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하루 아리야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
방한한 모토하루 수석 엔지니어
일본 도요타는 최근 2~3년 간 침체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도요타의 생산 거점 중 하나인 타이의 최근 물난리는 별개로 치더라도 지난 2009년 이후 반복된 무더기 리콜은 도요타의 판매실적에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3일 7인승 미니밴 ‘시에나’ 시승행사 참관 차 방한한 모토하루 아리야(사진) 도요타 수석 엔지니어를 시승행사 뒤 만나 대규모 리콜 사태의 배경을 물었다.
모토하루 수석 엔지니어는 “한 협력사에서 납품한 결함 부품이 여러 차종에 들어가는 탓에 무더기 리콜 사태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 2009년 11월 렉서스와 캠리 등에서 나타난 대표 리콜 사유는 운전석 바닥 매트가 말려 올라가 브레이크와 가속 패달을 덮는 현상과 브레이크 작동 오류였다. 그가 말한 결함 부품도 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하지만 모토하루 수석 엔지니어가 전한 리콜 사태 발생 이후 도요타의 접근은 개인보다 집단 가치를 중시하는 일본 기업 특성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었다. ‘무더기 리콜이 협력사 때문이냐’는 질문에 일단 “납품 부품을 승인해 준 도요타의 책임이 크다”고 말한 그는, 리콜의 원인에 대해 다시 “모두 열심히 일을 안 해서거나 고의로 문제를 야기한 것이 아니라 프로세스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리콜의 책임을 특정 협력사 혹은 특정 담당자에 묻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는 이 대목에서 도요타의 경영철학을 언급했다. “도요타는 ‘사람은 보물’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고, 협력사와도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까지 간다는 게 기본 방침이다.” 실제 결함 부품을 납품한 협력사와도 여전히 거래를 이어가고 있고, 리콜과 관련해 별도의 대규모 문책성 인사는 없었다고 한다.
모토하루 수석 엔지니어는 “리콜 사태 이후 품질 점검 부서의 힘이 세졌다”며 “최고품질책임자(CQO)팀을 중심으로 설계, 제조, 판매, 서비스 등 전 분야의 주요 포스트마다 품질 담당 책임자를 배치했다”고 강조했다. 고객의 불만을 더 잘 청취하기 위해 긴급 시장 대응팀도 새로 조직됐다고 그는 전했다. 춘천/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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