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에 있는 포드 기술센터에서 로버트 사우터 최고책임자가 포드의 기술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는 “포드는 연비와 품질, 안전 등 세가지 부문의 개선과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안락함과 놀라움을 줄 수 있는 전기장치를 사용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 제공
현지 기술혁신센터 가보니
멀럴리 ‘기술의 민주화’ 전략
체형따라 조정되는 좌석 등
대중화 위한 원가절감 연구
수익성 저하 등 극복이 관건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금융위기 충격 속에서도 정부 구제금융 없이 포드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그 덕택에 멀럴리는 자동차 업계에선 ‘스타 경영인’으로 불린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멀럴리는 요즘 색다른 ‘전략’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 전략은 냉혹한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담한 발상을 담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시에 위치한 포드의 기술혁신센터를 찾았다. 로버트 사우터 기술센터 최고책임자는 취재진에게 포드의 기술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멀럴리가 추진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기술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술 발전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주장은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기술 자체를 민주화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생소하게 들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취재진에게 사우터 최고책임자는 표 한 장을 보여주며, “고급 기술을 고급 차에 먼저 적용한 뒤 점차 아래 세그먼트 차에 적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가 내보인 표에는 포드의 준중형차인 ‘포커스’와 경쟁사의 여러 모델들의 신기술 적용 현황이 담겨 있었다. 그 표를 보면, 포커스엔 대부분 신기술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었지만, 경쟁사들의 경우엔 고급차에는 신기술이 들어가 있으나 일반차에는 옵션으로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우터 최고책임자는 “가장 유용한 신기술은 모든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권을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결국 기술의 민주화는 문자 그대로 새로운 기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소득, 인종, 지역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전략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취하고 있는 전략과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신기술을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고소득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고급 제품에 집중시킨다. 신기술 프리미엄을 제품에 얹어 팔면서 연구·개발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아차는 지난해 개발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을 다음달 초 출시 예정인 최고급 세단인 케이(K)9에 적용했지만, 불과 몇 달 전 출시한 경차 ‘레이’에는 이 기술을 집어넣지 않았다. 기술의 민주화 전략은 신기술 프리미엄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동시에 원가 부담이 적은 신기술 개발에 기술 역량을 집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기술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기술 개발 연구도 이런 전략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가령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조정이 되는 ‘지능형 좌석’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실에선 기존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이 기술을 어떻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즉 원가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지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를 곡물 등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연구실에서도 같은 문제의식 속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기자를 포함해 외부인에게 기술센터를 보여줄 때는 대체로 “최첨단 기술”, 즉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가 됐다. 이와 같은 멀럴리의 색다른 전략이 회사의 수익성 저하 등 부작용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애초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포드가 내놓을 일반 대중차에서도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에스(S)클래스’ 등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술을 상당 부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어본(미시간주)/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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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형따라 조정되는 좌석 등
대중화 위한 원가절감 연구
수익성 저하 등 극복이 관건 앨런 멀럴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2008년 금융위기 충격 속에서도 정부 구제금융 없이 포드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그 덕택에 멀럴리는 자동차 업계에선 ‘스타 경영인’으로 불린다. 올해 말 임기가 끝나는 멀럴리는 요즘 색다른 ‘전략’을 한창 진행하고 있다. 이 전략은 냉혹한 시장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대담한 발상을 담고 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미시간주 디어본시에 위치한 포드의 기술혁신센터를 찾았다. 로버트 사우터 기술센터 최고책임자는 취재진에게 포드의 기술 방향성에 대해 설명하면서 “멀럴리가 추진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라며 ‘기술의 민주화’라는 개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기술 발전이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는 주장은 흔히 접할 수 있지만, 기술 자체를 민주화한다는 이야기는 매우 생소하게 들렸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취재진에게 사우터 최고책임자는 표 한 장을 보여주며, “고급 기술을 고급 차에 먼저 적용한 뒤 점차 아래 세그먼트 차에 적용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가 내보인 표에는 포드의 준중형차인 ‘포커스’와 경쟁사의 여러 모델들의 신기술 적용 현황이 담겨 있었다. 그 표를 보면, 포커스엔 대부분 신기술이 ‘옵션’으로 들어가 있었지만, 경쟁사들의 경우엔 고급차에는 신기술이 들어가 있으나 일반차에는 옵션으로도 포함되지 않았다. 사우터 최고책임자는 “가장 유용한 신기술은 모든 소비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권을 모든 국민에게 부여하는 체제를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결국 기술의 민주화는 문자 그대로 새로운 기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소득, 인종, 지역과 상관없이 평등하게 누릴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런 전략은 기업들이 통상적으로 취하고 있는 전략과 크게 다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신기술을 가격 인상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고소득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고급 제품에 집중시킨다. 신기술 프리미엄을 제품에 얹어 팔면서 연구·개발비를 빨리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기아차는 지난해 개발한 ‘사각지대 경고시스템’을 다음달 초 출시 예정인 최고급 세단인 케이(K)9에 적용했지만, 불과 몇 달 전 출시한 경차 ‘레이’에는 이 기술을 집어넣지 않았다. 기술의 민주화 전략은 신기술 프리미엄을 받지 않겠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동시에 원가 부담이 적은 신기술 개발에 기술 역량을 집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기술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기술 개발 연구도 이런 전략을 토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가령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조정이 되는 ‘지능형 좌석’을 개발하고 있는 연구실에선 기존에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이 기술을 어떻게 보편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지, 즉 원가를 최대한 줄일 수 있을지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 또 자동차에 들어가는 각종 소재를 곡물 등 친환경 소재로 바꾸는 작업을 하는 연구실에서도 같은 문제의식 속에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부분 자동차 회사들이 기자를 포함해 외부인에게 기술센터를 보여줄 때는 대체로 “최첨단 기술”, 즉 눈이 동그랗게 떠지는 기술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것과는 대비가 됐다. 이와 같은 멀럴리의 색다른 전략이 회사의 수익성 저하 등 부작용을 크게 드러내지 않고 애초의 의도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으로 포드가 내놓을 일반 대중차에서도 벤츠의 최고급 세단인 ‘에스(S)클래스’ 등 고급 세단에서나 볼 수 있는 신기술을 상당 부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디어본(미시간주)/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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