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이틀간 ‘역견본시’…모비스 지목해 참여 부탁
닛산 이미 시험도입…대지진 여파·국산 신뢰 높아져
닛산 이미 시험도입…대지진 여파·국산 신뢰 높아져
닛산에 이어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로 꼽히는 도요타가 한국산 부품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은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한국산 부품 구애가 한층 발빠르게 진행되는 분위기다.
15일 코트라와 자동차 부품 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 도요타는 이날부터 16일까지 양일간 서울 강남 르네상스호텔에서 국내 자동차 부품회사 40여 곳을 대상으로 ‘역견본시’ 행사를 진행 중이다. 역견본시란 구매자가 필요한 부품의 종류와 제원을 공급 예정자들에게 제시하는 행사를 말한다. 부품 공급망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국내 자동차 부품 업계에선 일본 도요타의 국산 부품 도입을 시간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코트라의 한 관계자는 “도요타가 국내에서 역견본시 행사를 단독으로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번에는 특정 업체를 지목해 꼭 참석해달라고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도요타가 지목한 부품사는 국내 최대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로 알려졌다.
도요타에 앞서 닛산은 지난 10월부터 일본 큐슈 공장에 한국산 부품을 시험 도입한 상태다.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은 지난 9월 현지 언론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인접 국가에서 생산된 부품 공급을 앞으로 확대해나가겠다”며 사실상 국산 부품 도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켄지 나오토 한국닛산 대표는 이날 “내년에는 한국 부품 도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서울에서 열린 ‘한-일 소재·부품 조달 상담회’에는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 업체 11곳이 모두 참여하기도 했다. 이승우 지식경제부 부품소재총괄과장은 “올해로 3회째 열린 상담회에서 일본 완성차 업계가 모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모두 국내 부품사 50개사와 80여건의 상담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말 미쯔비시 자동차와 2억달러 규모의 헤드램프 수주 계약을 맺은 뒤 올해부터 공급을 하고 있고, 올해 들어선 스바루자동차에 리어램프 3300만달러어치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자국산 부품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일본 완성차 업계가 국산 부품에 손을 내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일단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과 지난 9월 타이 홍수 여파가 1차적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구축해놓은 부품 공급망 사슬이 천재지변으로 훼손되면서 부품 공급망 다변화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국산 부품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1~2년새 부쩍 개선된 상품성을 갖춘 차량을 출시한 것도 일본 완성차 업체들이 국산 부품을 달리 보게 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에선 5~6억달러 수준인 대일 자동차 부품 수출 규모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주력산업팀장은 “일본 완성차 업계가 대지진 이후 부품 조달의 이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물류비와 제품의 신뢰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국내 부품 시장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일본 업계 뿐만 아니라 독일의 베엠베(BMW)나 미국의 지엠(GM) 등 여타 브랜드들도 국산 부품 조달을 시작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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