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히가시후지 연구소 첫공개
움직이는 돔서 가상실험
차량충돌시험 연 1600회
위기 뒤 명예회복 몸부림
움직이는 돔서 가상실험
차량충돌시험 연 1600회
위기 뒤 명예회복 몸부림
지름 7.1m의 돔 안에 들어서니 ‘렉서스 엘에스’(LS) 차량이 바퀴가 빠진 채로 놓여 있었다. 차를 둘러싼 360도 화면에는 8대의 빔 프로젝터(영사기)가 쏘는 연구소 인근 시내 전경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완벽하게 그려졌다. 차량에 올라타 가속페달을 천천히 밟자, 화면이 천천히 뒤로 흐르며 진동과 소음이 시작됐다. 차량을 회전할 때 느끼는 원심력도 그대로 재현됐다. 돔이 가로 20m, 세로 35m를 움직이고 최대 25도까지 기울어지면서 최대한 실제상황에 가까운 느낌을 운전자에게 주기 때문이다.
도요타자동차가 지난 4일 일본 시즈오카현 수소노시 히가시후지 연구소에서 다른 나라 언론에 처음 공개한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세계 최대 규모이자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시설이다. 도요타는 이날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싱가포르 등 아시아 7개국 자동차 담당 기자들을 불러모아 그동안 외부에 거의 공개하지 않았던 핵심 연구시설을 보여줬다. 올해 초 불어닥친 ‘리콜 위기’를 극복하려는 ‘도요타 알리기’ 작업의 하나다.
연구시설 공개 행사는 도요타가 얼마나 안전과 품질에 공을 들이는지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차량보다는 운전자를 연구하기 위해 만든 드라이빙 시뮬레이터는 졸음운전이나 음주운전 등 실제로 실험을 진행하기에는 위험한 상황에서 운전자 반응을 알아보는데 가장 좋은 시설이라는 게 도요타 쪽의 설명이다. 시뮬레이터를 개발한 타카시 요네카와 연구원은 “예를 들면, 졸음운전을 하는 차량을 감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운전자의 눈에 눈꺼풀이 덮혔는가를 파악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실제 실험을 해보니 눈을 뜨고도 졸음운전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며 “결국 핸들의 움직임으로 졸음운전을 파악하는 데이터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연구소 참관 행사의 또 하나의 ‘백미’는 ‘차대 차 충돌시험’이었다. 소형차인 ‘야리스’와 대형차인 ‘크라운 마제스타’를 50%씩 앞 부분이 맞물리게 충돌하는 ‘50% 오버랩 오프셋 시험’을 진행한 결과, 각기 시속 55㎞의 속도로 충돌한 두 차는 앞 부분은 거의 망가졌으나 캐빈(사람이 탑승한 실내)은 큰 손상을 입지 않았다. 작은 차 못지않게 큰 차의 앞 부분도 상당히 부숴진데 대해, 요시히사 칸노 차량안전개발 매니저는 “큰 차가 부서지면서 충격을 상당부분 흡수했기 때문에 작은 차도 무사할 수 있었다”며 “무조건 튼튼한 것보다 부서지면서 ‘가해성’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고차를 이용해 실시한 이 실험에 들어간 비용은 700만엔(9800만원) 정도였는데, 도요타는 한해 이 같은 충돌실험을 모두 1600차례나 한다.
정작 리콜 사태를 몰고온 원인이 됐던 급가속 문제와 관련해, 도요타 쪽은 이시모토 연구소 관리부장의 입을 빌어 “아직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고, 매트 걸림이나 페달을 잘못 밟아서 생긴 사례는 보고되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럼에도, 이날 도요타 안전시스템 관계자들이 보인 적극적인 행보에선 도요타의 적극적인 행보에선 ‘머지않아 이번 위기를 이겨내고 다시 세계 최고 자리에 올라설 것’이라는 자신감이 물씬 묻어나왔다.
수소노(시즈오카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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