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 볼보코리아 대표
김철호 볼보코리아 대표
새로 나온 중형 에스시리즈
주행중 장애물땐 자동 멈춤
비용 높아도 안전장치 고집
디자인 개선으로 활로 찾기
새로 나온 중형 에스시리즈
주행중 장애물땐 자동 멈춤
비용 높아도 안전장치 고집
디자인 개선으로 활로 찾기
지난달 5일 막 출시된 볼보의 중형 디젤차 에스(S)60과 에스80을 번갈아 타봤다.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태백 자동차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코스로, 볼보코리아가 기자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시승행사였다. 시승행사 중 한가지 떨쳐버리기 힘든 궁금증이 생겼다. “볼보한테 안전이란 도대체 뭘까?”
시승행사 중 ‘시티 세이프티’ 기능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저속(시속 30㎞ 이하)에서 장애물 앞에 자동으로 급정거하는 안전 시스템으로, 여타 제조사의 차량에선 볼 수 없는 기술이다. 지난해 도입됐지만, 국내엔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궁금증은 여기서부터다.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선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전방 장애물을 감지하기 위한 첨단 센서와 카메라가 필요하고, 감지 정보를 제동장치에 전달하려면 값비싼 전자제어장치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이와 유사한 기술은 있어도 가격 경쟁력 훼손을 우려해, 실제 차량에 적용하지 않는 자동차 제조사들도 있다.
게다가 볼보는 국내에서 계속 내리막을 걷고 있다. 연간 판매량이 2007년(2207대) 이후 4년 내리 하락세다. 국내 수입차 시장이 매년 불어나는 점에 견주면, 볼보의 하락세는 더욱 뚜렷하다. 이 정도면 고급 장치를 줄이는 방식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여 시장 확대에 전력투구하는 게 정상이다. 실제 2년째 하락세인 일본 도요타는 올해 들어 편의장치를 대폭 걷어낸 경제형 모델로 승부를 걸고 있다.
볼보가 시장의 상식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이런 행보를 보이는 이유를 김철호(사진) 볼보코리아 대표에게 직접 들을 수 있었다. 지난달 25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볼보코리아 집무실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안전은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비싼 차를 모는 사람이나 싼 차를 모는 사람이나 목숨은 한가지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볼보는 국내에 들여오는 대부분 차량에 시티 세이프티를 비롯해 사각지대 접근 경보장치(블리스) 등 고급 안전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사실 안전은 볼보의 핵심 기업 이념이다. 김 대표는 “볼보의 설립자들은 스웨덴이 추운 나라이고, 그에 따라 도로 사정도 주행하기에 좋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안전에 대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며 볼보 창립자 중 한 명인 구스타프 라르손이 임직원들에게 한 말을 소개했다. “자동차는 사람이 운전한다. 볼보에서 제작하는 모든 것은 안전이란 지상 과제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이는 영원히 지속돼야 한다.”
이런 볼보의 정신은 1997년 미국 포드에 인수되고, 다시 2009년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풍파 속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서 볼보는 보행자의 안전을 지켜주는 ‘보행자용 에어백’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하지만 이런 가치 추구가 이익으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고 있다. 올 초 ‘디자인드 어라운드 유’라는 새로운 브랜드 콘셉트를 볼보가 제시한 배경이기도 하다. 안전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우던 볼보가 디자인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안전에만 매달린 전략에 대한 반성”이라며 “하지만 안전을 버리고 디자인을 내세운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각진 볼보’가 좀더 부드러운 외관의 볼보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 경쟁을 빌미 삼아, 때로는 기본 안전장치를 손쉽게 넣고 빼고, 경우에 따라선 내수용과 수출용에 따라 다른 부품을 쓰는 관행을 일삼고 있는 가운데, 볼보의 남다른 안전 가치 추구와 새로운 디자인이 시장에서 얼마만큼 반향을 불러올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들다.
김 대표는 “무리한 마케팅에 의존한 급격한 성장은 부작용을 불러오기 마련”이라며 “내실있는 성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볼보는 연초 “2020년까지 탑승객 사망 및 중상해를 막는 것을 전제로 글로벌 판매 80만대를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판매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판매량은 44만9255대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사진 볼보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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