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아자동차는 경기도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기술연구소에서 순수 전기차인 ‘레이 이브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이 차는 국내 최초의 양산용 자동차로 만들어진 전기차로, 1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입됐다. 양웅철(오른쪽) 현대·기아차 연구개발총괄 부회장과 정연국 기아차 국내영업담당 부사장이 레이 이브이의 주요 기능을 설명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제공
국내 첫 양산형 순수전기차
연간 운행비 100만원 줄여
1회 충전에 최대 139㎞ 주행
가격 4000만원 넘어 부담
보조금 없고 충전소도 미흡
민간 판매 2013년 이후로
연간 운행비 100만원 줄여
1회 충전에 최대 139㎞ 주행
가격 4000만원 넘어 부담
보조금 없고 충전소도 미흡
민간 판매 2013년 이후로
기아자동차가 22일 국내 첫 양산형 전기자동차인 ‘레이 이브이(EV)’를 선보였다. 하지만 전기 충전소와 정부 보조금 등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조건들이 갖춰지지 않아 민간 보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기아차는 이날 경기도 화성의 현대·기아차 남양연구소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레이 이브이 발표회와 시승회를 열었다. 레이 이브이의 겉모습은 기아차가 지난 달 출시한 미니 박스카 레이와 같다. 가솔린 엔진 대신 50㎾ 모터와 16.4㎾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한 게 다르다. 친환경 차량으로 분류되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전기에너지와 가솔린에너지를 함께 쓴다면, 레이 이브이는 전기에너지로만 구동되는 순수 전기차다.
레이 이브이는 양산체제를 갖췄다는 점에서 지난해 9월 현대차가 개발한 전기차 블루온과도 구분된다. 일본 닛산의 ‘리프’나 미쓰비시자동차의 ‘아이-미 이브이(I-MI EV)’에 견줄 수 있다. 양웅철 기아차 부회장은 “기아차는 언제든지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향후 다양한 급의 전기차 개발을 통해 그린카 시대를 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2014년에 준중형급인 쏘울, 현대차는 2015년에 아반떼의 전기차 모델을 각각 양산할 예정이다.
전기차는 고유가 시대, 나아가 화석 에너지 고갈 시대의 대안으로 꼽힌다. 레이 이브이만 해도 가솔린 엔진을 쓰는 레이에 견줘 연간 운행비용을 100만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 순수 전기차이다 보니 이산화탄소도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이런 매력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전기차가 활성화되려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먼저 주행 성능이 떨어진다. 레이 이브이는 1회 충전에 최대 139㎞를 주행할 수 있다. 충전 시간은 급속일 경우 25분, 완속일 경우엔 6시간 걸린다. 하지만 주행 중 에어컨이나 히터를 켜면 최대 주행 거리가 각각 30%, 40% 줄어든다. 일산신도시에서 서울 시내로 출·퇴근하는 운전자라면 겨울이나 여름에 최소 이틀에 한번꼴로 충전을 해야 하는 셈이다.
더 큰 장벽은 차 가격이다. 기아차 쪽은 레이 이브이의 출시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4000만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 가솔린 모델에 견줘 3~4배 비싸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일본 등의 정부는 전기차 구매자에게 적지 않은 보조금(세제 혜택 별도)을 주고 있다. 미국의 보조금은 7500달러, 일본은 139만엔, 중국은 6만위안, 영국은 최대 5000파운드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600만원 안팎의 세제 혜택만 줄 뿐, 보조금은 주지 않는다. 김효정 환경부 전기차보급팀장은 “1700만원 수준인 보조금 지급 대상을 내년엔 공공서비스 영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민간 부문엔 보조금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부실한 인프라도 걸림돌이다. 전기차 보급 확대에 필수적인 충전소가 전국적으로 500여개에 불과하다. 전기차를 몰다가 충전소를 찾지 못해 배터리가 소진되면 대책이 없는 셈이다. 견인되거나 기아차가 단 한대 보유 중인 이동식 충전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아차는 양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민간 판매는 2013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 내년엔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에만 2000여대 공급할 예정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