 경우 제한속도가 시속 70㎞로 저속 전기차의 제한속도인 시속 60㎞보다 높다. 서울의 경우 시내 대부분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라곤 하지만, 남부순환도로처럼 교통 흐름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면서도 제한속도가 그보다 높은 구간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구간의 진출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티앤티 관계자는 “전기차용 도로 정보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충전 문제다. 길거리 충전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하더라도 거주지나 직장에서의 충전시설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공동주택 형태의 거주가 많아, 누가 충전시설을 지어야 하는지, 과금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당장은 차 값도 만만찮다. 저속전기차는 사실상 ‘세컨드카’의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에 부담이 없어야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리튬폴리머 전지를 쓴 이존은 한 대에 2200만원, 납축전지 모델도 1600만원이나 해 웬만한 준중형차 값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직 기술 개발 초기단계인 전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 저속 전기차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저속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당장 휘발유차를 대신한 ‘풀스피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릴 숙제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어렵고 복잡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보급 얼마나 될까 4월 14일 일반도로 첫선…확산까진 먼길 지금까지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는 다음달 14일부터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저속 전기차(NEV· Neighborhood Electric Vehicle) 도입 계획을 보면, 다음달 14일까지 최고 시속 60㎞를 웃도는 도로로 이어지는 구간에 저속 전기차의 진입을 금지하는 운행표지판 설치 작업이 마무리된다. 서울시는 5월 초에 서울 시내 소방파출소에 저속 전기차 15대를 도입해 소방시설 안전점검용으로 사용하는 등 관공서에 우선 보급할 계획도 세웠다. 전기차 보험은 다음달 9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전용 보험상품 개발이 늦어진 탓이다. 또 일반인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차 앞유리에 붙여야 한다. 차 뒷면에도 검은색 바탕에 노란 글씨로 ‘저속 전기차’라고 쓴 표시를 붙여야 한다. 주행은 최고 시속 60㎞ 이하의 서울 시내 모든 도로에서 할 수 있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남부순환로·내부순환로 등을 제외한 서울 시내 2차로 이상 도로의 96.8%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저속 전기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됐지만, 당장 민간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황래 서울시 그린카보급팀장은 “준중형급 가솔린 차량과 맞먹는 가격 때문에 생계형 차량보다는 여유있는 이들의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입하는 수요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한권 전남도청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도 차원에서도 앞으로 1000여대 정도 도입하려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광열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저속 전기자동차는 일반 차량을 대체한다기보다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교통수단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 이외에 저속 전기차 업체인 시티앤티(CT&T)가 들어서는 전남에서 전기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을 관할하는 영광군에서 업무용 차량 6대를 구입할 계획이며, 앞으로 여수세계엑스포와 에프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행사장에서도 저속 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제한속도 60㎞ 넘는 도로 출입통제 어려워
충전시설 부족·준중형 맞먹는 차값 ‘걸림돌’
현재 저속 전기차 생산에 뛰어든 업체는 모두 세 곳이다. 시티앤티는 전남 영광 대마일반산업단지 안에 해마다 1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공장 건립에 나섰다. 에이디모터스가 만든 ‘오로라’, 삼양옵틱스가 중국 등에서 수입한 저속 전기 차량도 판매 개시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먼저 주행금지 구역인지 모르고 진입했을 경우다. 예술의 전당 앞에서 유턴 대신 남부순환도로로 진입했는데, 남부순환도로의 경우 제한속도가 시속 70㎞로 저속 전기차의 제한속도인 시속 60㎞보다 높다. 서울의 경우 시내 대부분 도로의 제한속도가 시속 60㎞라곤 하지만, 남부순환도로처럼 교통 흐름에 핵심적인 구실을 하면서도 제한속도가 그보다 높은 구간이 있기 마련이다. 결국 이런 구간의 진출입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티앤티 관계자는 “전기차용 도로 정보를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을 장착하는 방법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두번째는 충전 문제다. 길거리 충전의 필요성은 크지 않다 하더라도 거주지나 직장에서의 충전시설은 꼭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공동주택 형태의 거주가 많아, 누가 충전시설을 지어야 하는지, 과금은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당장은 차 값도 만만찮다. 저속전기차는 사실상 ‘세컨드카’의 개념이기 때문에 가격에 부담이 없어야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리튬폴리머 전지를 쓴 이존은 한 대에 2200만원, 납축전지 모델도 1600만원이나 해 웬만한 준중형차 값을 훌쩍 뛰어넘는다. 아직 기술 개발 초기단계인 전지 가격이 비싸기 때문이다. 이러한 숙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다면, 앞으로 저속 전기차가 새로운 이동수단으로 자리를 잡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만 저속 전기차 시대가 열렸다고 해서 당장 휘발유차를 대신한 ‘풀스피드’ 전기차 시대가 도래한다고 말하긴 어렵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에 우리가 맞닥뜨릴 숙제들은 지금보다도 훨씬 어렵고 복잡할 것이기 때문이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 보급 얼마나 될까 4월 14일 일반도로 첫선…확산까진 먼길 지금까지 준비 상황을 고려하면 전기자동차는 다음달 14일부터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을 전망이다. 서울시가 24일 발표한 저속 전기차(NEV· Neighborhood Electric Vehicle) 도입 계획을 보면, 다음달 14일까지 최고 시속 60㎞를 웃도는 도로로 이어지는 구간에 저속 전기차의 진입을 금지하는 운행표지판 설치 작업이 마무리된다. 서울시는 5월 초에 서울 시내 소방파출소에 저속 전기차 15대를 도입해 소방시설 안전점검용으로 사용하는 등 관공서에 우선 보급할 계획도 세웠다. 전기차 보험은 다음달 9일부터 가입할 수 있다. 전용 보험상품 개발이 늦어진 탓이다. 또 일반인이 전기차를 구입하면 관할 시·군·구청장에게 ‘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차 앞유리에 붙여야 한다. 차 뒷면에도 검은색 바탕에 노란 글씨로 ‘저속 전기차’라고 쓴 표시를 붙여야 한다. 주행은 최고 시속 60㎞ 이하의 서울 시내 모든 도로에서 할 수 있다. 강변북로·올림픽대로·남부순환로·내부순환로 등을 제외한 서울 시내 2차로 이상 도로의 96.8%에서 운행이 가능하다. 저속 전기차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됐지만, 당장 민간 수요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황래 서울시 그린카보급팀장은 “준중형급 가솔린 차량과 맞먹는 가격 때문에 생계형 차량보다는 여유있는 이들의 세컨드카 개념으로 구입하는 수요 정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한권 전남도청 전략산업과 관계자는 “도 차원에서도 앞으로 1000여대 정도 도입하려 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높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광열 국토해양부 자동차정책과장은 “저속 전기자동차는 일반 차량을 대체한다기보다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교통수단으로 정착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 이외에 저속 전기차 업체인 시티앤티(CT&T)가 들어서는 전남에서 전기차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공장이 들어서는 지역을 관할하는 영광군에서 업무용 차량 6대를 구입할 계획이며, 앞으로 여수세계엑스포와 에프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 행사장에서도 저속 전기차를 도입할 계획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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