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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직선과 곡선 누가 마음을 얻을까

등록 2010-06-23 22:20

위부터 YF 쏘나타,  K5.
위부터 YF 쏘나타, K5.
기아차 디자인 군더더기 없애
기능주의 추구 이미지와 맞아
현대차는 ‘곡선의 조화’ 강조돼
“튀지만 브랜드 연상 미흡” 지적
직선(기아자동차)과 곡선(현대자동차) 중 진정한 승자는? 요즘 자동차시장의 ‘한 지붕 두 가족’ 사이에 벌어지는 불꽃 튀는 디자인 경쟁을 보고 있자면 ‘누가 먼저 나그네 옷을 벗기느냐’를 놓고 대결하는 태양과 바람의 우화가 떠오른다. 절제된 옆모습(K5·아래 사진)과 날카로운 옆주름(YF 쏘나타·위 사진)이란 상반된 디자인 가운데 어느 쪽이 소비자의 가슴을 여는 데 성공할까?

■ 직선의 단순화 2006년 독일 폴크스바겐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영입된 뒤 기아차가 내세우는 콘셉트다. 군더더기를 최소화하고, 기하학적인 선을 연결해 ‘면’을 만드는 방식으로 부드러움을 표현하고 있다. 쏘울, 스포티지아르(R)에서 케이(K)7으로 이어진 이 같은 흐름은 최근 출시된 케이5에서 정점에 이르렀다. 첫인상은 심심해 보이지만, 볼수록 깊은 멋이 느껴진다. 슈라이어 부사장은 “케이5는 기아차 디자인팀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도전을 성공시킬 차”라고 자신한 바 있다.

이는 간소한 기능을 강조하는 기아차의 제품 이미지와도 잘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촌스럽게 여겨졌던 ‘KIA’라는 브랜드조차 “알파벳 세 글자의 단순하고 힘있는” 어감으로 새삼 주목받을 정도다. 여기에 모든 차종을 아울러 호랑이 코를 닮은 라디에이터 그릴로 ‘패밀리 룩’을 입힌 것도 날렵한 이미지를 배가시키고 있다.

■ 곡선의 조화 반면 요즘 현대차가 들고나온 디자인 콘셉트는 다소 난해하다.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체역학적 조형). 물, 바람 등 자연이 남긴 자취를 날카로운 곡선으로 표현하겠다는 것인데, 와이에프(YF) 쏘나타의 보닛과 옆 라인의 ‘굵은 주름’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쏘나타는 수묵화에서 난을 치는 듯한 붓 터치 느낌을 살려 곡선을 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혁신적인 디자인 실험 때문에 일부에선 ‘곤충 룩’이라는 혹평까지 들어야 했다.

구상 한밭대 교수(산업디자인학)는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이 독일 기능주의 미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면, 현대차는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하는 동양적인 가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이런 콘셉트는 올 하반기 출시될 신형 아반떼와 그랜저로 그대로 이어진다. ‘바람의 흐름’을 형상화했다는 아반떼 엠디(MD)는 와이에프 쏘나타의 축소판이나 다름없다. 다만 붓을 쥔 손에 힘을 뺀 듯, 옆 라인 주름은 한층 누그러졌다. 문제는 이런 디테일이 한눈에 현대차임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브랜드 스토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자인 칼럼니스트인 장진택씨는 “명쾌한 논리로 디자인 전략을 잘 잡은 기아차와 달리, 현대차의 최근 디자인 콘셉트는 3~4년짜리 단기 처방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외국시장에서 튀어 보일 수는 있어도, 현대차만의 고유한 매력을 갖고 있진 못하다는 지적이다.

브랜드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국내 다른 완성차업체들을 봐도 알 수 있다. 선을 기준으로 보면, 지엠대우는 직선, 르노삼성은 곡선에 가깝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에서 서민 자동차 이미지를 갖고 있는 지엠그룹, 유럽형 세단을 지향하는 르노닛산의 특성이 한국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뜻이다.


한 완성차업체 디자인 담당 임원은 “유럽에서 직선이 유행일 때 미국에선 전혀 다른 디자인이 시도되는 등 자동차 디자인 흐름이 (직선이나 곡선) 한 방향으로만 가는 건 아니다”라며 “기아차 케이 시리즈의 완성도는 한국 디자인의 발전을 보여주는 예지만 그동안 한국차 디자인을 이끌어온 현대차의 실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취향의 문제’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들이 알맹이 못지않게 디자인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최고 경영자 한마디에 차 디자인이 오락가락하던 시대는 끝났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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