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품질 경쟁력 높은데다 엔강세까지
올 수출 73% 급증…미·일·독 자동차회사서 잇단 수주
올 수출 73% 급증…미·일·독 자동차회사서 잇단 수주
“한국 자동차부품, 스고이(멋지다).”
지난달 30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 부품소재 조달전시상담회’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계 대표기업 11곳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현대모비스, 만도, 동보, 광진상공 등 23곳의 한국 업체들과 3억달러에 이르는 수출상담을 했다. 무역협회는 이 가운데 5000만달러가량을 수출가능액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산 부품이 전세계를 질주하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 부품보다 저렴하지만, 중국산 부품보다는 월등한 품질을 보이는 한국산 부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한국 부품업체의 문을 두드리는 글로벌 업체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게다가 자국 업체 외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던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극심한 엔고현상 때문에 국외부품 조달 비중을 늘리면서 한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부품의 수출 실적은 급증세다. 9월 자동차부품의 수출액은 15억6700만달러로 지난해 9월 대비 33.1% 늘었고, 8월에는 15억700만달러로 지난해에 견줘 67.6%나 늘어났다. 9월까지 누적액으로는 134억9300만달러로, 지난해 대비 73.4%나 늘어 13개 주요 수출품목 가운데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사상 최초 180억달러 돌파도 점쳐지고 있다. 수출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국내 완성차업체의 국외공장 생산이 늘어난 덕분이지만, 외국 자동차업체들에 대한 수출 증가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현대모비스, 만도 등이 독일 베엠베(BMW)와 부품공급 계약을 맺은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다. 베엠베는 고성능 프리미엄 세단의 대표 브랜드로, 이곳에 납품한다는 것은 곧 세계적인 품질을 인증받았다는 뜻으로 시장에선 받아들인다. 헤르베르트 디스 베엠베 구매담당 총괄사장은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한국 부품업체들은 가격과 품질, 공급능력 등 모든 부문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라고 극찬했다. 이외에도 최근 현대위아가 미국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등속 조인트 310만대 공급계약을 따내는 등 글로벌 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리고 있다.
수출 환경도 우호적이다. 특히 일본 엔화의 강세 현상은 비슷한 품질에 가격은 10% 이상 낮은 한국산 부품에 눈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고 있다. 실제로 일본 완성차업체들도 한국 부품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무역협회 한창희 차장은 “상담회에 참가한 도요타 구매담당자는 엔고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글로벌 소싱을 확대할 방침이고 그중 한국 기업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라고 했다”며 “일본 업체들이 한국산 부품의 품질과 가격에 모두 놀라더라”고 전했다. 케이티비(KTB)투자증권의 남경문 애널리스트는 “일본 자동차부품 업체들이 일본 완성차업체와 국외에 동반진출한 뒤 본격적으로 전세계에서 수주를 따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국내 부품업체에도 시사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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