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싼타페'
‘부드러운’ 디젤…가족형 SUV에 제격
거친 소음 잡느라 디젤 특유의 힘·역동성 못살려
시승행사에도 차값 못 정해…이번주 판매 나설듯
거친 소음 잡느라 디젤 특유의 힘·역동성 못살려
시승행사에도 차값 못 정해…이번주 판매 나설듯
지난 19일 출시 행사를 시작으로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3세대 ‘싼타페’가 점차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7년 만에 나온 신형 싼타페는 준비 기간이 길었던 것만큼, 세계 시장 흐름에 대한 현대차의 대응 전략부터 국내에서 일고 있는 ‘가격 논란’에 대한 고민 등 다양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지난 27∼28일 부산에서 진행된 신형 싼타페 기자 시승회에 참여했다. 일단 현대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가 눈에 들어왔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으로 차량 외부에서 시동을 켜고, 실내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외부에서 내비게이션을 조작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출발 전 사무실이나 집에서 경로 설정을 할 수 있다. 이동통신망을 활용하는 덕택에 차량과의 거리 제한 없이 블루링크 서비스는 작동된다.
블루링크는 세계 자동차 시장 흐름에 비춰보면 한발 늦은 서비스다.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온스타’가 있다. 지엠은 새로 내놓는 차량에 온스타 기능을 기본 탑재하고, 차량 구매 고객의 절반 이상이 이 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 차량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애프터 마켓’용 상품 형태로도 공급한다. 북미시장에서 보편화 단계에 접어든 서비스가 국내에선 이제야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셈이다.
부산∼울산 고속도로를 경유해 70㎞를 주행했다. 바람히 심하게 불었지만 차체 흔들림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정숙성에선 높은 점수를 줄 만 했다. 코너링이나 가속도 부드러웠다. 대신 디젤 특유의 강한 힘이나 역동성은 느낄 수 없었다. 디젤의 거친 소음을 잡는 데 무게를 둔 나머지, 디젤의 장점은 살리지 못한 듯했다. 전형적인 ‘가족형’ 에스유브이(SUV)인 셈이다.
연비는 논란이 될 듯 싶다. 공인연비는 13.8㎞/ℓ(2.2ℓ 4륜구동 모델)이다. 실연비는 9.7㎞/ℓ가 계기판에 찍혔다. 바람이 심했고 에어컨을 작동시킨 조건이었지만, 출시 행사 당시 현대차가 경쟁 모델로 언급한 독일제 차량에 견줘 뒤떨어지는 수준이다. ‘미친 연비’로 유명세를 얻은 독일 폴크스바겐의 소형 에스유브이 ‘티구안’은 제쳐놓더라도, 배기량 3.0ℓ인 ‘투아렉’과도 실연비에서 1∼1.5㎞/ℓ정도 차이가 난다. 현대차가 그간 가솔린과 하이브리드 엔진에 집중한 탓에 취약한 디젤 엔진의 경쟁력이 연비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연비에 도움이 되는 ‘스탑 앤 스타트’ 기능도 싼타페에는 없다.
현대차는 이날에도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공식 출시 행사는 물론 기자 시승회까지 마쳤지만, 판매는 이뤄지지 않는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주 중 판매가격을 확정하고 판매에 나선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출시 행사 이틀 전 잠정 가격을 사실상 확정했으나, 최고경영진에서 재검토를 지시했다. 곽진 현대차 전무(판매사업부장)는 “신차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저항감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저 가격에 팔아도 과연 남는 게 있겠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파격적인 가격이 나올 것”이라고만 말했다.
부산/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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