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출시된 일본 도요타의 7인승 미니밴 ‘시에나’(사진)가 여러모로 눈길을 끌고 있다. 도요타가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을 처음 들여온 것인데, 마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두고 논란이 벌어진 터라 더욱 화제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국내 미니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파급력을 낼지도 관심거리다. 지난 3일 시에나를 직접 몰아봤다.
코스는 서울 서초동에서 출발해 춘천고속도로와 46번 경춘 국도를 경유하는 총 105㎞ 구간을 택했다. 미니밴이라는 점을 고려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승차감을 느껴봤다.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들리지 않았고, 코너링도 무난했다. 2열이나 3열에선 편안함을 충분히 느낄 만했다. 다만 핸들은 다소 가벼워 보였고 가속 탄력도 조금 더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대해 한국토요타 쪽은 “패밀리 밴으로서의 성격을 고려해 설계가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럭셔리 패밀리 밴’을 내세우는 만큼 내·외관은 후한 점수를 줄 만했다. 상당히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전면 범퍼 위쪽으로 양끝에 넓게 두른 크롬 장식이나 내부의 오토만 시트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오토만 시트는 국내 고급 차종에만 들어가는 재질의 제품인데, 앉아보니 우등 고속버스의 안락함을 능가했다. 날렵해 보이는 외관 디자인은 개성을 강조하는 세태를 충분히 반영한 듯했다.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공간 활용도도 패밀리 밴의 장점을 극대화한 것이다. 트렁크 상단 천장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3열 시트를 접고 펼 수 있는데, 3열 시트를 접으면 웬만한 자취생 이사는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정도의 적재공간이 나왔다. 좌석과 좌석 사이에도 작은 여행용 가방을 둘 수 있을 정도의 여유 공간이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는 큼지막한 수납 서랍도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2열 시트에 앉아 시트 옆에 있는 단추를 누르면 다리 받침대가 나오고 뒤로 젖히면 거의 누울 수도 있다. 다만 1열을 제외한 전 좌석에 열선기능이 없고, 텔레비전이나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을 갖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부재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경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