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자동차 부품업체 69곳이 참가한 가운데 17일 일본 가나가와현 아쓰기시 닛산 테크니컬센터에서 열린 전시상담회에서 일본 자동차 업체 관계자들이 출품회사 쪽의 설명을 듣고 있다.
일본서 전시상담회 열려
협력업체 등 1000명 참석
신흥국 시장 공략 위한
‘원가절감’ 활용 가능성
협력업체 등 1000명 참석
신흥국 시장 공략 위한
‘원가절감’ 활용 가능성
운전대에 달린 햅틱 버튼 하나로 차 안의 거의 모든 기기를 쉽게 조작할 수 있는 대성전기의 운전대에 닛산의 한 임원은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부하 직원에게 자세히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물이나 우유 등이 쏟아져도 흡착하지 않는 코오롱글로텍의 시트용 인조가죽, 지엠의 전 차종에 납품되는 평화정공의 후드용 래치 앞에도 일본 자동차업체 관계자들이 줄을 이었다. 스노체인을 대신해 천으로 만든 미끄럼방지 덮개 ‘캡’(CAP)의 부스 앞에도 사람들이 몰렸다.
17일 ‘닛산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일본 가나가와현 아쓰기시 닛산테크니컬센터 전시장의 모습이다. 구매조달본부와 연구개발(R&D)센터, 디자인센터 등이 모여 있어 들어가려면 몇번씩 ‘검문’을 받아야 하는 이곳에서 이날 한국 자동차부품업체들이 대거 참석한 ‘전시상담회’가 열렸다. 코트라의 소개로 닛산이 특별히 고른 69개 업체는 신기술·신공법이 적용된 124가지 부품·소재들을 전시했다. 닛산이 한국 부품업체들에 이렇게 자리를 내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부품과 소재는 일본 제품을 사다 가공해 수출하는 것 아니냐는 오랜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한국제 부품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전시상담회를 찾은 닛산 및 협력업체 관계자는 1000명에 육박했다. 나카자와 가즈유키 닛산 구매담당 부장은 “관심이 너무 커서 깜짝놀랐다”고 말했다.
‘폐쇄적인’ 부품조달 구조로 유명한 일본 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가격은 상대적으로 낮고, 품질은 괜찮기 때문이다. 신흥국 시장 공략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일본 업체들로서는 무엇보다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 한편으로 도요타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품질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조환익 코트라 사장은 “한국 업체들은 그 두 측면을 적절하게 조화시키고 있다”며 “닛산은 해외조달 비율을 높이고 있어 우리 부품업체가 일본 및 유럽으로 진출하는 데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닛산이 일본에서 생산하는 자동차의 국외 부품 사용 비율은 현재 25%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나카자와 부장은 “해외 조달 비율을 계속 늘려갈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가 그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달을 고려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품질, 비용, 납기”라며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앞으로는 개발 능력이 가장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트라는 지난해 9월 도요타자동차에서 전시상담회를 열어 1200만달러 규모의 상담을 성사시킨 바 있다. 부품조달처를 바꾸는 것은 대개 신차를 내놓을 때이므로, 당장 거래 규모는 크지 않다. 그러나 물꼬가 트일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전시회는 9월에 스즈키자동차와 미쓰비시자동차에서도 열린다. 코트라는 혼다와도 내년 전시상담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아쓰기/글·사진 정남구 특파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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