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테리아/‘쏘나타 날다’ 터보GDi 모델 시승기
며칠 전 현대차가 전격적으로 쏘나타 터보를 내놓고 기존의 2.4GDi 모델을 단종했다고 알려드렸지요. 그 쏘나타 터보를 실제로 몰아보았습니다. 바로 1998cc 짜리 세타 2.0 터보 GDi 엔진이죠. 출력이 271마력까지 올라가고 최고토크는 37.2kg.m입니다. 더욱이 최고토크가 1750 rpm에서 4000 rpm까지 플랫으로 유지되니 그 힘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겠죠.
터보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2.0 가솔린 엔진이 271마력이라는 건 보통 출력이 아닙니다. 뻥 마력이라는 얘기도 나올 법 하지요. 독일의 터보엔진을 보면 2리터급이 대체로 200~220마력 정도를 내는 수준입니다. 2리터급으로 가장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은, 제가 기억하기로는 일본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에 탑재된 터보엔진으로 290마력을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쏘나타의 터보 방식은 터보 중에서도 진화한 형태입니다. 4기통 트윈스크롤 방식이어서 배기통로를 1-4번째 실린터와 2-3번 실린더를 구분해 터빈을 돌리게 합니다. 기존의 터보차저는 번갈아 배출되는 배기 가스가 서로 간섭현상을 벌여 효율이 떨어졌는데, 이렇게 배기 경로를 구분함으로써 효율을 더욱 높이게 됩니다. 엔진에 일가견이 있는 BMW나 아우디 같은 업체들이 주로 쓰는 터보 방식이죠.
이런 쏘나타 터보의 터보 효과는 차에 올라 엑셀을 밟으면 바로 느낄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차가 붕붕 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현대차가 마련한 시승구간은 서울 북쪽의 자유로와 인근 임진강 주변 도로였는데, 사실 이런 강력한 힘을 가진 차를 타면 마구 달리고 싶은 욕망을 바로 느끼게 되죠. 시승차는 마침 페들시프트를 포함한 스포츠 패키지까지 장착돼 있어 이런 충동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차가 나는 것 같다는 표현의 의미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힘이 좋아 엑셀을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내달립니다. 시속 100km 정도는 잠깐이면 지나버리고 200km까지도 수직 상승합니다. 계기판 상의 속도는 260km까지 표시돼 있는데, 안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말씀드린다면 이 정도 속도까지도 도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반면, 차가 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차체가 상당히 가볍게 느껴진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넘치는 출력에 비해 차체나 그밖의 장치들이 이에 맞게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쏘나타 터보의 무게는 1520kg으로 터보를 얹으면서 105kg 정도 무거워졌습니다. 이에 비해 출력은 무려 100마력 이상이 높아져 사실 마력당 무게비는 비교할 수가 없죠. 웬만 해야 하체의 골격이 이런 힘을 감당할텐데 말입니다. 쏘나타 터보의 제로백은 7초라고 합니다.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는 가장 빠른 것이 7.4초 정도로 나왔고 대체로 8초대를 기록했습니다. 측정 상황의 차이가 좀 있기 때문이겠죠. 거의 직선에 가까운 가속선을 그리는 것이 눈에 띄는군요.
쏘나타에 앞서 선 보인 기아차의 스포티지R TGDi에서도 나온 평가이지만, 이 때문에 높은 속도에서의 거동이 다소 불안한 면이 제법 있었습니다. 고속에서 좌우 롤링이 비교적 잘 억제되어 직진 안정성은 뛰어난 편입니다. 이런 성능을 비교할 때 흔히 서스펜션이 단단한 독일 차들을 많이 인용하는데, 실제로 서스펜션이 독일차보다는 약간 부드러운 쏘나타의 특성이 고속 주행에서는 불안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고속에서 미세하게나마 각도를 틀면 그 불안함이 증폭됩니다.
이건 차에 대한 전략과 개념의 문제여서 꼭 쏘나타 터보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국내 실정으로 이런 고속주행이 이뤄질 경우는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략 150~170km 정도의 주행에서는 이런 불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브레이크 디스크의 직경을 키워 터보 출력이 맞췄는데, 역시 아주 속도를 높인 상태에서 브레이킹을 하지 않는 이상 안정적으로 차를 세웁니다. 몇 차례 고속에서 브레이킹을 시도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시속 100km 중반대까지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그 이상에서는 도로의 상태에 따라 핸들이 미세하게 이리 쏠리기도 하고 저리 쏠리기도 하더군요. 당연한 얘기지만 차선을 바꾸면서 브레이크를 건드리면 그 쏠림이 조금 더 나타납니다.
계기로 측정해본 결과 시속 100km에서 브레이크를 꽉 밟으면아 정지하는데 3.97초 약 44미터 정도 진행하다가 멈췄습니다.
고속 코너링에서는 자세제어장치의 개입이 약간 늦다는 느낌도 들었는데, 너무 급하게 주행을 즐기려고 하지 않는다면 크게 문제가 없을 수준입니다.
이런 스포츠성 고속 주행은 사실 일상에서 경험할 일이 별로 없죠. 이런 것들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터보를 얹은 쏘나타가 표방하는 차의 성격이 이런 점들을 부각하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사실 쏘나타는 전형적인 중산층 패밀리카입니다. 그래서 가족들을 편안하면서도 안전하게, 가끔은 좀 빨리 이동시키면서도 차량 관리와 운영이 편하고 경제적인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죠. 거기에 2.4GDi 버전을 종료하고 터보 버전을 내놓았는데 이 강력한 힘을 중산층 패밀리카의 컨셉과 어덯게 맞춰가는가 하는 것이 좀 애매한 측면이 있습니다.
터보 모델은 힘과 민첩함이 이전에 비교가 되지 않지만 연비는 조금 낮습니다. 2.0 MPi와 하이브리드, 터보 버전을 비교해 보세요. 맨 오른쪽이 터보 연비인데 12.8km/리터입니다.
실제 운전하면서 트립컴퓨터상에 나타난 평균연비는 리터당 10km를 조금 넘는 선이었습니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터보 버전을 설명하면서 단순히 “스포츠성을 높였다”라고 강조하기는 썩 마땅하지는 않습니다. 쏘나타의 경우 BMW처럼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해온 모델도 아니죠. 또 터보 버전을 내놓으면서 2.4GDi 버전을 종료하면서까지 이쪽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한다는 방침인데, 현대차나 기아차의 마케팅 팀이 이런 부분을 조금 정교하게 다뤄야 할 것 같네요.
이제 쏘나타의 라인업은 2.0 MPi 모델과 하이브리드, 2.0 터보 GDi 모델로 재구성됐습니다. 기존에 2.0과 2.4GDi만으로 돼 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것이죠. 쏘나타는 이번 터보 버전을 내놓으면서 2012년형으로 약간의 페이스리프트를 감행했는데, 전체적으로 모습에 변화를 느낄 만큼 많이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LED 룸램프를 적용한다거나 18인치 알로이휠을 스포츠 패키지에 적용하고 글로브박스 쿨링기능과 오토디포그시스템을 넣은 정도.
외관상으로는 18인치 알로이휠을 스포츠 패키지에 넣고 라디에이터 그릴 모양을 바꾸고 리어램프를 조금 더 꾸민 정도입니다. 그릴을 크롬과 회색의 무광톤으로 처리했는데 2.0MPi 모델은 이렇게 바꾸고 터보 모델은 약간 사나운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그대로 두었다고 합니다.
쏘나타 터보는 힘이 넘칩니다. 271마력이라는 수치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얘기는 차지하고서라도 차가 잘 달리다 못해 나는 느낌을 줄 정도죠. 이제 국내에도 터보엔진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음을 실감하게 합니다. 차의 본질 중 하나인, 경쾌한 운전의 즐거움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아주 반가운 소식입니다. *
글 이홍동 기자
차가 나는 것 같다는 표현의 의미는 여러가지입니다. 우선 힘이 좋아 엑셀을 건드리기만 하면 바로 내달립니다. 시속 100km 정도는 잠깐이면 지나버리고 200km까지도 수직 상승합니다. 계기판 상의 속도는 260km까지 표시돼 있는데, 안전성 여부와 관계없이 말씀드린다면 이 정도 속도까지도 도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 반면, 차가 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차체가 상당히 가볍게 느껴진다는 의미도 갖습니다. 넘치는 출력에 비해 차체나 그밖의 장치들이 이에 맞게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잘 서지 않습니다. 쏘나타 터보의 무게는 1520kg으로 터보를 얹으면서 105kg 정도 무거워졌습니다. 이에 비해 출력은 무려 100마력 이상이 높아져 사실 마력당 무게비는 비교할 수가 없죠. 웬만 해야 하체의 골격이 이런 힘을 감당할텐데 말입니다. 쏘나타 터보의 제로백은 7초라고 합니다. 실제로 측정해본 결과는 가장 빠른 것이 7.4초 정도로 나왔고 대체로 8초대를 기록했습니다. 측정 상황의 차이가 좀 있기 때문이겠죠. 거의 직선에 가까운 가속선을 그리는 것이 눈에 띄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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