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크스바겐 ‘뉴 페이톤’
폴크스바겐 ‘뉴 페이톤’ 타보니
안정감 돋보이는 ‘명품차’
안정감 돋보이는 ‘명품차’
바람을 먼저 느낀 건 감촉이 아니라 눈이었다.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북부 볼프스부르크에서 드레스덴으로 향하는 310㎞의 아우토반. 도로 양쪽으론 세찬 바람에 힘차게 돌아가고 있는 풍력 발전기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거대한 바람개비들 사이를 달리는 신형 페이톤은 바람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묵직하면서도 강한 힘이 느껴졌다.
오는 7일 한국에 출시되는 신형 페이톤은 폴크스바겐의 프리미엄급 대형 세단답게 안정감이 돋보이는 차다. 시속 220㎞의 속도를 낼 때도 차체의 떨림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차는 8기통 4.2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노멀 휠 베이스(전체길이 5060㎜) 모델이었다. 계기판에 표시된 최고 속도는 320㎞, 최대출력은 335마력이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9초. 앞차와의 거리를 운전자가 원하는 대로 자동 조절해주는 ‘차간 거리조절 기능’(ACC) 은 브레이크나 가속페달을 밟을 필요가 없어 운전의 피로도를 훨씬 덜어줬다. 커다란 차체에 비해 스티어링 휠의 움직임도 부드러운 편이다. 모든 모델에는 사륜구동 장치를 기본 장착했다.
꼼꼼한 내부 인테리어엔 ‘장인의 숨결’이 깃들어 있었다. 앞문과 센터페시아 곳곳엔 고급스런 원목으로 치장을 했고,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작업했다는 가죽 시트는 보들보들했다. 폴크스바겐 스스로 명품 카메라 ‘라이카’ 제작에 빗댈 정도로, 실제 페이톤 생산 과정은 특별하다. 공장 바닥엔 단풍나무 원목이 깔려 있고, 공장 안에는 클래식이 흐른다. 교대 근무 없이 하루 24대만 생산해낸다. 명품차를 만들기 위한 나름의 고집이다. 고객은 직접 공장에 와서 차량 도색, 가죽이나 원목을 고른 뒤 제작 과정을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 차가운 바람이 사람에게 직접 닿지 않도록 대시보드 위 송풍구로 공기를 내보거나, 앞좌석을 18가지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한 데서는 고객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다만 국내차들보다 센터페시아 중앙 아래편에 치우쳐 있는 내비게이션의 위치는 운전자들이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릴 듯했다.
신형 페이톤이 기존 1세대 모델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겉모습이다. 여기저기를 많이 다듬었다. 우선 앞모습에서 라디에이터 그릴이 곡선에서 곧게 뻗은 수평 라인을 강조한 직선으로 바뀌었다. 이전의 중후한 느낌에다가 강렬한 인상이 더해진 것이다. 크롬 재질을 많이 써서 화려함을 얹기도 했다. 페이톤이 가장 많이 팔리는 중국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뒷모습에선 새로운 엠(M)자형 라인의 발광다이오드(LED) 후미등을 달았다. 신형 페이톤 디자인은 폴크스바겐 디자인을 총괄하는 발터 데 실바의 손길을 거쳤다.
이번에 한국에 선보이는 모델은 세 종류다. 6기통 3.0 티디아이(TDI) 디젤 모델(9130만원)과 8기통 4.2 가솔린 노멀 휠 베이스 모델(1억1280만원), 롱 휠 베이스 모델(1억3790만원) 등이다. 디젤 모델은 연비 9.9㎞/, 가솔린 모델은 6.6㎞/다. 3.0 모델의 경우 후방 카메라 디스플레이와 한글을 지원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기본 장착해 기존 8990만원에서 913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드레스덴(독일)/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