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는 올 1분기(1~3월)를 애초 예상대로 치열한 경쟁 속에 보냈다. 수입차 업계가 가격 인하 등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같은 외부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상대적으로 신차가 적었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내수시장을 수입차 업체들에 내주는 대신 국외 시장에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런 와중에도 수입차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저배기량, 고연비 디젤차 시장 확대는 올 1분기에도 이어져 내수시장의 큰 흐름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인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일 1.7ℓ급 디젤차인 비(B)-클래스 세단을 출시했다. 벤츠코리아 쪽은 “고급차 일변도의 브랜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라고 비클래스 세단 출시 배경을 밝혔지만, 업계의 시각은 자못 진지하다. 한 수입차 브랜드의 고위 관계자는 “벤츠마저 저배기량, 고연비 차 시장에 뛰어든 것은 한국 시장의 경쟁 포인트가 과거와 완전히 바뀐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당장 ‘미니’ 브랜드로 재미를 본 베엠베(BMW)와 골프를 앞세워 내수 시장에서 3위까지 치고 올라온 폴크스바겐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내수 수입차 시장에서 저배기량 차의 비중 확대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불과 3~4년 전만 해도 배기량 3ℓ 이상 대형 세단이 수입 시장의 절반을 차지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내놓은 3월 한 달치 수입차 등록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2ℓ 이하 비중이 48.3%, 2~3ℓ 비중은 32.3%에 이르고 있다. 업계에선 과거보다 수입차 가격이 인하되는 가운데 젊은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선호 경향이 강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가지 예로, 대표적인 준중형 수입차인 폴크스바겐의 골프는 현대자동차의 대표 중형 세단 쏘나타에 견줘 가격 차이가 300만~400만원까지 좁혀진 상황이다. 특히, 골프의 연비가 쏘나타에 견줘 50% 이상 높은데다 사용 연료도 값싼 경유를 쓰는 데 따른 유지비를 고려할 때, 골프의 매력은 가격 차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수 있다.
이처럼 수입차 브랜드들은 고연비, 저배기량 차의 선전에 힘입어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5%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내수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업체별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일단 지난해 쉐보레 브랜드로 갈아타며 신차를 7대나 앞세워 공세를 폈던 한국지엠(GM)은 사상 처음으로 지난달 내수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하는 등 올 1분기에 쾌속 행진을 하고 있다. 쌍용차도 지난해 2월 5년 만에 신차 코란도씨(C)에 이어 지난해 말 신차 코란도스포츠를 출시한 데 힘입어, 올해 들어 꾸준한 판매량 증대를 보이고 있다.
반면, 르노삼성은 끝없는 추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차를 내지 않는데다, 국외 수출처도 마땅히 없는 터라 경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내수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내수시장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하지만 이 회사는 가파른 수출 호조세 덕에 전체 판매량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이 회사는 2분기 중 싼타페와 케이(K)9 새 모델을 내세워 내수시장에서도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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