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쏘나타 하이브리드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하이브리드 성능개발팀의 박금진 책임연구원(오른쪽부터), 최용각 책임연구원, 신동준 연구원이 하이브리드 차의 경제적인 운전법을 전수하기에 앞서 오산휴게소 주자창에서 자세를 취했다
하이브리드차 경제적 운전법
급가속 대신 탄력 활용한 운전
안전거리 지켜 급제동 줄여야
내리막길 최대한 배터리 충전
크루즈 기능도 연비절감 도움
급가속 대신 탄력 활용한 운전
안전거리 지켜 급제동 줄여야
내리막길 최대한 배터리 충전
크루즈 기능도 연비절감 도움
“연비가 날로 향상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과속·급출발·급정거 등 나쁜 버릇도 없어지네요.”
하이브리드 차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온라인 동호회 게시판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글이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평균 연비를 사진으로 찍어 올리는 ‘인증샷’과 ‘연비 운전법’에 대한 게시물도 앞다퉈 올리고 있다. 도요타는 프리우스·뉴캠리, 현대기아차는 쏘나타·케이(K)5 등 ℓ당 20~30㎞ 사이의 높은 연비를 앞세워 국내 소비자들에게 구애의 손짓을 보내고 있다.
전기모터와 엔진 두 가지 동력을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100% 경제운전법’은 무엇일까? 지난 19일 오후 박금진 현대차 하이브리드 성능개발팀 책임연구원과 함께 쏘나타 하이브리드(공인 연비 21㎞/ℓ)를 타고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서 봉담~동탄 고속도로 오산휴게소까지 왕복 90여㎞를 달려봤다. 이날 운행은 특별히 쏘나타를 비롯해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 차량 성능 개발에 18년을 보낸 박 책임연구원의 조언에 따라 평소 운전습관을 버리고 연비운행에 초점을 맞춰 해봤다. 에어컨은 켜지 않고 연비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달렸다.
“하이브리드 차량을 운전하는 분들은 ‘차를 길들이는 게 아니라 내가 차에 길들여진다’고 많이들 그러세요.” 박 책임연구원은 “하이브리드 차라고 무조건 공인 연비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차의 특성을 이해하고 ‘길들여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하이브리드 차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전기모터와 엔진이 수시로 꺼지고 켜지는 차다. 즉, 공인 연비 또는 그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름을 사용하는 엔진이 작동하는 것을 줄이고, 전기모터 사용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자면 가속페달과 브레이크를 되도록 적게 사용하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출발해서 시내를 빠져나가기 전까지 전기차 모드(EV모드)로 시속 30㎞ 안팎을 유지하며 달릴 때는 순간 연비가 25㎞/ℓ를 넘나들었다. 소음이 없는 상태에서 차는 부드럽게 굴러갔다.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할 때는 엔진이 꺼지며 배기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니 더할 나위 없다.
하지만 309번 지방도로로 접어들어 평소 운전습관처럼 액셀에 힘을 주는 순간 엔진 소음과 함께 연비는 15㎞/ℓ 밑으로 떨어진다. 박 책임연구원은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는 것이 중요하다”며 “급가속 때 바로 엔진 운행으로 전환된다”고 말했다.
도로 사정상 30여㎞의 거리를 시속 40~60㎞로 달리게 됐다. 가속페달에 발을 살짝 올려놓고 떼지 않은 채 가속과 감속을 부드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자동차의 ‘탄력’을 활용하는 데 힘을 쏟은 셈이다. 전기차 모드에 녹색불이 들어오며 순간 연비가 다시 25㎞/ℓ로 바뀌었다.
고속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용인~서울 고속도로를 시속 80~100㎞의 일정한 속도로 달리니 순간 연비는 25㎞/ℓ대를 유지했고, 누적 평균 연비도 22㎞/ℓ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쏘나타의 경우 배터리 충전에 따라 시속 120㎞에서도 전기차 모드 운행이 가능했다. 박 책임연구원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활용해 연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120㎞ 이상의 속도와 빠른 가속력을 원하면 연비는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엔진만 작동시켜 운전할 수 있는 파워모드로 변경하고 시속 120㎞ 이상의 속도를 밟자 연비는 눈에 띄게 떨어진다.
제동할 때 손실되는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으로 돌리는 ‘회생제동’도 중요하다. 박 책임연구원의 조언에 따라 내리막길을 갈 때 가속페달에 올린 발의 힘을 서서히 빼다가 브레이크를 조금씩 나눠 밟았다. 일반 차량의 엔진브레이크 작동을 의도하는 것과 비슷하다. 변속기는 주행 모드(D)를 유지했다. 속도가 줄어드는 동시에 배터리 충전량이 올라갔다. 박 책임연구원은 “내리막길을 벗어나면서 가득 찬 배터리 충전량을 이용해 전기차 모드로 전환해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90여㎞를 왕복하고 난 뒤 평균 연비는 공인 연비를 넘는 22.5㎞/ℓ였다. 연비운전에만 초점을 맞춘 결과여서 실제 운행 때는 개인의 운전습관이나 도로 사정에 따라 결과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 신공’을 매일 갈고닦는 운전자들은 늘 공인 연비 이상의 연비를 낸다고 설명한다.
박 책임연구원의 설명을 종합하면, 하이브리드 차의 성능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며 속도를 유지하고 신호대기·내리막길 등 감속 때는 미리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하는 운전습관을 가져야 한다. 짧은 거리를 달렸지만 연비운전에 집중하다 보니 급가속·급제동의 ‘나쁜 버릇’과 이별하고,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등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는 예상치 못한 ‘덤’도 얻게 됐다.
글·사진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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