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슈 보유 케피코 지분 전량인수 협상 막바지
오트론·모비스 등…계열사 교통정리 주목
오트론·모비스 등…계열사 교통정리 주목
현대자동차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차량용 전자장치(전장) 부품 내재화 작업에 부쩍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차량용 반도체 설계회사인 현대오트론을 설립한 데 이어 독일 부품사 보슈와 합작한 케피코의 100% 자회사 전환 작업도 거의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장에선 현대차의 다음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8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보슈가 보유하고 있는 케피코 지분 50% 전량을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가격 조건이나 지분 인수 후 협력 관계 등에 대해 조율이 끝나는 대로 협상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케피코는 엔진제어기(ECU)·가속도센서(AS)·파워트레인통합제어기(PCU) 같은 주요 전장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지난해 자동차 부품 판매 관련 매출액 1조2838억원 중 90% 가까이가 현대·기아차에서 발생했다.
이번 지분 협상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케피코가 그간 보슈의 선진 기술을 현대·기아차 그룹에 들여오는 창구 구실을 해왔기 때문이다. 일부에서 이번 지분 협상이 현대차와 보슈가 서로 결별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케피코는 1987년 현대차와 보슈가 5 대 5로 출자해 설립된 이후 한 차례도 지분 변동이 없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분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보슈와의 사업은 계속 진행된다”며 “하지만 케피코가 100% 자회사가 되면 자연스레 합작법인일 때와는 상황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케피코가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수년째 추진중인 전장 부품 내재화 작업에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현대차는 2000년 현대전자 전장사업부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오토넷을 2005년에 계열 편입한 이후 오디오, 내비게이션, 디엠비(DMB) 같은 ‘인포테인먼트’ 관련 부품 기술은 사실상 내재화를 했지만, 엔진이나 트랜스미션 등 구동장치와 관련한 전장 기술은 90% 이상을 국외 기업에 의존해왔다.
업계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이 보슈의 케피코 보유 지분을 인수한 뒤 보일 행보에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케피코와 현대오트론,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 그룹의 주요 전장 부품 계열사 간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현대오트론 설립 전후로 현대모비스가 성장 동력 훼손 등의 우려로 주가가 크게 내려앉는 등 시장에선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는 대목이다. 특히 현대차 쪽에서 전장 부품 계열사 간 교통정리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 탓에 여러 갈래의 분석들이 나오는 등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박영호 케이디비(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이 전장 부품에 대한 관심의 범위를 더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대모비스의 성장동력 훼손에 대한 시장 우려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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