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동차업체별 배터리 공급업체
일본기업도 LG 2차전지 쓸듯
세계시장 점유율 2위…원천기술 향상이 과제
세계시장 점유율 2위…원천기술 향상이 과제
‘일본의 자동차 대기업이 외국산 전지를 쓰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6일 미쓰비시자동차가 엘지화학과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내린 전망이다. 이 신문의 전망대로라면, 충전할 수 있는 2차전지의 주도권이 지금껏 전세계를 호령해온 일본에서 한국으로 넘어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일본은 원천기술 선점으로 지금껏 세계 2차전지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산요나 파나소닉, 소니 등의 2차전지는 성능과 가격 모든 면에서 다른 나라의 제품을 압도하는 강력한 경쟁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런 양상은 2차전지의 헤게모니가 니켈-수소에서 리튬-이온으로 넘어가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엘지화학이나 삼성에스디아이(SDI) 등 국내 업체들은 발빠르게 리튬-이온 배터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갔다. 2009년 리튬 2차전지 세계 시장점유율은 일본이 43.2%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업체가 31.7%로 그 뒤를 추격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에서는 상황이 이미 역전됐다. 엘지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포드, 볼보 등 대형 외국 자동차업체들과 잇따라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삼성에스디아이와 보쉬의 합작사인 에스비(SB)리모티브는 독일 베엠베(BMW)와 공급계약을 맺는 등 전세계 주요 자동차업체들을 한국 배터리업체가 잡은 것이다. 일본차에까지 한국 배터리가 공급된다면 주요 자동차 생산대국 모두 한국산 배터리업체가 장악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성과에는 자동차업체가 배터리 개발을 주도하는 일본과 달리 배터리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화학업체가 주도권을 잡은 국내 산업환경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도요타는 파나소닉과 합작법인 파나소닉이브이(EV)에너지(PEVE)를 세웠고, 닛산은 엔이시(NEC)와, 혼다는 지에스(GS)유아사와 합작회사를 세워서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의 지분이 더 많아 배터리 회사가 예속돼 있는 모양새다. 국내 한 화학업체 관계자는 “다른 자동차사와 합작으로 묶여 있는 화학회사에 배터리를 주문할 곳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배터리 생산업체들은 모두 단독 화학회사이거나 에스비리모티브처럼 부품회사와 합작을 한 형태이기 때문에 훨씬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원천기술 수준은 일본의 30%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기술 격차는 큰 편이고 전기차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설수록 자동차사들이 공급선을 다변화할 게 뻔하기 때문에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엘지화학 관계자는 “배터리를 대량생산할수록 생산비는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당분간은 선점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아직은 전체 양이 많지 않아 후발 업체의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기술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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