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용과 국외용 에어백의 비밀
크라이슬러가 1980년 초 도산위기에 몰렸다가 2년 만에 재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에어백이다.
당시 자동차에는 안전벨트가 장착돼 있었지만, 차량 증가에 따른 교통사고 사망사고는 빈번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들은 애써 이를 외면했다. 안전띠를 사용했음에도 사망자가 증가하자 전문가들은 그 이유를 찾았다. 결국, 자동차끼리 정면으로 충돌할 경우 얼굴과 가슴이 핸들에 부딪혀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문제점을 막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에어백이다. 미국에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는 자동차 부품업체가 GM, 포드의 도움을 받아 4년 동안 연구 끝에 1971년 에어백을 개발하게 된다. 에어백은 처음 안전띠 보조용 승차자 보호장치(SRS: 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Air-bag)라고 불렸는데, 에어백 개발 회사는 회사이름까지 SRS에어백으로 바꾸기도 했다.
GM과 포드는 에어백 개발을 지원하고도 비용부담 때문에 선택 품목(옵션)으로 일부 차종에만 달았다. 하지만, 1980년대 들어 볼보, 벤츠, BMW와 같은 유럽 차들이 전 차종에 에어백을 달면서 자신들의 차가 안전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그럼에도 당시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인 GM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GM은 에어백 의무화를 일종의 규제로 여겼다. 그리고 자유주의자였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이 에어백 의무화에 반대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에어백은 규제가 아니라 소비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불가결한 장치였다.
GM과 포드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크라이슬러는 재빨리 전 차종에 에어백을 부착하겠다고 선언했다. 고객의 호응을 받은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크라이슬러는 텔레비전 광고에서 자동차가 충동할 때 자사 자동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에어백을 껴안고 “아! 살았구나!”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여 주었다. 그 뒤 몇 해 동안 GM과 포드는 치솟는 크라이슬러의 판매 실적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작은 에어백 하나가 이렇게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일까? 비록 에어백은 작은 것에 불과하지만, 자동차 회사가 고객의 안전을 지켜주겠다는 큰 배려로 전달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이와는 정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똑같은 고객인데 누구는 ‘봉’으로 취급하고 누구는 ‘왕’으로 대접하고 있다. 해외 고객을 위해서는 세심할 정도로 안전에 신경을 쓰면서, 국내 고객에 대해서는 돈을 좀 더 내야 안전장치를 끼워주겠다는 식이다.
에어백은 국내 고객이 해외 고객보다 역차별 받은 대표적인 안전장치다. 일단 질이 다르다. 해외 판매용 쏘나타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와 충격 강도를 센서로 감지한 뒤 충격이 적을 때는 약하게, 충격이 강할 때는 강하게 에어백이 터지는 어드밴스트(advanced) 에어백이 들어간다. 에어백에 들어가 있는 질소가스가 폭발해 어린이나 여성이 열상이나 질식하는 2차 사고를 막아주기 위해서다. 하지만, 국내용은 이런 기능이 없는 저가형 디파워드(depowered) 에어백이 들어갈 뿐이다.
현대차의 국내용 제네시스에도 구식인 디파워드 에어백이 사용되지만 미국 판매용은 첨단 어드밴스트 에어백이 달린다. 하지만, 차 값은 국내용이 수백만원가량 비싼 편이다. 국내용 차가 수출용 차보다 안전사양이 떨어지는데도 값은 비싸게 받고 있는 것이다.
양에서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국내용과 수출용의 에어백 개수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에서 파는 쏘울은 운전석과 옆 좌석에만 에어백만 있다. 나머지는 선택사양이다. 돈을 더 주고 사야 한다. 그런데 수출용 쏘울은 기본 사양으로 6개의 에어백이 장착돼 있다.
리콜 문제로 들어가면 국내 고객들은 더욱 화가 난다. 현대차는 2010년 3월 YF쏘나타 리콜에 들어갔다. 문제가 된 건 도어잠금 장치 이상이었다. 차가 달릴 때 갑자기 차문이 열릴 수 있는 결함이다. 이 결함은, YF쏘나타가 출시됐을 때부터 자동차 동호회가 줄곧 제기해온 것이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애써 무시했다. 그 뒤 YF쏘나타는 미국에서 판매됐다. 곧바로 미국 언론들이 YF쏘나타의 도어잠금 결함 의혹을 앞다퉈 쏟아냈다. 그러자 현대차는 즉각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거의 같은 시기에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한 투싼ix의 오른쪽 조수석에 무게가 나가는 승객 또는 엄마가 아이를 앉고 탔을 때 에어백을 제어하는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는 결함이 발견됐다. 현대차는 곧바로 리콜에 들어갔다. 하지만, 현대차는 국내 판매 모델에 대해서는 에어백시스템이 달라 리콜 대상이 아니라며 리콜을 하지 않았다.
해외에서의 결함은 곧바로 리콜에 들어가지만, 국내에서의 결함은 숨기기에 급급했다. 투산ix 수동변속기 모델에서도 클러치 결함이 발견됐다. 클러치를 밟으면 원위치로 잘 돌아오지 않아 변속이 어렵고 시동이 쉽게 꺼지는 결함이었다. 클러치는 동력을 전달하는 주요 장치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운전자의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결함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리콜 대신 쉬쉬하면서 무상수리로 대신했다. 클러치 결함이 생명과 더 직결할 수 있는데도 현대차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를 지켜보는 국내 고객들의 심정은 한마디로 착잡하다. 도요타 사태로 자동차 안전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미국에선 작은 결함이라도 신속히 리콜에 들어갔지만 국내에선 쉬쉬하며 결함 사실을 은폐하려고만 해서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는 자국민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는 비난까지 나온다.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는 높은 가격을 치러야 하는 장착할 있는 ESC(차량자세제어장치), TPMS(타이어공기압 감지시스템) 등의 안전장치 옵션을 미국 수출용에는 기본 사양으로 장착했다. 타이어 공기압은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어 미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돼 있으나 국내에선 일부 고급 차종에만 도입돼 있다.
안전장치가 옵션이라는 생각은 “자국민의 생명도 옵션이냐”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현대차는 조수석 에어백이나 차체 제어장치 같은 안전장치를 고급 차량에만 지원해왔다. 안전장치를 옵션으로 끼워 팔기를 한 탓에 소비자는 불필요한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국내 소비자들은 이런 안정장치 옵션을 맘대로 갖추기도 힘들다. 국내의 경우 최고급 사양에서만 이 같은 옵션을 선택 장착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독점에서 비롯된 이런 부작용이 계속 드러날수록 국내 고객의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국내 고객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도 보장받을 수 없다. 이제 우리나라는 한-EU FTA, 한-미 FTA 체결을 앞두고 있다. 현대차가 자동차를 해외에 많이 팔 수 있는 기회도 생기겠지만, 현대차가 국내에서 신뢰를 잃을 위험도 생기는 것이다.
볼보가 안전한 차로 자리매김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바로 안전벨트다.
1960년대는 미국의 자동차 회사가 가장 잘 나갔을 때다. 전후의 풍요로움으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족족 팔려나갔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때였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기술개발로 과거 느려터진 자동차는 이젠 쌩쌩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람도 늘어났다. 자동차 회사들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 기업들은 이익을 위해서라면 소비자 권익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저 만들어주는 대로 고맙게 생각하고 구입하면 됐지 무슨 말이 많냐는 식이었다.
이때 등장하는 이가 바로 랄프 네이더다. 1934년 중동계 2세로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프린스턴대와 하버드대 법대를 졸업한 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네이더는 GM과 법정 소송을 벌이면서 자동차 회사들이 리콜과 안전벨트, 에어백을 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당시 자동차 회사들은 그를 ‘기업의 적’이라고 부르며 경멸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미국 사회에서 소비자 제일주의를 정착시키는 데 기여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네이더가 애쓴 덕에 자동차에 안전벨트가 속속 장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기 안전벨트는 허리만 시트에 고정하는 식이어서 시속 60마일(96km)에서 정면충돌했을 때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잦았다.
그때 볼보는 어깨에서 끌어당겨 복부를 휘감아 채우는 지금과 같은 안전벨트를 개발해 실용화하면서 안전한 자동차로 자리매김했다. 그 뒤에도 볼보는 세계 최초로 차량의 측면 충격에 대비한 사이드에어백과 측면보호 시스템(SIPS)을 선보였다. 시속 30㎞ 이하의 속도로 달리다 장애물과 충돌할 경우 차가 스스로 감지해 멈추는 저속추돌 방지시스템도 개발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볼보=안전’이라는 이미지를 고객의 마음에 깊이 각인시켰다.
반면 도요타는 결함을 알고도 수개월 동안 사실상 방치하다가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에 떠밀려 대대적 리콜에 들어가면서 몰락의 길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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