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석과 조수석의 모습을 서로 다른 ‘비대칭 디자인’으로 꾸민 차량이 요즘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앞좌석 센터페시아를 운전자 방향으로 9.6도 기울여 운전자가 조작 버튼을 누르기 쉽도록 만든 케이(K)5 내부 모습. 현대기아차 제공
중형급에 비대칭 구조 확산
운전자 중심으로 기기 배치
‘가족 아닌 1인 사용’ 반영
공기청정·핸들온열 기능도
운전자 중심으로 기기 배치
‘가족 아닌 1인 사용’ 반영
공기청정·핸들온열 기능도
자동차의 운전석과 조수석 모습은 운전대와 계기판 등을 빼고 나면 거의 비슷한 편이다. 한가운데에 있는 센터페시아(오디오와 에어컨 등을 조작할 수 있는 부분)도 대부분 평평하다. 이른바 대칭형 실내 디자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운전석과 조수석의 모양이 완전히 다른 비대칭 디자인으로 꾸며진 차량이 종종 등장하고 있다. 운전자 편의를 위해서다. 자동차 외형과 성능뿐만 아니라 실내 또한 점점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운전자 편의성 강화된 비대칭 실내 케이(K)5의 센터페시아는 운전자 방향으로 9.6도 기울어져 있다. 조작버튼이 운전자 쪽을 향해 있는 만큼 운전자가 버튼을 누르기가 훨씬 쉽다. 센터페시아의 내비게이션 화면 등도 운전자를 향해 있어서 보기에 더 편하다. 기아차의 내장 디자인 담당자는 “버튼 배치나 구조가 항공기 조종석처럼 모두 운전자를 중심으로 둘러싸게 만들어져서 안락감을 높이는 동시에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예전에도 운전석 중심 디자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기아차의 경차 모닝만 해도 이런 비대칭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이제는 중형급 이상 차량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인 셈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이제 중형차도 패밀리카(가족 차량)에서 개인 차량으로 변화하는 흐름으로, 이런 변화를 염두에 두고 초기부터 비대칭 스타일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수입차 가운데는 이런 스타일을 채택한 차량이 이미 꽤 있었다. 특히 아우디가 비대칭형 디자인을 주로 사용한다. 케이5의 실내 디자인이 아우디를 모방했다는 논란도 여기서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비대칭 디자인은 아우디만의 것은 아니다. 푸조의 최신 차량 3008도 비대칭형을 사용했고, 렉서스의 아르엑스(RX) 신형도 완전한 비대칭형이다.
비대칭형의 여러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이를 싫어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우선 조수석에서 오디오나 에어컨을 조작하기가 불편한데다 내비게이션 화면도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 조수석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조수석에서도 내비게이션 화면을 보는 것을 해치지 않는 최상의 각도로 9.6도를 선택했다고 주장하고는 있지만, 조수석에 탄 사람 입장에서 기울어진 화면이 불편한 것만은 당연하다. 과거 기아차는 세피아 등 예전 모델에서 한때 비대칭을 채택했다가,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아 대칭형으로 돌아섰던 적도 있다. 기아차의 ‘재도전’이 얼마만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 자동차 실내는 업그레이드중 자동차 실내 공간은 이제 자동차업체들의 사활을 건 전쟁터가 됐다. 어지간한 사양으로는 명함도 내밀기 힘들 정도다. 요즘의 실내 공간 업그레이드 추세는 단순한 기능 문제가 아니라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과 건강까지 챙겨주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 이미 중형차 이상급에서는 항균 공기청정 효과를 지닌 ‘이오나이저’를 갖추는 것은 기본이 됐다. 케이5의 경우만 해도 발열기능을 갖춘 최첨단 원사를 사용해 시트 전반에 균일한 열이 발생하는 바오이케어 온열시트, 중형차 최초로 핸들이 데워지는 ‘온열 스티어링 휠’ 등을 갖췄다. 특히 온열시트는 음이온이 나오는 기능성 재질로 탑승자의 건강까지 챙겼다는 것이 기아차의 설명이다. 에스엠(SM)5는 국내 차량 최초로 퍼퓸 디퓨저(향수 분사기)를 설치했다.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의 기분까지 배려한다는 의미다.
실내 재질도 업그레이드됐다. 우선 중형차에서도 가죽 재질의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케이7은 천장 재질을 부드러운 스웨이드 재질로 바꿔 호평을 받고 있다. 케이7은 실내 분위기를 좋게 하기 위해 천장에 길쭉한 무드등을 달기도 했다.
운전자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역시 차의 실내다. 국내 브랜드들이 소음과 승차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내 분위기와 기능까지 챙기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국내 자동차문화가 한층 발전한 것의 방증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채영석 글로벌오토뉴스 편집국장은 “국내 업체들이 웰빙(참살이) 이미지를 넣어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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