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내려 수입차 상륙 가속
현대차, 중대형차 가격 인하
고유가에 디젤차도 판매호조
현대차, 중대형차 가격 인하
고유가에 디젤차도 판매호조
시장의 규칙이 바뀌고 소비자들의 선호가 변하고 있다. 토종 브랜드나 수입 브랜드 할 것 없이 올해 국내 자동차 시장이 어느 때보다 역동적인 변화를 보일 거라고 전망하는 이유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일 서울 강남과 용산, 잠실, 경기 분당, 인천, 부산, 동대구 등 전국 7개 지역에 ‘수입차 비교시승센터’를 열었다. 이곳에는 제네시스와 그랜저, 쏘나타, 아이(i)30, 벨로스터 등 현대차 5종과 베엠베(BMW)528아이(i), 벤츠 이(E)300, 렉서스 이에스(ES)350, 도요타 뉴캠리2.5, 폴크스바겐 골프 1.6티디아이(TDI), 미니쿠퍼 에스이(SE) 등 수입차 6종이 준비돼 있다. 비교시승센터 운영은 달라진 현대차의 품질 경쟁력을 비교 시승을 통해 고객들이 직접 체험하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접근도가 부쩍 높아진 최근의 환경 변화도 고려한 조처다.
지난 15일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앞으로 한층 치열한 양상을 보일 차급은 배기량 2.0ℓ 이상 중·대형 차이다. 모든 수입 차량의 수입 관세가 향후 4년간 종전 8%에서 4% 떨어지고 2016년부터는 완전 철폐되지만, 배기량 2.0ℓ 차급은 여기에다 세금(개별소비세)도 줄어들어 소비자의 실 부담비용이 더 떨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액이 아닌 정률로 떨어지는 만큼 배기량이 클수록 할인폭도 더 크다.
현대차의 비교 시승이 중대형 차종 중심으로 꾸려진 것도 이런 까닭이다. 가령, 그랜저 기본형(2.4 럭셔리)이 3120만원에서 3028만원으로 72만원 떨어졌고, 고급형인 3.3셀레브리티는 4348만원으로 102만원 하락했다. 현대차 중 하락폭이 큰 것은 단연 차값이 가장 비싼 에쿠스(사진)다. 기본형(3.8럭셔리)과 최고급인 5.0프레스티지는 각각 159만원, 259만원 내려갔다. 한국지엠(GM)의 준대형 모델인 알페온도 최대 94만원까지 떨어졌다.
수입 브랜드들은 관세와 개별소비세 인하에 따른 기본 인하분에다 시장 확대를 위해 더 높은 할인을 해주고 있다. 지난 15일 정재형 포드코리아 사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가격 인하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새로 제시한 가격은 기본 인하율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토요타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무관하게 일본에서 생산되는 렉서스 신형 지에스(GS)350 가격을 종전보다 1000만원 가까이 내려서 국내에 출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본사의 전략적 지원 덕택에 가격을 큰 폭으로 내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올해 시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다른 변수는 디젤 차량이다. 애초 국내 시장에서 디젤차는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취향이 뚜렷한 나머지 완성차 회사들도 디젤 차량 내놓길 꺼렸다. 하지만 높은 유가 지속, 기술 발전 등에 따라 디젤차를 바라보는 국내 소비자들의 시각이 서서히 바뀌고 있다. 이런 흐름은 고연비 디젤차를 앞세운 폴크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점차 국내 브랜드들도 따라가는 모습이다.
이런 변화는 통계에서 뚜렷이 확인된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차종별로 가솔린 대 디젤 판매 비율이 8 대 2 수준을 넘지 못한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말부터는 6 대 4까지 디젤 판매 비중이 치솟고 있다. 예를 들어, 중형 왜건인 아이(i)40는 지난해 9월 출시 이후 매월 디젤차가 가솔린차보다 오히려 더 많이 판매가 됐고, 이런 추세는 올해 들어 다소 둔화되긴 했지만 10대 중 1대꼴로 디젤이 팔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나온 준중형차 아이(i)30도 비슷한 판매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시장에서도 디젤 비중이 지난해 처음으로 35%를 넘어설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일방적인 가솔린 선호 취향이 바뀌고 있다”며 “시장 플레이어 입장에선 디젤차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 닛산은 이달 초 일본 브랜드 중 처음으로 국내 시장에 디젤 차량인 올 뉴 인피니티 에프엑스(FX)30디(d)를 내놓았다. 반 디젤 전선을 형성하고 있던 일본 브랜드까지 국내 디젤 시장을 주목한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현대차 에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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