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하반기 차 시장 비관적…방안 찾아라”
23~24일 현대차 판매 촉진대회서 발언
기아차 도전에 ‘수성 능력’ 보일지 관심
기아차 도전에 ‘수성 능력’ 보일지 관심
“현대차의 내수판매 시장점유율이 떨어졌습니다. 하반기에도 시장환경이 낙관적이지 않습니다. 고객이 떠나지 않도록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합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사진 앞줄 가운데은 지난 23일~24일 경주 현대호텔에서 열린 ‘하반기 판매 촉진대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업담당 임원들과 전국 지점장, 서비스센터장, 출고센터장 등 580여명이 참석한 이 행사는 결연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현대차에 이런 위기감을 불러 일으킨 것은 다름 아닌 계열사인 기아차의 추격이었다. 현대차는 상반기를 마감하는 지난달 내수시장 점유율이 40.3%로 1위를 지켰지만 기아차가 36.8%까지 따라 올라오면서 언제 1위를 뺐길지 모르는 처지에 몰렸다.
역설적인 것은, 현대차에 이런 상황을 몰고 온 장본인이 바로 정 부회장이란 사실이다. 정 부회장이 기아차 사장 시절 뿌린 ‘디자인 경영’이란 씨앗이 ‘기아차의 약진’이라는 결실을 맺은 것이다. 정 부회장은 당시 안팎의 우려를 무릅쓰고 디자인을 기아차의 핵심 가치로 설정하면서 페테르 슈라이어 현 기아차 디자인담당 부사장을 영입했다. 기아차의 급상승을 이끈 케이(K) 시리즈 개발도 직접 진두지휘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의 마케팅총괄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정 부회장은 기아차의 도전을 온몸으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그는 고객 서비스의 질적 혁신, 판매역량 강화와 생산성 향상,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담은 판촉전략 등을 3대 중점 추진사항으로 강조했다. 현대차는 8월 초 출시되는 신형 아반떼에 이어 연말에 선보이는 신형 그랜저 등 신차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이 기아차의 경쟁력을 높여 공격적인 경영능력을 인정받고 현대차의 판매 수장으로 승진을 했는데 이제 자신이 키운 차들의 공격을 막는 ‘수성’의 경영능력을 평가받을 차례가 됐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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