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카마로
요즘 주가를 한창 올리고 있는 영화 트랜스포머 시리즈 주인공 ‘범블비’를 하와이에서 렌트로 시승해 보았습니다. 쉐보레 카마로 이야기입니다. 꼭 시승해보고 싶은 차였죠. 렌트카업체 중 허츠에는 국내에 출시된 사양이라는 카마로 SS버전이 있었는데 워낙 인기가 있어서인지 날짜 맞추기가 힘들었습니다. 결국 카마로 SS는 포기했구요, 알라모 렌터카에서 빌렸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하와이 알라모 렌터카에는 쉐보레 카마로 뿐 아니라 포드 머스탱, 닷지 챌린저가 모두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메리칸 머슬 3총사가 모두 구비된 셈인데요, 배기량은 와르릉 거리는 머슬카보다는 작지만 이런 차를 모두 구비한 것이 렌터카 회사로서는 단순한 일은 아니죠.
쉐보레 카마로의 첫 모습은 만화나 영화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그 모습이었습니다.
렌트한 카마로는 고 배기량은 아니었고 좀더 대중적인 3.6리터 버전입니다. 카마로에 대해서는 편견이 있죠. 여러 면에서 상당히 거칠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실내에 타고 있으면 조용하고 승차감도 부드럽습니다. 엔진의 카랑카랑함과 원초적인 느낌이 그대로 실내에 들어오지 않을까 했는데, 조용하고 부드럽게 완화되어 유입되더군요.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바깥에서 엔진소리를 들으면 3.6리터도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고 배기음을 듣기 위해 자꾸 엑셀을 깊게 밟게 됩니다. 배기음도 으르렁거린다기 보다는 카랑카랑한 음색입니다. 실내는 많이 단순합니다. 많은 것을 생략한 느낌입니다. 뭐랄까요.컨셉카 같은 느낌? 컨셉카가 그렇죠. 미래의 차를 두고 디자인을 하다보니 세련되기는 하지만 단순화되고 생략된 느낌이 많죠. 카마로가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싼티 나게 생략된 느낌은 아니고 평범하지 않은 단순함이라고 할까.
시야가 일반차에 비해 좁습니다. 전방 측면 후방의 창 모두 각 필러부분이 두꺼워서인지 시야폭이 좁습니다. 사이드 미러도 디자인을 살리느라 그랬는지 시야각이 작은 편이구요. 디자인을 중시한 차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닛과 휀터 부분이 튀어나온 것이 느껴질 만큼 운전석에 앉았을 때 차의 크기와 무게감이 상당합니다. 생각보다 큰 차를 탄 느낌이죠. 근육질의 무언가를 조종하는 느낌이 좋습니다.
6단 기어에 핸들 뒷편에 + – 표시가 되어 있는 작대기가 얌전히 박혀 있습니다. 시프트 패들이죠. 이 작대기는 그냥 붙어있고 뒷편에 기어시프트용 버튼이 준비되어 있더군요..
기어봉을 통해서는 메뉴얼 모드가 조작 불가합니다. 오직 핸들 뒤의 시프트 버튼을 통해야만 하는데, 메뉴얼 모드로 변경하면 스포츠 모드로 전환되고 핸들 뒤 버튼을 통해 수동 조작을 하면 됩니다.
스포츠 모드 같은 경우 고알피엠을 많이 쓰는데 엑셀을 보통 수준으로 밟았을 땐 큰 차이가 없다가 엑셀을 깊게 밟았을 때는 알피엠이 쭉 올라가며 저단으로 전환하면서 달릴 준비를 합니다. 왕왕 거리는 맛이 느껴지는데, 사실 엑셀 반응은 조금 둔감한 편입니다. 즉각적이고 강한 반응보다는 부드러움에 중점을 둔다는 느낌이랄까. 때문에 독일차들과는 달리 스포츠모드에 두고서도 엑셀을 살살 밟으면, S모드인지 D모드인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시야각이 좁은 탓으로 운전할 때 독특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마치 오락 기계에 앉아 오락 화면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뭐랄까요. 차와 내가 완전히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라기 보다는 내가 조종자가 되어 차를 기계로 다루고 있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뭐가 좋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개인 취향이니까요, 그래도 전 차와 제가 하나 되는 느낌을 좋아합니다만.. 제3의 눈으로 흥분하지 않고 차를 다룸으로써 좀 더 이성적으로 테크니컬한 운전을 하게끔 유도할 수 있다는 느낌도 있네요.
몰다 보면 엑셀 응답은 좀 느린 감이 있지만 차가 초반에 확 치고 나갈 수 있게 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차의 차의 무게감이 느껴지더군요. 그냥 무거운 게 아니라, 코너를 공략한다거나 브레이킹 한다고 했을 때, 무게로 인한 관성을 무시하면 안되겠구나 하는 느낌이랄까, 아무래도 부드러운 하체 때문인 것 같습니다. 스포츠카들이 보이는 특성, 예를 들면 핸들을 이리저리 휘둘렀을 때 차가 쫀득쫀득하게 따라붙는 느낌을 찾기는 힘들더군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세단이라고 우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승차감을 갖추고 있습니다. 2열 좌석은 문이 2개인 것만 불편할 뿐 좌석으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딱딱하고 타이트한 스포츠카 성향으로 니치마켓을 공략하기 보다 큰 시장을 대상으로 많은 이들에게 팔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트렁크 입구가 참 작죠.
카마로를 시승하면서 내내 성능에 대한 감흥 보다는 미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차를 타는 것, 또 영화 속에 나왔던 차를 타본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속에 쉐보레 카마로만 나온 것은 아닙니다만 이 만큼 큰 비중을 갖고 강렬한 인상을 준 차는 많지 않죠. 그런 차를 직접 몰면서 특별한 감흥을 얻는 게 카마로를 시승하는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똑같은 놀이공원이지만, 디즈니랜드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어떤 것이 있습니다.
똑같은 축구화인데, 박지성 버전, 베컴 버전만이 선사해줄 수 있는 어떤 특별함이 있죠.
똑같은 농구화인데, 에어조단 시리즈를 신었을 때 왠지 점프력이 상승한 것 같은 즐거운 착각에 빠지기도 합니다. 실제 이런 것들이 많이 팔리고 인기를 누리고 있잖아요. 누구나 ’뭔가 특별한 어떤 것’에 의미를 두고 가지기 원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카마로는 충분히 매력을 갖춘 차라고 할 수 있죠. 운동 성능은 아마 나중에 8기통 짜리를 타보게 되면 잊지못할 감흥까지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 솔직히 3.6 버전은 ‘그냥 뭐 그렇네’ 수준이었거든요. *
최욱 객원기자
기대한 만큼은 아니지만 바깥에서 엔진소리를 들으면 3.6리터도 나름대로 매력적입니다. 창문을 열어 놓고 배기음을 듣기 위해 자꾸 엑셀을 깊게 밟게 됩니다. 배기음도 으르렁거린다기 보다는 카랑카랑한 음색입니다. 실내는 많이 단순합니다. 많은 것을 생략한 느낌입니다. 뭐랄까요.컨셉카 같은 느낌? 컨셉카가 그렇죠. 미래의 차를 두고 디자인을 하다보니 세련되기는 하지만 단순화되고 생략된 느낌이 많죠. 카마로가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싼티 나게 생략된 느낌은 아니고 평범하지 않은 단순함이라고 할까.
쉐보레 카마로
쉐보레 카마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