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5
지엠 ‘크루즈5’ 시승기
‘5’. 한국지엠(GM)한테 요즘 남다를 숫자다. 5월에 쉐보레 브랜드를 내건 5번째 신차를 내놨는데, 이름이 ‘크루즈5’다. 기존 세단모델인 크루즈(옛 라세티 프리미어)에다가 문짝 5개를 달아 해치백 스타일로 내놓으면서 붙인 이름이다.
크루즈5 신차발표회가 있던 지난달 23일 마이크 아카몬 사장을 비롯한 한국지엠 임원들은 가죽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했다. 젊은 층을 겨냥한 스포티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다. 크루즈5의 옆모습은 역동적인 쿠페와 닮았다. 뒷모습에선 413ℓ나 되는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눈에 띈다. 뒷좌석을 접으면 자전거도 너끈히 실을 수 있을 것 같다. 앞모습과 비행기 조종석을 본뜬 실내 인테리어 등은 기존 세단 모델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 여의도에서 일산 자동차극장을 오가며 109㎞를 달려봤다. 1.8ℓ급 가솔린 엔진을 얹었는데, 가속 초반보다는 후반이 더 좋았다. 가속페달을 밟았을 때 반응이 다소 느린 편이라서 차량의 달리기 성능을 중시하는 운전자라면 좀 답답할 수도 있을 듯했다. 대신 시속 100㎞/h를 넘어가면 속도에 탄력이 붙으면서 거침없이 내달린다. 엔진 소음도 고속주행 때보다 시속 100㎞/h 아래서 귀에 더 거슬리는 편이었다. 이날 시승차로는 2ℓ급 직접 연료분사 방식의 터보차저 커먼레일 엔진을 장착한 디젤 모델도 투입됐는데, 이 차를 탔던 다른 기자들은 주행 성능에 높은 점수를 줬다. 최신 전자식 주행안전제어 장치(SESC)가 차체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인지, 코너를 돌 때의 안정감이나 핸들링도 정교했다. 가솔린 차량은 최대출력 142마력에 연비는 13.7㎞/ℓ이고, 디젤 차량은 최대출력 163마력에 연비 15.9㎞/ℓ다.
사실 크루즈5는 내수 시장보다는 유럽 수출을 노린 차다.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선 준중형 이하급에서 해치백 판매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골프 정도를 빼면, 국내에선 아직 해치백이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현대자동차 아이(i)30은 5월 겨우 152대 팔렸고, 한국지엠이 지난 3월 출시한 소형차 해치백 아베오도 두달 동안 540여대밖에 팔리지 않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현대차가 지난달부터 새로 선보인 엑센트 해치백 모델(엑센트 위트)도 전체 엑센트 판매량 가운데 17%가량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크루즈5를 비롯해 다양하게 쏟아지는 해치백 모델을 향해 국내 고객들은 언제쯤 마음을 열기 시작할까? 1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크루즈5의 가격은 가솔린 모델 1701만~1948만원, 디젤 모델 2050만~2236만원이다. 황예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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