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연10만대 시대… ‘배짱장사’ 접고 서비스 강화
생존 경쟁이 잠자던 곰을 깨우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종종 국내 소비자의 불만을 사왔다. 내수용 차에 수출용 차보다 비싼 가격 책정, 수입차에 견줘 뒤떨어지는 사후 서비스, 차량 결함에 대한 소극적 대응 등에 대해 소비자들이 “국내 소비자가 봉이냐”라는 볼멘소리를 터뜨려왔다. 국내 완성차 시장을 80% 가까이 과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배짱 장사를 하고 있다는 평가도 심심찮게 나왔다.
국내 소비자들한테 무뚝뚝하던 현대·기아차가 올해 들어 조금씩 소비자와의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대표격은 홈투홈 서비스다. 올해 초 첫선을 보인 뒤 6월에 전국으로 확대된 이 서비스는, 고장 차량을 정비사가 직접 찾아가 가져오는 ‘픽업 서비스’와 수리가 끝난 뒤 원하는 장소로 가져다주는 ‘딜리버리 서비스’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 쪽에서 보면, 고장이 날 때마다 힘겹게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던 불편을 덜 수 있다. 비용은 픽업과 딜리버리 각각 2만원이다. 현대차 자체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이 서비스를 사용한 소비자 중 94%가 다시 이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다만 차량 수리 기간에 다른 차를 빌려주는 서비스는 수리 기간이 하루를 넘어설 때에만 제공된다.
현대·기아차는 ‘비포서비스’에도 부쩍 공을 들이고 있다. 아파트 단지나 대형마트 등 소비자 밀집 지역에 찾아가 차를 무상으로 점검해주는 서비스다. 내년엔 전국 주요 도시에 비포서비스 전용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다. 올해 시화정비공장에 40억원 이상 들여 고급스런 분위기로 리모델링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의 ‘어드바이저 제도’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비스센터에 전문 상담가를 배치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예컨대 서비스센터에 입고되는 순간부터 상담가에게 소비자 정보가 전달되고, 상담가는 모든 서비스 과정에 걸쳐 소비자와 대화하며 문제를 풀어간다.
현대·기아차가 전례 없이 사후 서비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수입차에 곁눈질하는 ‘집토끼 다잡기’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수년째 국외 시장에선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선 수입차의 거센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수입차 브랜드는 최근 10년 새 11배 이상 성장하며 올해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대 문턱에 이르렀다. 현대차가 이달 들어 사상 처음으로 수입차 고객을 대상으로 제네시스 등 현대차 고급 차량 무료 시승 행사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나종덕 현대차 고객서비스팀장은 “올해 수입차 신규 판매가 1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매우 상징적인 변화가 국내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수입차 시장이 커지면서 현대차가 굉장히 큰 자극을 받은 것 같다”며 “특히 국내 소비자들이 준전문가적 식견을 가질 정도로 까다로운 소비자라는 점에서 현대·기아차가 앞마당의 중요성을 앞으로 더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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