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오른쪽)가 지난 21일(현지시각)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주 카멘카 지역에 자리잡은 현대자동차 러시아공장(HMMR)의 준공식에 참석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안내를 받으며 내년 1월부터 본격 생산될 소형차 ‘쏠라리스’를 직접 운전해보고 있다. 현대차 제공
15만대 러시아 공장 완공
현지 모델 쏠라리스 공개
폐차지원금 혜택 받게 돼
러 수입차종 1위 탈환 목표
현지 모델 쏠라리스 공개
폐차지원금 혜택 받게 돼
러 수입차종 1위 탈환 목표
현대·기아차그룹이 글로벌 자동차 생산 300만대 시대를 활짝 열었다. 지난 1997년 터키 이즈미트에 10만대 규모의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된 현대·기아차의 국외 생산거점 확보전략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연 생산 15만대 규모의 현대차 공장이 완공되면서 이제 다시 한단계 도약을 맞게 됐다.
현대차는 지난 21일(현지시각) 러시아의 최고 실권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러시아 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예정보다 1시간40분 정도 늦게 현장에 도착한 푸틴 총리는 “현대차 공장이 러시아에서 성공적으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5분여간 연설문도 없이 즉석연설을 했다. 이어 푸틴 총리는 이날 처음 공개된 현지화 모델 ‘쏠라리스’를 직접 몰고 공장 내부를 한바퀴 둘러보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준공식 뒤 기자들과 만나 “다른 해외 공장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 공장을 잘 운영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두 5억달러(6800억원)를 들여 완공된 현대차 러시아 공장은 200만㎡ 부지 위에 연간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됐다. 러시아 내에 있는 국외 브랜드 자동차공장 중 처음으로 철판을 눌러 차체를 만드는 ‘프레스’ 공정까지 모두 수행할 수 있는 ‘풀-사이클’ 공장이다. 아직 시범생산 단계라 공장 내부는 한산했지만 내년 1월부터는 한해 7만5000대의 쏠라리스가 이 공장에서 쏟아지게 된다. 다른 차종 생산은 아직 검토단계다.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11개 국내 부품업체도 현대차와 함께 러시아로 진출했다.
쏠라리스는 신형 베르나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러시아 전략형 모델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시(C)세그먼트(국내로는 소형~준중형) 차량으로, 시동이 잘 걸리는 배터리와 와이퍼 결빙 방지 장치 등 러시아 실정에 맞춘 사양을 적용했다. 러시아 내에서 생산되는 차에만 적용되는 폐차지원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브랜드 1위 탈환을 위한 현대차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평가받는 차량이다.
러시아 공장 준공으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모두 308만대로 늘어나게 됐다. 현대차는 터키, 기아차는 중국(2002년)에 공장을 세우면서 국외 생산을 시작했는데 13년 만에 300만대 고지를 넘어선 것이다. 국내(350만대)와 합치면 전체 생산능력은 650만대를 넘어선다. 생산거점도 미국, 중국, 체코, 인도, 슬로바키아 등 9곳에 이른다. 여기에다 올해 말 첫삽을 뜰 것으로 예정된 브라질 공장까지 합하면 판매순위 10위권 이내의 세계 주요 자동차시장을 모두 생산거점으로 아우르게 된다. 현대·기아차그룹이 내심 목표로 삼고 있는 ‘글로벌 톱3’ 진입에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것으로, 글로벌 선두권 자동차업체에 걸맞은 국외 생산규모를 두루 갖추는 셈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브라질과 중국 3공장까지 완공되면 생산규모가 700만대 수준에 이르게 된다”며 “이제 양적 성장은 일단락됐고 질적으로 또다른 단계에 들어설 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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