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원하면 기술 달라” 강공책
도요타, 친환경차 기술센터 착공
지엠 등은 상하이차와 공동개발
국내업계 “조건 까다로워” 부담
도요타, 친환경차 기술센터 착공
지엠 등은 상하이차와 공동개발
국내업계 “조건 까다로워” 부담
지난 10월 말 일본 도요타는 중국 상하이 부근에 7000억원 규모의 기술센터 착공식을 가졌다. 2013년 준공되는 이곳에선 하이브리드 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등 도요타의 친환경 자동차가 생산되거나 관련 기술이 개발된다. 착공식에 참석한 아키오 도요타 회장은 “도요타가 중국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바로 하이브리드와 전기자동차 기술”이라고 밝혔다.
12일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중국에 친환경 차를 팔려는 완성차 업체들이 암묵적으로 기술 이전을 요구하는 중국 정부에 잇따라 백기를 들고 있다. 업계는 도요타의 이번 기술센터 착공을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도요타는 내년 초부터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고, 2015년쯤부터는 하이브리드차 핵심 부품도 중국에서 만들기로 했다.
이연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지엠에 연말부터 수입 판매될 전기차 ‘쉐보레 볼트’의 주요 기술을 상하이 자동차에 이전하라며 불이행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중국 정부의 강공책에 지엠이 지난 9월부터 상하이차와 공동 기술 개발 등 유화적인 분위기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도 “중국의 산업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지만, 무역 보복 우려 탓에 완성차 업계가 제소 등 적극 대응은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함께 경차 스파크를 플랫폼으로 하는 전기차 개발을 진행중이고, 독일의 폴크스바겐은 2013년 하반기께 중국 합작사인 디이자동차를 통해 하이브리드 자동차 ‘카이리’ 새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혼다와 닛산 등도 합작사를 통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친환경 자동차를 중국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일부에선 주요 완성차 업계의 중국 친환경 자동차 시장 진출이 ‘시장을 원하면 기술을 달라’는 중국 정부의 공세적 산업정책에 완전히 굴복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도요타가 최신 기술은 중국과 공유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년 현지 생산될 프리우스도 이미 2년 전에 세계 시장에 출시된 모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어 대비된다. 현대차 쪽은 “중국은 일반 자동차도 대중화가 완료되지 않았다.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수요를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중국 수출도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점차 높아져 가는 중국 정부의 기술 이전 요구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기아차가 착공 1년이나 앞서 지난달 초 중국 장쑤성 정부와 투자 협의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서둘러 투자협의서를 체결한 것은 갈수록 중국 정부가 현지 투자의 반대급부로 내거는 조건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아차 중국 3공장은 내년 말 착공을 시작해 2014년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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