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 점유율
6월 판매 ‘4만8643대-4만4431대’ 초접전
경쟁구도 되살아나 서비스·품질 향상 기대
경쟁구도 되살아나 서비스·품질 향상 기대
지난달 국내 자동차시장 판매실적 집계 결과 기아자동차가 현대자동차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영업 현장 관계자들은 월말까지 현대차와 기아차가 엎치락뒤치락 하며 초접전을 벌였다고 한다. 현대차가 내수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한 지 20여년 만에 국내 자동차시장이 이렇게 격변을 일으키기는 처음이다.
1일 각 완성차업체들이 발표한 6월 내수 판매실적을 보면, 현대차가 4만8643대로 기아차(4만4431대)에 약 4000대 차이로 1위 자리를 지켰다. 두 회사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40.3%와 36.8%였다. 현대차 점유율은 지난 5월(42.5%)보다 2.2%포인트 떨어졌고, 그 하락 폭만큼 고스란히 기아차 몫으로 돌아갔다. 특히 중형 승용차시장에선 기아차의 케이(K)5는 1만673대가 팔려 동급의 와이에프(YF)쏘나타(9957대)를 제쳤다. 르노삼성은 1만4653대(점유율 12.1%), 지엠대우는 1만32대(8.3%)를 팔아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실적을 거뒀다. 기아차는 노조가 특근을 하지 않는 바람에 생산량이 수요를 받춰주지 못해 현대차를 추월하지 못했다고 무척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케이5의 경우 현재 출고를 기다리고 있는 인원이 2만여명에 이르러, 차를 만들기만 하면 곧바로 매출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이렇게 다른 브랜드가 현대차를 위협할 정도로 치고 올라오는 것은 2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1998년 8월에 기아차가 현대차를 넘어선 적이 있지만 그때는 현대차의 전면파업이라는 영업외 요인 때문이었다.
그동안 국내시장은 현대차가 45~50%, 기아차가 25~3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양분해왔다. 사실상 경쟁이 거의 없었던 시장이었다. 차량가격 결정도 현대차의 판단에 끌려왔고 사후 서비스 또한 자동차 보급 수준에 맞지 않게 질이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 기아차가 본격적인 경쟁상대로 올라서는 동시에 수입차의 파상공세도 이어지고 있어 현대차의 독점적인 지위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자동차학)는 “그동안 현대차는 대충 해도 고객들이 우리차를 살 것이라는 믿음 아래 가격경쟁력이나 서비스 질 강화에 그리 큰 힘을 쓰지 않았다”며 “경쟁구도가 되살아 난다면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록 같은 그룹 안에 있는 두 회사의 경쟁이지만 품질 제고와 소비자 배려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안수웅 엘아이지(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현대차 판매부문의 효율을 높이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한지붕 아래 두 형제의 지난친 경쟁이 서로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연구원 이항구 기계산업팀장은 “거의 똑같은 종류의 차종을 디자인만 차별화해서 파는 바람에 ‘간섭효과’가 너무 심화되고 있고 이는 결국 현대·기아차그룹 전체로 봐서도 좋지 않은 일”이라며 “10개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지만 거의 간섭효과가 없는 폴크스바겐그룹처럼 차종과 성능, 시장을 차별화해야 장기적인 성장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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