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엠대우가 쉐보레 브랜드를 걸고 내놓은 첫 작품 쉐보레 올란도가 정식으로 공개되고 기자들의 차량 시승도 진행되었습니다. 7인승이어서 처음에는 기아차 카렌스와 비슷한 컨셉일 것으로 알았는데, 실제로 보니 이 차보다 약간 크고 SUV적인 성격도 가미되어 종류가 약간 다릅니다. 그래서 지엠대우에서는 ALC(Active Life Vehicle)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내놓았습니다. 한글로 번역하면 ‘활동적인 생활을 위한 차’ 정도가 될 것 같은데 지엠대우는 그냥 영어로 ‘액티브 라이프 차’라고 부르는군요.
먼저 요약해 말씀 드리면, 이 차 크기는 전장 4665mm 전고 1635mm 전폭이 1835mm입니다. 1998cc 배기량의 가변 터보차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달았구요, 최고출력은 163마력, 최대토크는 36.7kgf-m입니다. 특히 최대토크가 1750~2750rpm에서 나와 실용영역에서의 파워가 넘쳐흐릅니다. 차 무게는 1700kg 정도 되고 연비는 자동변속기 기준으로 14km/리터입니다.
카렌스는 전장 4545mm 전고 1650mm 전폭이 1820mm입니다. 올란도를 카렌스와 비교하면 길이가 20mm 길고 높이가 15mm 낮고 폭이 15mm 넓습니다. 대체적인 모양이 잡히죠?
올란도의 전체 스타일링은 작고 낮은 SUV스타일을 느끼게 합니다. 낮은 루프라인과 박스타입의 디자인은 실제 크기보다 더 컴팩트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특히 박스타입을 뚜렷하게 부각시킨 후면 디자인이 이 차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 줍니다. 휠베이스(앞바퀴 축과 뒷바퀴 축 사이의 거리)가 2760mm로 길고, 휠하우징이 돌출한 ’바디인 휠아웃’(Body-in Wheels-out)’ 형상이 SUV적인 이미지를 드러냅니다.
올란도는 라세티 아키텍쳐로 만들어졌는데 축간거리가 85mm나 늘어났습니다. 긴 축간거리와 군더더기를 없앤 간결하고도 날씬한 평면 박스형 스타일이 어떤 차보다 바디가 길쭉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가격은 수동변속기 기본모델(LS형)이 1980만원, 자동변속기 고급형이 2123만원, 럭셔리 자동변속기 모델(LT형)이 2305만원, 최고급모델(LTZ형)이 2463만원입니다. 카렌스 가솔린 모델이 1651만~2139만원이니 올란도가 디젤엔진을 달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가격 차이는 많아야 100만원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올란도는 3월2일부터 판매가 시작됩니다.
지엠대우는 올란도가 카렌스와 비교되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전혀 새로운 유형의 차라는 것이죠. 7인승 다목적차량(MPV) 또는 미니 미니밴 계열인 카렌스와 달리 이 차는 그보다는 단단하게 세팅이 되어 SUV적인 성격까지 가미되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다시 부딪치는 것이 스포티지R이나 투싼ix 같은 SUV인데, 사실 올란도의 가격을 보면 이 차들보다는 약간 낮게 책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올란도라는 차의 성격을 기존의 분류법으로 특정해 잡아내기는 애매한 면이 있긴 합니다. 국내에서는 시장이 별로 크지 않은 7인승인데다 세단 해치백도 아니고 그렇다고 SUV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애매하게 절충해 카렌스 고객도, 소형 SUV 고객도, 그리고 실용적이면서도 활동적인 승용차 고객도 모두 끌어들이겠다는 것이 지엠대우의 전략이죠. 그래도 결국은 시장에서 카렌스와 비슷한 부류로 규정되어 카렌스와 경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저의 예상입니다.
자, 그러면 신차발표에 이어진 간단한 시승 느낌을 적어보죠. 이날 신차발표회는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는데, 전쟁기념관 안에 설치된 ‘쉐보레타운’이라는 임시 행사장에서 차를 탄 상태에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출발했습니다. 남양주까지 약 80km 정도를 달렸죠.
올란도의 가장 큰 특징은 가속감이 괜찮다는 것입니다. 지엠대우의 설명대로 저속 토크가 두드러집니다. 현대기아차의 대표 디젤엔진인 R엔진과 비교하면 전체적인 출력은 약간 뒤지지만 저속에서의 강력한 토크가 뒷받침되어 초반 가속능력이 뛰어납니다. 덩치에 걸맞지 않게 차량 무게가 1700kg이나 되어 약간 굼틀 수도 있으리라 했는데 그런 느낌은 받을 수 없었습니다.
버킷 타입의 운전석은 편안하고 특히 양 허리를 꽉 잡아주는 것이 좋았습니다. 엉덩이와 허리가 시트에 꽉 달라붙는 느낌. 서스펜션은 제 느낌으로는 적당했지만 다른 시승자들은 약간 출렁거렸다는 얘기도 했습니다.
유압으로 움직이는 핸들링도 반응이 괜찮습니다. 시속 150km 정도까지 달려보았는데 전반적으로 차체의 움직임은 안정적이었고 급브레이크 때 차체를 잡아주는 것도 좋았습니다. 코너길에서 급제동을 걸었을 때 주행안전제어장치인 ESC(Electronic Stability Control system)가 안정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엠대우는 올란도의 안전성에 대해서는 자신합니다. 라세티와 마찬가지로 안전성 전분야에서 만점을 목표로 설계했고 운전석 동반석 사이드 커튼 에어백을 모두 장착한데다 상부 차체와 프레임이 일체형으로 설계되어 충돌 보호능력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특히 차체의 71%에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아주 높였습니다.
시속 120km를 넘어서면 풍절음이 많이 나고 소음도 약간 높습니다. 평균 연비는 9.9km/리터로 나왔군요. 시승은 정상적인 주행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시길.
대체로 주행성능이나 코너링, 브레이킹 등 차의 기본적인 기능은 괜찮았다는 것이 시승 후의 느낌입니다. 다만 소음 부분이 거슬렸고 연비가 최신 디젤차량으로서는 좀 더 높아야 하지 않을까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내장도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전체적으로 심플하고 기능 위주로 된 인테리어는 듀얼콕핏(dual cockpit) 형상을 지향했지만 센터 콘솔부분의 처리가 다른 부분과 조화롭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 차급의 인테리어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달리 럭셔리함보다는 실용성 차원의 균형있는 구성이 필요한데 전면과 가운데, 후면의 모양이나 재질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내장도 있습니다. 센터페시아 내부 공간을 활용한 플립업(Flip-up) ‘시크릿 큐브(Secret Cube)’는 iPod, MP3플레이어 등을 연결할 수 있는 USB포트와 CD를 보관할 수 있는 깜찍한 수납공간을 제공합니다. 이런 모양으로 센터페시아를 꾸민 것은 올란도가 처음이어서 특허까지 냈다고 하는군요. 아래 가운데 오디오 부분을 뒤집으면 시크릿 큐브가 나타납니다.
3열 좌석은 어른이 여유있게 앉을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카렌스나 종전 레조보다는 공간이 제법 넓습니다. 1열부터 3열까지 약간씩 높아지도록 설계하여 3열에서도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2열과 3열 좌석은 원터치 폴딩 레버가 있어 여성 운전자들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고 좌석을 모두 접으면 1594리터의 공간이 확보됩니다.
쉐보레 올란도를 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7인승, SUV와 승용차, 미니밴의 장점을 모두 가진 차, 지엠대우는 올란도가 출퇴근, 쇼핑 등의 일상 생활은 물론, 늘어나는 도심 밖 가족 여행과 레저 활동 등을 모두 포괄하는 수요층을 지향할 것이라고 합니다. 마이크 아카몬 사장은 “현대적이고 젊고 진보적이며 여가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는 고객”을 타겟으로 새로운 세그먼트를 만들어 내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상 이 시장을 독점해오던 카렌스도 국내 판매량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시장이 열릴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매 마케팅을 담당하는 안쿠시 오로라 부사장은 “일단 시장에 내놓고 고객 반응을 살펴가면서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구성하겠다”고 했습니다.
지엠대우는 이번 디젤 모델에 이어 LPG 모델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카렌스 LPG와 부딪치겠죠. 소비자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차가 나오니 신나는 일입니다. 어떻게 보면 카렌스와 카니발의 중간급 차가 선택가능해지는 거니까요.
올란도는 단순히 국내시장만을 목표로 개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해외시장을 더 주목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차는 지엠의 글로벌 차로 개발됐기 때문에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판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물론 여기에는 국내 생산분과 해외 현지 생산분이 모두 포함되겠지요.
이홍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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