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 번거롭지만 금리 6%대
시중은행들이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경쟁체제를 갖춰가고 있다. 그동안 영업사원이 권하는 대로 할부계약을 맺어왔던 소비자들이 금리와 혜택을 비교하면서 상품을 고를 수 있는 시기가 온 것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자동차관련 대출상품인 ‘신한 에스모어(S-MORE) 마이카 대출’과 ‘직장인 오토론’을 나란히 출시했다. 우리은행도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인 ‘우리 브이(V)오토론’을 곧 출시할 계획이다. 이들은 대부분 취급수수료와 근저당 설정 없이 연 6%대의 금리로 새 차를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급여이체나 카드 결제계좌 등록 등 거래요건에 따라 금리를 우대받을 수도 있다.
이들이 6%대의 금리를 유지한다면 평균적으로 캐피털사보다 금리가 2%포인트 이상 낮은 셈이다. 게다가 취급수수료도 없기 때문에 실제 금리 차이는 더 벌어진다. 하나은행 상품개발부 윤종국 과장은 “취급수수료를 고려하면 캐피털사의 금리는 11~12%에 이른다”며 “자기의 대출상황을 조회할 수 있고 더 믿을 만한 제1금융권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은행 상품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자동차 할부는 간단히 말하면 돈을 빌려서 나눠 갚는 ‘대출’이다. 할부로 차를 사게 되면 금융사가 먼저 차값을 자동차회사에 내고 고객은 다달이 금융사에 이자와 함께 돈을 나눠 갚아가는 구조다. 그동안은 자동차사와 각종 제휴를 맺거나 직접 영업사원이 자동차대리점에 파견나가 있는 캐피털사들이 할부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해왔다.
은행 할부상품을 이용하려는 사람은 자동차를 계약하고 다시 은행을 찾아 자동차 할부금융 상품을 계약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된다. 영업소에서 바로 처리가 가능한 캐피털사나 제휴카드사들과 비하면 편리성에서는 불리하다. 하지만 대출이자의 차이를 고려한다면 이런 불편을 무릅쓸 만하다. 2000만원짜리 차량을 36개월 원금분할납부로 샀을 경우 매달 내야 하는 돈은 캐피털사가 66만5000원, 은행이 61만8000원 정도다. 다만 자동차사와 제휴 캐피털사가 함께 진행하는 특별저리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할 경우는 캐피털사를 통해 사는 것이 훨씬 저렴할 수도 있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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