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확충에 중국 진출 교두보 ‘다목적 포석’
르노삼성을 계열사로 거느린 프랑스 르노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전에 전격적으로 뛰어듦으로써, 쌍용차 ‘인수전’의 무게추는 르노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쌍용차 내부 분위기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는 쪽에 가깝다. 과연, 르노는 왜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었을까?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르노의 인수전 참여에 다목적 포석이 깔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르노삼성의 생산량 확충을 들 수 있다. 르노삼성은 올해 들어 지난 4월까지 9만1000대를 생산해 8만8000대를 판매했다. 주말특근까지 이어간 터라, 연간으로 환산하면 27만대 정도가 르노삼성의 생산 한계라고 볼 수 있다. 5월말부터 뉴에스엠(SM)3 수출을 시작한데다 앞으로 뉴에스엠5 수출도 시작할 예정인 르노삼성은 생산량 한계를 극복할 묘안을 짜내야하는 상황이다. 30만대 생산규모의 라인을 새로 증설하는 데는 수천억원이 들어가므로, 르노로선 3000억~4000억원으로 예상되는 쌍용차 시설 인수(연생산 24만대)가 ‘남는 장사’일 수 있다. 숙련된 인력 확보 등은 덤으로 얻는 선물이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동시다발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한국의 지정학적 조건이 르노의 구미를 당겼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쌍용차가 이들 국가에 차량을 수출하는 전진기지 노릇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르노는 여전히 쌍용차 지분을 갖고 있는 중국 상하이차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앞으로 중국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할 여지도 크다.
쌍용차가 생산하는 차종들이 르노의 라인업과 대부분 겹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중형차 이하 세단을 주력으로 하는 르노의 경우, 스포츠실용차(SUV)는 ‘꼴레오스’로 수출되는 큐엠(QM)5 한 종 뿐이다. 다만, 쌍용차의 기존 스포츠실용차들이 대부분 시대에 뒤처진 프레임 방식인 탓에, 설령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기존 라인업을 그대로 이어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공학과)는 “노조문제나 고용승계 등 넘어야 할 이슈들이 많지만 르노의 쌍용차 인수는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