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10년 새 11배
점유율 0.72%→8% 성장
‘배기량 2ℓ 미만’ 비중 42%
점유율 0.72%→8% 성장
‘배기량 2ℓ 미만’ 비중 42%
“수입차 샀다는 말을 내놓고 하기 힘든 분위기였죠. 딜러들도 고객 명단을 기밀문서처럼 관리할 정도였으니깐….”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가 전하는 수입차 시장 초기의 사회 분위기는 이랬다. 수입차가 처음 들어온 1987년 1월 이후 한동안 수입차는 외화낭비나 과소비, 사치풍조를 떠올리게 하는 아이콘이었다. 과세당국에서 수입차 보유자들을 중요 세무조사 대상으로 올려놨다는 것은 당시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여겨졌던 수입차 국내 시장이 최근 수년째 눈부신 속도로 커가고 있다. 지난 10월 말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점유율은 8.0%로 올해 들어 모두 8만7928대가 팔려나갔다.
10년 전인 2001년 점유율은 0.72%, 판매대수는 7747대에 그쳤다. 불과 10년여 만에 11배가량 성장한 셈이다. 한국수입차협회는 내년엔 수입차 신규 판매가 올해 대비 12% 성장한 11만9000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보다는 성장폭이 경기 둔화 등의 영향으로 줄어들겠지만 성장세는 이어간다는 것이다.
최근 수입차 성장을 이끈 동력은 배기량 2ℓ 미만 소형차다. 지난 10년간 수입차 시장의 중심은 2ℓ 이상~3ℓ 미만 중형차였다. 2001년 배기량별 판매현황 자료를 보면, 전체 수입차 판매대수의 절반가량인 48.4%가 2ℓ 이상~3ℓ 미만 중형차가 차지했다. 그 이후 중형차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소형차의 비중이 증가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소형차가 중형차 판매를 앞질렀다. 10월 말 현재 소형차 비중은 42.1%로 거의 절반에 이른다.
소형차 강세 현상은 수입차 업계의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베엠베(BMW)는 이런 추세의 최대 수혜자다. 베엠베는 2005년 소형차 브랜드 ‘미니’를 국내에 들여온 이후 라인업을 확대해가며 수입 소형차 시장의 강자로 올라섰다. 미니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모두 3584대가 팔렸다. 베엠베코리아 관계자는 “2005년 미니 브랜드 한 차종을 들여온 이후 소형차 시장의 성장을 예상하고 전 라인업을 다 들여왔다”며 “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 역시 소형차 ‘골프’ 모델을 앞세워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폴크스바겐은 소형차만 1만대 이상 팔아치우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3위에 올랐다. 이 회사는 불과 5년 전만 해도 전체 22개 브랜드 중 7위였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국내 베스트 셀링카가 베엠베의 5시리즈나 벤츠의 이(E)클래스와 같은 중형 세단일 정도로 국내 소형차 시장의 확대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앞으로 소형차 시장 확장은 더욱 가파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시장의 급성장은 국내 자동차 업계에도 적지 않은 자극제가 되고 있다. 세단에 무게중심을 크게 두던 현대·기아차가 점차 박스카(레이)나 해치백(i30), 왜건형(i40) 신차를 잇달아 내놓고 있는 것도 다양한 라인업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수입차 행보와 무관치 않다. 현대·기아차 쪽은 “세단 외의 수입차 모델들도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며 “현대·기아차로선 국내 시장에서 먼저 국외 시장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볼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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