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싼ix(왼쪽)과 스포티지R
투싼ix의 오너로서 쓰는 어찌보면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담길 수 있는 비교시승기를 씁니다. 그러나 가능한 한 가운데에 서서 장단점을 따져 보고 고민을 많이 하였습니다. 기사를 쓸 때처럼 딱딱한 문체가 아닌 블로그 일기장에 쓰는 낙서처럼 쓴 글입니다. 천천히 읽어 보세요
화두는 캐니벌리즘 Cannibalism 입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서두부터 잘난 척?? 그런 것은 아니구요 제가 지금부터 풀어나아갈 비교시승기를 아우르는 적절한 단어이기 때문에 조금만 메슥거림을 참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회사(현대기아차 그룹), 같은 섀시(뼈대), 같은 엔진, 같은 변속기를 가졌지만 전혀 달라보이는 차.
물 흐르듯 이어지는 유체형 조각 Fluidic Sculpture을 표방한 투싼ix의 섹시한 라인과 다부진 스탠스와 절제된 라인, 군더더기 없는 외관을 자랑하는 스포티지R과의 한판 대결입니다.
스포티지R의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알려진 대로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특성이 살아 있죠. 상당히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두부 자르듯 잘려나간 뒷모양은 전체 라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약간 언밸런스를 보이지만 선과 면의 조합을 통해 잘 풀어나가는 모양입니다. 뒷모양의 독창성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별로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디자인이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슈라이어 선생이 근무하였던 예전 회사 차량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가 동일인을 감안하면 그의 역할이 효과를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해석될 수 있죠.
조금은 뭉툭해보이는 스포티지에 비해 저의 애마 투싼ix의 라인은 정말 “물흐르는 듯” 합니다. 특히 앞 범퍼로부터 시작되어 매끈하게 이어지는 실루엣은 최근 출시된 SUV 중 가장 섹시한 라인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섹시한 몸매에 걸쳐진 치장이 별로 아름답지 않습니다. 일단 불필요한 라인이 너무 많습니다. 바디 컬러에 커다란 크롬인서트 거기에 검은색 그릴까지 들어간 앞모습은 어지럽습니다. 뒷모습에 일조한 매끄러운 테일라이트 위에도 쓸데없는 라인이 그어져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멋있는데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눈에 걸리는 것이 많습니다. 디자인은 브랜드와 명성을 따라야 하나요, 뭉툭한 라인이 살아 있는 스포티지R이 잘 정돈된 느낌입니다.
인테리어 디자인의 호불호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저는 투싼ix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ㅎㅎ
복잡한 외부치장에 비해 실내는 아주 심플하고 균형잡힌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스위치들의 위치가 이상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반면 스포티지R의 경우 공조스위치 부분을 계단형으로 꺽어 배치하면서 선과 면이 틀어져 보입니다. 쓰기에도 불편함이 느껴집니다.
내장재의 재질과 선택은 스포티지R의 한판승입니다. 스포티지R의 내장재 질은 윗급 쏘렌토R보다도 훨씬 고급스럽습니다.
손으로 만지는 감촉이나 시각적인 모습, 가죽시트의 재질 모두 스포티지가 더 낫습니다. 다만 스포티지의 고급 가죽시트는 최고급사양에서만 고를 수 있고 나머지 모델에서는 인조가죽시트만 선택된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스포티지R에는 투싼에 없는 ‘쿨’한 물건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한 번 둘러 볼까요??
스페어타이어함 바로 위에 있는 사물함입니다.
이 위에 기존의 덮개가 올라가 깔끔한 트렁크 바닥이 되지요. 아주 요긴한 수납공간이 생깁니다.
무빙투싼 뿐만 아니라 다른 수많은 동호회 회원님들의 단골튜닝 아이템인 아이라인이 기본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동그한 원반모양의 고무링…엔진마운트에 붙어 있는데 투싼에는 없습니다. 이에 대한 효과에 대하여는 조금 이따가…
그리고 프로젝션 헤드램프입니다. 좌측이 스포티지R, 우측이 투싼입니다. 밝기의 차이가 아주 명확하게 보이시지요? 프로젝션 램프가 들어간 수출형 투싼의 부품을 기를 쓰고 구하는 오너들의 마음이 이해가 되는 부분입니다. 저도 부품을 구할 수만 있으면 당장 바꾸고 싶습니다.
이제 실내공간의 크기를 비교해 보지요.
일단 운전석의 공간은 비슷합니다. 같은 차체로 만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그러나 스포티지의 벨트라인이 조금 더 높습니다. 그래서 전후방, 좌우시야가 투싼에 비해 좁은 느낌입니다.
뒷좌석도 공간은 비슷하나 느낌은 투싼이 약간 더 넓습니다.
세명의 거구가 앉아도 의외로 편안한 공간입니다. 뒷좌석공간에 대한 논란은 없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이제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성능비교입니다!!!
가속 성능은 오차범위 내의 호각세입니다. 검은색 라인과 데이터가 스포티지, 빨간색이 투싼입니다. 투싼이 0.1초 정도 더 빠르지만 큰 의미 없는 차이입니다.
그러나 고속에서는 약간 벌어지는 모습입니다. 아무래도 투싼의 미끈한 라인이 공기역학적으로는 유리한 모양입니다. 최고 속도는 두 차 모두 GPS상으로 203km/h정도 찍었습니다.
180킬로까지는 시원스럽게 가속되다가 가속력이 줄기 시작하여 190킬로에 다다르면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합니다.
탄력을 배제한 완전 평지나 약간 오르막길에서의 측정치입니다.
전체적으로 스포티지가 약간 더 조용한 것으로 측정되었지만 그 차이도 의미가 없습니다. 고속에서의 바람소리와 타이어소리는 두 차 모두 약간 거슬릴 정도로 큰 편입니다. 주행소음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낄 소비자가 많을 것입니다.
위 사진으로 보여드린 엔진마운트 부분의 동그란 진동흡수재…그것이 약간 조용한 스포티지R의 엔진음의 비결이 아닐까 생각은 하지만 그 차이가 워낙 작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같은 서스펜션에 같은 구동계를 공유하는 두 차의 주행특성은 차이가 있을까요? 답은 “그렇다” 입니다.
투싼을 처음 타 보았을 때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다이내믹한 주행성능과 가속성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조금 튀기는 하지만 노면 충격을 잘 거르면서 찰싹 붙어서 달려가는 투싼의 핸들링과 승차감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포티지R은 놀랍게도 승용차같은 부드러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잔진동이나 덜컹거림이 투싼에 비해 덜한 느낌입니다. 핸들링의 날카로움도 덜 느껴집니다.
면이 어떤 상태이다 라는 정보가 스티어링휠을 통해 거의 대부분 전달되는 투싼과는 달리 스포티지는 그 느낌이 뭉툭합니다. 상대적으로, 투싼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스포티지 또한 단단한 서스펜션과 민감한 차체 반응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이 미묘한 승차감과 핸들링 차이가 타이어 사이즈의 차이 때문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투싼의 타이어 사이즈는 225 55 18. 스포티지는 같은 18인치휠을 쓰지만 235 55 18사이즈의 타이어가 들어갑니다. 휠 직경과 타이어 편평비가 같은데 타이어의 단면폭이 넓으면 타이어의 사이드월, 즉 옆면의 높이가 커지게 됩니다.
스포티지의 경우 투싼보다 단면폭이 10mm 넓고 편평비 55(%)를 계산하면 옆면의 높이도 5.5mm 높아지게 됩니다. 이 5.5밀리미터의 차이가 흔히 말하는 “쿠션”의 차이입니다. 단단한 휠이 아니라 부드러운 고무와 공기가 만들어주는 충격흡수층이 5.5밀리미터 더 있으면 몸으로도 느낄 정도의 승차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쿠션이 좋으면 그만큼 주행안정성은 손해를 보기 마련. 그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엄연히 존재합니다
스포티지R 과 투싼ix. 두 차는 동족(同族)입니다. 같은 DNA를 가지고 태어난 형제입니다. 차를 뒤집어놓고 보면 똑같습니다. 많은 주요부품이 호환됩니다. 그런데 같은 유전자의 형제가 서로 잡아 먹어야 하는 것이 냉혹한 시장의 현실입니다. 현대차 판매부서나 기아차 판매팀을 가보면 그들의 최대의 적은 르노삼성이나 대우가 아닌 현대 기아 상대방입니다.
여기서 Cannibalism이란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Cannibalism 캐니벌리즘 또는 카니벌리즘, 동족포식, 즉 동족을 잡아먹는다는 뜻입니다. 디스커버리채널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픽 다큐멘터리에서 수사자가 새끼사자를 잡아먹는 장면을 내보낸 적이 있지요.
두 차종은 서로를 잡아먹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수사자가 이유 없이 남의 새끼를 잡아먹는 것은 아닙니다. 남편이 없어진 암사자에게 접근하여 암사자의 모성본능을 없애기 위해 새끼를 물어 죽입니다. 그러면 암사자가 다시 발정을 하고 그래서 교미를 함으로써 자신의 보다 우월한 유전자를 퍼뜨리게 됩니다. 이럼으로써 보다 강하고 우월한 놈이 살아 남는 자연의 지극히 당연한 섭리가 Cannibalism의 진짜 의미입니다.
이런 것이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은 놈이 더 많은 선택을 받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놈은 더 나아지려고 진화를 할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우리 소비자들은 행복한 고민을 하게되는 것입니다.
깔끔한 디자인, 조금 더 나은 편의 장비와 멋있는 장식, 그리고 실내마감 수준이 중요하다면 스포티지가 선택이 될 것이고 매끈한 바디라인과 날카로운 주행성능을 원한다면 투싼이 답이 될 것입니다. 둘 다 괜찮은 SUV 아니 크로스오버 비클(CUV)입니다. 우리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cannibalism은 피비린내가 조금 나는 단어이지만 소비자한테는 선택권이 넓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이런 피맛을 더 보고 싶습니다.
민준식 (http://www.carpotal.net)
자동차에 미쳐 별로 좋지도 않은 머리로 공부보다 자동차관련 지식을 얻는데 열중한 자칭 카매니아입니다. 좋은 차를 태워주신다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열정은 갖고있습니다^^ 자동차에 미친놈의 미친 글들을 대충이라도 읽어주신다면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 한겨레 자동차 세상 <카페테리아> 바로가기
스포티지R
스포티지R의 외관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합니다. 알려진 대로 피터 슈라이어의 디자인 특성이 살아 있죠. 상당히 완성도가 높아 보입니다. 두부 자르듯 잘려나간 뒷모양은 전체 라인 흐름으로 보았을 때 약간 언밸런스를 보이지만 선과 면의 조합을 통해 잘 풀어나가는 모양입니다. 뒷모양의 독창성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모습이 별로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디자인이 깔끔해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슈라이어 선생이 근무하였던 예전 회사 차량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가 동일인을 감안하면 그의 역할이 효과를 나타내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해석될 수 있죠.
투싼ix
스포티지R(위)과 투싼ix의 내부
스포티지R(왼쪽 위,아래)과 투싼ix(오른쪽 위,아래)의 내부.
스포티지R(왼쪽)과 투싼ix의 헤드램프.
스포티지R(왼쪽)과 투싼ix의 내부 공간.
투싼ix(왼쪽 위)과 스포티지R(오른쪽 위)의 공회전 상태 소음도. 3000rpm으로 돌릴 때의 투싼ix의 소음도(왼쪽 아래)와 스포티지R(오른쪽 위)의 소음도.
자동차에 미쳐 별로 좋지도 않은 머리로 공부보다 자동차관련 지식을 얻는데 열중한 자칭 카매니아입니다. 좋은 차를 태워주신다면 어디라도 달려가는 열정은 갖고있습니다^^ 자동차에 미친놈의 미친 글들을 대충이라도 읽어주신다면 열심히 써서 올리겠습니다!!! ■ 한겨레 자동차 세상 <카페테리아>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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