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엇나간 상술
국내 가격만 가파르게 올려
‘독점지위 이용’에 불만 누적
“국내 소비자가 봉이냐” 비판
가격경쟁 차단 법위반 지적도
국내 가격만 가파르게 올려
‘독점지위 이용’에 불만 누적
“국내 소비자가 봉이냐” 비판
가격경쟁 차단 법위반 지적도
“국산차 제조사가 자국민을 외면하는 처사 아닌가요?”(현대차 아반떼 동호회 게시글·아이디 수영MD)
최근 현대·기아자동차가 ‘정가판매 제도’를 공식 선언하자 소비자들의 불만도 부쩍 늘고 있다. 대리점 간 과다 출혈경쟁을 막고 궁극적으로 서비스의 질을 더 높이자는 취지라고 회사 쪽은 항변하지만, 더 저렴한 가격에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지난달 4일과 이달 4일에 정가판매제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전국의 모든 영업·대리점에서 본사가 정한 동일한 가격으로 차를 팔도록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종전까지는 영업사원들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비공식으로 50만원가량 차값을 깎아주거나 내비게이션(20만~30만원 상당) 등 차량용품을 제공해왔다.
정가판매 제도가 시행된 뒤, “국내 소비자만 봉이냐”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에 견줘 외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혜택을 입고 있는 사례는 많다. 박선숙 의원(민주당)은 11일 국내 생산 수출차량인 아반떼 S16 럭셔리(수출 모델명 엘란트라 2.0 블루)의 판매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해 1월6일부터 14일까지 미국 45개 주 89명의 현지 딜러에게 문의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딜러들은 아반떼 S16 럭셔리의 경우 1단계로 미국 현지법인에서 공급하는 할인가격이 대략 1500달러(응답자 평균값)이고 2단계로 자신들이 자체 할인해주는 금액이 1675달러가량이라고 답해왔다. 정가의 최소 20%에 이르는 3175달러가량이 할인된 수준에서부터 가격 협상이 시작되는 셈이다. 1년 전 조사이지만 판매 경쟁이 치열한 현지에서는 아직도 이런 방식으로 국산차가 팔리고 있다고 박 의원 쪽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대리점 위탁판매를 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은 딜러에게 차량 소유권을 넘기는 방식이어서 차이가 있으며, 국내에서도 차종별 할인 정책을 펴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가판매가 자칫 시장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거래법이 금지하고 있는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해당하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대리점 간의 거래가 매매가 아닌 위탁판매 방식이어서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이지만, 박 의원은 “매장 전시용 차량의 반품과 대금 결제 방식, 기획 판촉 비용의 대리점 부담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순수한 위탁판매인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고 공정위가 자의적 판단을 내렸다”고 맞섰다.
공정위는 2007년 딜러들의 가격할인 금지를 강제한 벤츠코리아에 시정 조처를 내린 바 있다. 당시 벤츠코리아는 판매가를 각 딜러에게 통지하고 이를 어기면 페널티를 부과해 문제가 됐다. 이 역시 수입차와 국산차의 판매 방식 차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만, 소비자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현대·기아차가 국내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발판으로 국내 판매 차값을 가파르게 올려온 데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이 밑바탕에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2011년식 신형 쏘나타(YF) 프라임(자동변속기 기준) 가격은 2345만원이지만, 2000년식 EF쏘나타 2.0 DLX 자동변속기 모델은 1482만원으로 10년 새 가격 인상률이 58%에 이른다. 아반떼의 경우 미국 판매가격이 지난 10년간(2000~2009년) 23% 오른 데 비해 국내 판매가는 75%나 급등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차량 판매가격을 좀 낮추는 등 국내 소비자에 대한 배려를 통해 신뢰도를 높인 상황에서 제도를 시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이젠 사람들이 한나라 안찍는다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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