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기아차 ‘K9’ 타보니
‘오감 충족, 케이(K)9.’
피터 슈라이어 기아자동차 부사장은 “차는 욕망의 상징”이라고 했다. 좋은 것을 보면 만져보고 싶고 느끼고도 싶은 게 인간의 욕망이란다. 그가 디자인한 케이9를 강원도에서 타보니, 이 차는 욕망을 향해 달리는 ‘전차’였다.
지난 9일 양양 쏠비치리조트에서 동해고속도로를 통해 망상오토캠핑장까지 76㎞를 왕복했다. 기아차가 수입차를 겨냥해 내놓았다고 자신한 만큼, 80여명의 기자들이 몰린 대규모 시승행사였다.
“지이잉~~ 지잉~.” 먼저 국도를 달리다 알 수 없는 진동부터 만났다. 시트를 통해 왼쪽 엉덩이에 자잘한 진동이 느껴졌다. 왼쪽 차선을 넘었다는 신호다. 케이9는 최초로 촉각으로 운전자에게 주의를 주는 차선이탈 경보시스템을 달았다. 주행중 ‘깜빡이’를 켜지 않고 오른쪽 차선을 넘으면 운전자 시트의 오른쪽이 떨리는 식이다. 봄날 쏟아지는 졸음에 사고를 피하기엔 ‘딱’이다.
고속도로에 들어서니 이번엔 부드러운 엔진의 맛이 다가왔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호랑이 코’ 모양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단 케이9는 신이 난 듯 뛰쳐나갔다. 시속 100㎞를 훌쩍 지났지만, 매끄러운 가속력 때문에 페달 위에 올려놓은 발에 전혀 힘이 들지 않았다. 탄력을 받은 케이9는 시속 200㎞를 향해 내달렸지만, 차 안으론 거친 숨소리도 내뱉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과 얘기해도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었다.
최대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m의 3.8ℓ 람다엔진은 힘과 함께 경제성도 갖춘 듯 했다. 큰 덩치의 차를 몰고, 있는 힘껏 달린 상태에서 연비 표시판에 7.7㎞/ℓ가 떴다. 기아차는 케이9가 공인 연비 10.3㎞/ℓ로 수입 경쟁 모델을 뛰어넘는 경제성을 갖췄다고 자랑한다.
눈은 편안했다. 운전석 전면 유리창에 주행정보를 투사해주는 헤드업디스플레이는 옆에 있는 내비게이션에 눈길을 줄 필요가 없게 만들었다. 가야 할 곳의 방향 등을 보려고 눈 돌릴 필요가 없다. 특히 후측방 경보시스템은 탑승자의 안전을 지키는 데 탁월할 것 같다. 국내차엔 처음 달린 이 시스템은 보통 운전석에서 보기 어려운 옆 차선 뒤편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레이더로 감지해 헤드업디스플레이에 신호를 띄운다. 차선을 변경할 때도 긴장할 필요 없이 힐끗 한번 쳐다보면 그만이다. 주차할 땐 차량 주변의 전체 모습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됐다. 주차 뒤에 선을 지켰나 차문을 열고 볼 필요 없이 운전석에서 확인이 가능해 초보자들도 쉽게 큰 차를 주차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밖에도 기아차는 케이9에 풀 엘이디(LED) 헤드램프와 스마트폰을 이용한 원격제어 서비스인 ‘유보’ 등 호화로운 편의장치를 달았다. 가격은 5290만원(3.3 모델)부터 8640만원(3.8 모델)까지. 기아차는 벤츠 에스(S)클래스, 베엠베(BMW) 7시리즈급 편의장치지만 가격대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프리미엄급 수입차와 정식으로 겨뤄보고 싶은 기아차의 절대 욕망, 케이9가 그 출발점이다. 양양/이완 기자 w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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