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1.6 TDI 블루모션
골프 1.6 TDI 블루모션 시승기
지난 주말, 꽉 막힌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차를 만났다. 폴크스바겐이 올해 초 국내 출시한 ‘골프 1.6 티디아이(TDI) 블루모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는 도심에서 이 차가 안성맞춤이라고 느낀 이유는 골프 블루모션이 친환경 기술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1976년 골프 1세대가 처음 나온 지 30여년이 지난 지금, 골프는 친환경차라는 꼬리표를 달고 진화했다.
차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니, 계기판에서 실시간으로 변하는 순간 연비 표시에 시선이 쏠렸다. 블루모션의 공인 연비는 ℓ당 21.9㎞다. 실제 연비는 운전자의 습관에 따라 더 낮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 신촌에서 양재동 부근까지 주행하고 난 뒤에 확인한 연비는 18.7㎞. 복잡한 도심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다.
비결은 여럿 있었다. 골프 블루모션은 주로 하이브리드카에서 볼 수 있었던 ‘스타트-스톱’(Start-Stop) 시스템을 달았다. 차가 밀리거나 신호로 정지하기 위해 브레이크 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자동으로 엔진이 꺼진다. 이후 다시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떼면서 출발하면 다시 시동이 걸리는 식이다.
물론 연비를 높이기 위해 고안된 시스템이다. 처음엔 시동이 자꾸 걸리면서 들리는 소음이 조금 거슬렸지만, 금세 익숙해져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불필요한 공회전을 안 해도 되니, 한참 차가 막힐 때 아주 유용했다. 이 시스템으로 약 6%의 연비개선 효과를 가져온다고 폴크스바겐 쪽은 설명한다. 더운 여름철에 에어컨마저 작동이 안 되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시동이 꺼지더라도 찬 바람은 계속 나오는 것이 신통했다.
이뿐 아니다. 블루모션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나오는 에너지를 배터리에 비축해 전체적으로 자동차의 효율을 높이는 에너지 회생 기능도 지녔다. 7단 디에스지(DSG) 변속기의 무게가 약 24㎏ 가벼워진 점도 연비를 높이는 데 보탬이 됐다.
도로가 한산한 일요일 아침에 가속페달을 밟아보니 주행 성능도 탁월했다. 속도가 100㎞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11.3초, 최고 속도는 시속 190㎞다. 속도를 낼 때 몸에 착 감기는 듯한 느낌이 인상적이다.
내비게이션도, 자동 시트도, 선루프도 없는 점은 감수해야 할 대목이다. 길을 헤매기 일쑤인 초보 운전자에게 내비게이션이 장착되지 않은 차는 덜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대신 가격은 3190만원으로 저렴해졌다. 화려한 인테리어보다는 연비와 실용성에 맞춰진 골프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안타깝게도 이 매력적인 친환경차는 폴크스바겐의 다른 블루모션 모델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뒤이어 국내 출시된 ‘CC 2.0 TDI 블루모션’과 ‘제타 1.6 TDI 블루모션’이 라이벌이다. 특히 제타 블루모션의 경우엔 공인 연비가 22.2㎞로 국내 판매 중인 내연기관 엔진 장착 모델 가운데 1등 연비를 자랑할 만큼 위협적이다. 황보연 기자
안타깝게도 이 매력적인 친환경차는 폴크스바겐의 다른 블루모션 모델들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뒤이어 국내 출시된 ‘CC 2.0 TDI 블루모션’과 ‘제타 1.6 TDI 블루모션’이 라이벌이다. 특히 제타 블루모션의 경우엔 공인 연비가 22.2㎞로 국내 판매 중인 내연기관 엔진 장착 모델 가운데 1등 연비를 자랑할 만큼 위협적이다. 황보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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