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재동에 있는 현대기아차그룹 사옥. 한겨레 자료사진.
납품업체 “단가인하에 재고 비용도 떠넘겨”
현대쪽 “일방적 인하 없었다”
현대쪽 “일방적 인하 없었다”
현대자동차는 2002~2003년 두 차례에 걸쳐 ‘클릭’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 26곳의 789개 부품에 대한 단가를 일률적으로 3.2~3.5%씩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07년 협력업체들의 경영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납품단가를 인하했다며 현대차에 과징금 16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지난 7일 현대·기아차와 현대모비스 구매총괄본부를 전격 조사하고 나선 것은 이런 관행이 지금까지도 개선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29일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1585개 1차 협력업체와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협약’을 맺은 바 있다.
그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차값 할인과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협력업체들과 수시로 원가절감(CR)을 위한 협의를 벌여왔다. 일반적으로 신차가 나오면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주기로 계약을 맺으면서 해마다 일정 비율로 단가를 낮추도록 정하고 있는 데, 그때마다 원가절감 필요성을 들이밀면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 들어선 현대·기아차 주문 물량이 계속 늘면서 과도한 수준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이 때문에 협력업체들의 불만이 고조됐다는 게 자동차 부품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한 협력업체 관계자는 “납품단가 인하뿐 아니라 입고된 부품이 조립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상 등 모든 관리 비용을 협력업체에 떠넘기기도 한다”며 “원청업체로부터 설비와 연구·개발 등에 대한 투자까지 강요받고 있어, 단가 인하 요구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대차는 국내 생산공장에 납품하는 업체들뿐 아니라 미국 공장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에 대해서도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문수 한국자동차공업협동조합 전무는 “동반성장이 강조되는 분위기에서 원청업체가 기존에 약속된 사항 외에 과도하게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공정위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쪽은 “원가 인상 요인이 발생하면 협력업체와 수시로 협의를 하지만 일방적으로 단가 인하를 요구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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