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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정의선, 위기의 현대제철 ‘구원투수’ 될까

등록 2012-02-27 21:51

정의선 부회장, 현대·기아차 이어 제철 등기이사 내정
권한 주고 책임 묻는 정몽구식 경영수업…삼성과 대조
지난해 1월 열린 세계 최대 자동차 전시회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대외적으로 현대차 후계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한 행사로 꼽힌다. 정 부회장은 당시 현대차 연설자로 나서 현대차의 새 브랜드 슬로건인 ‘새로운 생각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 머릿속에는 1~2년 새 부쩍 성장한 현대차를 이끄는 40대 초반 젊은 리더십이 각인됐다.

지난 24일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제철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이로써 정 부회장은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에 이어 현대제철까지 현대차그룹 핵심 계열사 모든 곳에서 등기이사 자격으로 의사결정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게 됐다. 이번 현대제철 등기이사 내정은 등기이사 자리를 단순히 하나 더 늘린 의미를 넘어 ‘정몽구식 후계자 수업’의 재연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몽구 그룹 회장은 줄곧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하는 자리를 주고 그에 따른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아들 의선씨를 단련시켜왔다. 일부 재벌그룹 오너들이 자녀에게 권한만 주고, 책임을 지는 자리인 등기임원직은 피하는 것과 대조된다. 대표적으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주요 계열사 어느 곳에서도 등기 임원은 맡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의 첫번째 시험대는 기아차였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 2005년 36살에 불과하던 의선씨를 기아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전격 발령했다. 적자에 허덕이는 데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매각설이 돌 정도로 위기에 빠진 기아차를 책임지고 맡아보라는 취지였다. 재계에선 경영수업치고는 공과를 다 떠안아야 하는 대표이사로 정 부회장을 보낸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디자인 기아’를 내걸어 불과 3~4년 만에 기아차를 현대차그룹 내에 ‘먹지 말아야 했던 사과’에서 ‘형만한 아우’로 위상을 높였다. 그가 2006년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영입을 위해 직접 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오너 아들이라도 기아차에서 실패했다면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며 “디트로이트 무대에 자신있게 설 수 있었던 것도 기아차 성과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타 재벌 2~3세들이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종종 불러일으키는 것과 달리, 정 부회장은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재산을 불려 비판의 도마에는 올랐지만 경영자로서 후계자 자질 시비에서는 한 발 비켜나 있다.

최근 1년간은 활동 반경이 부쩍 넓어지고 있다. 2009년 현대차 부회장이 될 때만 해도 국외 영업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국내 영업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부산 롯데호텔에서 부산지역 영업본부장 등을 대상으로 판매 독려에 나서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되는 한편, 최근에는 국내 마케팅팀에 고급차 이미지 개선을 위한 중장기 계획 수립을 지시하기도 했다. 정몽구 회장은 이정대·윤여철 부회장 등 자신의 측근 인사를 하나 둘 용퇴시키며 정 부회장의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의 경영 활동에 대해 정 회장이 후한 점수를 주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현대제철 등기이사 내정은 정 부회장으로선 새로운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3분기 적자(순이익 기준)에 빠진데다, 올해 실적 전망도 전년 대비 감소할 전망이 우세할 정도로 극심한 업황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철강 기업 중 하나인 포스코가 자회사 매각 등을 포함해 전사적인 비용 절감에 나설 정도로 철강업계는 유럽 재정 위기의 직격탄을 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철강업에 경험이 없는 정 부회장으로선 경영에 책임을 져야 하는 등기 임원으로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 쪽은 정 부회장의 등기이사 내정 배경에 대해 “철강시장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제철의 경영 역량 강화 차원”이라며 정 부회장이 현대제철의 구원투수임을 분명히 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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