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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우아하면서 투박하고, 사나우면서 실용적인 푸조508

등록 2011-08-09 15:22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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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조는 한국 소비자들한테 어떤 이미지일까요? 우선 국내에 나와 있는 거의 유일하게 프랑스 브랜드라는 점이 부각될 테죠. 단순히 프랑스 차다, 이런 건 아닐테고 프랑스 차인 만큼 프랑스다운 특징, 이를 테면 감성적으로 좀더 부드럽고 우아하고, 그리고 디자인과 같은 부분에서 ‘프랑스’ 다운 그런 느낌이 있겠죠. 르노와 닛산이 뒤섞인 르노삼성 차는 이미 국내차라는 인식이 강하고, 그래서 푸조가 조금 더 프랑스 차라는 느낌이 강합니다. 그 다음 이미지는? 아마도 연비가 아닐까 합니다.

푸조 508은 그런 프랑스의 감성이 그대로 투영된 차라는 선입견이, 실제로 타 보면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안팎의 일관성에 대한 기대가 꺾이는 데서 좌절감(!) 같은 것이 느껴지기고 하죠.

우선 이 차는 푸조에서 자주 얘기하는 것처럼 프리미엄급의 차라고 하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차의 기능에 아주 충실한 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508을 몰아보면서 이 차의 의미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인지 곰곰히 생각하게 합니다. 외모로는 프랑스의 분위기를 마구 내뿜으면서 사람들을 유혹하지만, 실제 타 보면 그와는 전혀 딴 판인, 실용성으로 뒤덮혀 있는 그런 차이죠. 이 둘의 조합은 한편으로는 좌절스러운 점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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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을 보시죠. 푸조 차들은 사자의 좌우로 쭉 찢어져 올라가는 눈매나 갈기를 연상시키는 듯한 분위기에 매우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인데 508은 그런 것과 좀 다릅니다. 많이 얌전해지고 우아해졌죠.


가장 우선순위를 둔 것은 프런트 오버행의 길이를 줄여 확보된 공간을 휠베이스와 차량의 후면부로 적절하게 분배하는 부분이었다는군요. 이 때문에 내부 공간이 더 확보됐습니다.

외관 분위기는 프리미엄 세단에 걸맞다고 할 수 있죠. 선과 면이 부드럽고 디테일이 짜임새가 있습니다. 푸조는 3000cc 이상의 차를 생산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사실상 이 차가 기함급에 속하는 것이죠. 적어도 외관 디자인에서는 푸조이면서 고급스런 느낌을 주는 승용차를 원하는 고객 니즈에 맞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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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테일램프 디자인은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하네요.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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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위기는 인테리어로 가면 약간 달라집니다. 인테리어의 분위기는 간결함과 소박함 그 자체입니다. 부분 부분 디테일이 돋보이는 곳도 있는데 특히 실내등의 디자인은 상당히 화려합니다.

센터페시아는 공조와 멀티미디어 모니터로 간결하게 돼 있는데, 컵 트레이가 모니터 위에 있어 모니터를 보거나 작동하는데 방해되는 감이 좀 있더군요.

이 차의 특징은 뭐니뭔니 해도 eHDi 엔진과 MCP 미션입니다. 고연비를 위한 최적의 조합이라고 푸조가 자랑하는 파워트레인이죠. 시승차는 쏘나타보다 약간 무거운 중형세단인데도 1.6리터 엔진을 달았는데 힘이 모자라지는 않습니다. 112마력에 27.5kg.m(오버부스트 29.0kg.m)를 나타내는데 순간 가속 때 힘의 집중력이 두터우면서도 아주 괜찮습니다.

차에 시동을 걸어보면 왜 이 차가 프리미엄이 되기 어려운지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놓으면 강력한 엔진을 갖춘 디젤 차의 특징이 여과없이 드러나 프리미엄 세단이라기에는 좀 투박합니다. 물론 방음이 잘 돼 있어 차 안에 앉아 있으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여느 프리미엄 차와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기어 노브를 A에 놓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잠시 뜸을 두고 전자 브레이크가 풀리고 무겁게, 아주 무겁게 차가 움칠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과정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 이 차가 거동이 예사롭지 않겠구나 하는 느낌도 줍니다. 달리기 사작하면 3000rpm 정도에서 한 번 울렁거리면서 2단으로, 다시 속도를 높이면 다시 울컹거리며 3단으로 올라갑니다. 이 이후 시프트업에서는 그 만큼 울렁거리지는 않지만 기어가 변환하는 미세한 울렁거림이 느낌으로 전해집니다. 고급감이 살짝 저감되죠.

차량이 스톱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집니다. 브레이크를 밟고 속도가 시속 8km 이하가 되면 자동으로 시동이 꺼지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자동으로 시동이 다시 걸립니다. 스톱 앤 스타트 시스템에서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 뒤 얼마나 빨리 그리고 부드럽게 시동이 걸리는가 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차는 순식간에 시동이 다시 걸립니다. 0.4초만에 걸린다고 하는데… 다른 어떤 자동시동 시스템보다 더 빠르다고 하는군요.

푸조는 연비에 워낙 신경을 쓰다보니 차의 모든 매커니즘을 연비에 집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엔진도 그렇고 변속기도 그렇고, 또 508에는 자동 스톱 앤 스타트 기능도 들어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이 급의 차량에서는 연비가 가장 높습니다. 리터당 무려 22.6km. 상당히 험하게 시승차를 몰았는데도 아래와 같이 연비가 나왔습니다.

푸조
푸조
타이어도 16인치 미쉐린 에너지세이버입니다. 3% 정도의 연비절감 효과가 있다고 하죠.

이 차는 학습과 적응기간이 좀 필요합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든다거나 연비가 높다거나 하는 판단으로 선뜻 구입하셨다가는 초반에 다소 실망하실 수도 있습니다. 스타트 발진에서는 터보 랙이 좀 걸리는 것 같고 기어 시프트업이 거칠고, 중간에 가다 서면 다시 엔진이 멈추고 재시동하는 과정이 걸리적거리고, 이 모든 것이 얌전하고 조용조용한 세단을 몰던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어색합니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시작하고 부드럽게 달리고 부드럽게 돌고 멈추는 다른 세단과는 상당히 다르죠.

가장 난감할 때는 경사길에서 주차를 하거나 약간 좁은 공간에서 좌우를 살피면서 움직일 때입니다. 엑셀을 조금 밟아서는 움직이지 않고 약간 더 밟으면 갑자기 움칠하면서 움직입니다. 20cm 정도 간격을 두고 더 좁히려고 해서는 다른 차와 닿을까 조마조마해 집니다. 경사지에서 일렬 주차를 할 때는 힐 어시스트가 있기는 하지만 자칫 조작을 잘못하면 키스하기 십상이어서 거칠게 브레이크를 밟게 됩니다. 이런 기술을 습득해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학습과 적응기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런 건 출발할 때나 조금 느린 속도로 우왕좌왕 할 때나 느낄 수 있는 것들입니다.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호쾌함이 남다릅니다. 1.6리터임에도 실제로 느끼는 힘이 강력합니다. 언덕길에서 조금만 엑셀을 세게 밟아도 휠이 그냥 돌아갑니다. 회전수가 높지 않은 디젤이어서 최고 출력은 제한적이지만 1750rpm에서부터 최고에 이르는 토크는 힘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을 만큼 속도를 잘 빼 줍니다.

게다가 푸조의 가장 큰 장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핸들링입니다. 차의 움직임이 너무 무겁게 느껴져 중량을 보니 쏘나타와 차이가 나지 않는군요. 단단하게 튜닝된 서스펜션이 네 바퀴를 아주 단단히 붙들고 있어 고속에서나 코너링에서 로드홀딩이 탁월합니다. 마치 두 손과 두 발이 네 바퀴가 되어 도로를 붙들고 달리는 듯한 느낌. 산길과 해안길을 따라 굽이굽이 코너를 돌아갈 때는 푸조가 다져온 하체의 실력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3스포크로 된 핸들 모양도 D자형으로 예사롭지 않죠.

스포츠 모드도 있습니다.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이 모드를 즐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스포츠 모드를 적용하면서 와인딩을 해보면 르망 24시의 자웅을 겨루는 푸조의 명성이 그냥 온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초기엔 기어반응 같은 게 약간 불편하기도 하겠지만 최고의 연비나 성능을 생각하면서 참으라는 애기도 되겠죠. 푸조 쪽에서는 구입한 뒤 1주일 정도만 타면 그런 불편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장담합니다만.

이 차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개성이 강한 소비층이겠죠. 프랑스, 패션 등을 생각하는 세련된 감각의 소비층, 그러나 이 차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것에만 머물지는 않습니다. 달리기에는 과감하고, 지독하리 만큼 실용적입니다. 조금 신경을 쓰면 한 번 주유에 1100km는 무난하게 달리는 차가 적어도 중형급에서는 국내에 없습니다. 하이브리드보다 연비가 분명히 더 높습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유혹하고 속으로는 노랭이 같은 차, 이 절묘한 배합이 508의 매력입니다.*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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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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