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제네시스 쿠페
‘더 뉴 제네시스 쿠페’ 타보니
출발반응속도·가속력 탁월
승차감·정숙성은 포기해야
출발반응속도·가속력 탁월
승차감·정숙성은 포기해야
‘부우우웅~’
시동음부터 심상치 않았다. 동굴에서 숨죽이고 있는 들짐승들이 내는 울음소리 같았다. 막 앞을 지나치던 한 60대 동네 주민은 호기심이 깃든 시선으로 뒤돌아봤다. ‘더 뉴 제네시스 쿠페’는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에 남다른 시동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 24일 아침 가족과 함께 경기도 평택에 있는 진위천 오토캠핑장으로 출발했다. 일산에서 출발해 자유로와 강변북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지나는 왕복 180㎞가 넘는 거리다. 마침 전날 밤 내린 눈에다 영하 5도가 넘는 강추위에 길은 꽁꽁 얼어붙었다. 운전 경력 세 달에 불과한 기자가 두살배기와 세살배기 아이를 태우고 가기엔 부담스러운 거리이고 날씨다.
운전대는 무거웠다. 몰아본 시승차가 대부분 세단이었던 터라 시동음만큼 빡빡한 운전대도 색달랐다. “저속일 때는 운전대가 매우 무겁기 때문에 주차할 때 (접촉사고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 현대차 직원의 당부가 떠올랐다. 이달 초 몰아본 도요타의 ‘렉서스 지에스(GS)350’보다 조금 더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다. 두 차량 모두 스포츠형 세단을 표방한다. 조심조심 오밀조밀한 아파트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이른 아침이라 도로는 한산했다. 운전 초보임에도 확연히 느껴질 정도의 가속 능력이었다. 특히 신호 대기를 하다 출발할 때 반응속도는 어느 차에 견줘도 떨어지지 않을 듯싶었다. 시속 140㎞ 안팎까지 속도를 올려보니 불안감은커녕 차체가 낮게 깔리는 안정감을 줬다. 고단으로 변속이 될 때마다 음정과 음폭을 달리하며 엔진음은 커졌는데, 시끄러운 소음이라기보다는 ‘살아있는 생명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350마력과 40.8㎏·m의 동력 성능을 제공하는 3.8ℓ 람다 직분사 엔진의 힘일 것이다.
목적지를 2㎞ 앞두고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제설 작업이 되지 않은 눈 덮인길에선 제아무리 강력한 직분사 엔진도 맥을 추지 못했다. 후륜 구동 시스템은 더 치명적이었다. 바퀴는 헛돌고 차체는 제자리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았다. 옆에 탄 아내의 눈엔 불안감이 서렸다. 휙휙 지나쳐가는 싼타페와 아반떼, 카렌스가 부럽고 야속했다. 겨우 20m가량 후진한 뒤 수동 모드로 전환해 1단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은 밟은 듯 마는 듯 하니 간신히 앞으로 나아갔다.
두 시간 가까이 운전하다 보니 아이들이 무척 갑갑해했다. 어린이용 카시트에 앉혀놨는데 여느 차보다 공간이 비좁다 보니 발버둥과 짜증이 심했다. 세살배기 딸아이가 충분히 발을 뻗기 힘들 정도로 운전석과 뒷좌석 간 거리가 좁다. 겨우 달래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루 전날부터 기자를 기다리고 있던 친구가 핀잔을 줬다. “여기까지 어떻게 쿠페를 몰고 왔냐?” 졸지에 생각 없는 아빠, 남편, 친구가 됐다.
뉴 제네시스 쿠페는 현대차의 자존심이 깃든 차다. 값싸고 그럭저럭 굴러가는 차를 만들어온 현대차가 세계 무대에 어깨를 펼 수 있게 한 차다. 물론 람보르기니나 페라리에 견줄 바는 아니다. 하지만 후륜 구동에 강력한 엔진 성능, 날렵한 디자인은 현대차의 기술력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음을 보여준다. 운전하는 맛을 즐기고 싶거나 주목을 받고 싶은 남성 운전자에겐 제격일 듯싶다. 편안한 승차감이나 정숙성을 따지는 운전자라면 거들떠볼 이유가 없다. 가격은 2620만~3745만원이다.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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