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320d
520d엔진에 무게는 200㎏ 가벼워
디젤 특유의 소음은 ‘옥에 티’
디젤 특유의 소음은 ‘옥에 티’
이른 새벽에 집에서 나왔다. 막힘 없는 길에서 이 ‘녀석’의 주행 성능을 체험해보고 싶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로 방향을 잡았다. 대략 50㎞ 거리다. 30여분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느낌은? 한 마디로 내리고 싶지 않았다.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나흘간 베엠베(BMW)320디(d)를 시승했다. 시승차를 받을 때부터 출시행사(2월23일) 당시 김효준 베엠베코리아 사장이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이 차는) 전 세계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자만심이 깃든 듯한 김 사장의 말에 소비자들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지가 자연스레 이번 시승의 초점이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바짝 긴장감이 엄습했다. 양쪽 옆구리를 잡아주는 운전석 시트가 “이제 달리는 일만 남았어”라고 말하는 듯했다.(스포츠 시트는 3시리즈 모델 중 스포츠형과 모던형에는 기본 장착돼 있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곧이어 안전띠가 자동으로 몸에 착 달라붙었다.
이처럼 시작부터 질주 본능을 자극하더니 실주행에서도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자유로와 강변북로 중간중간 설치돼 있는 감시카메라 탓에 마음껏 속도를 올릴 수는 없었지만, 밟으면 밟는대로 쭉쭉 뻗어나갔다. 과연 속도가 어느 정도까지 도달할까 호기심이 일었다.(제원상 최고 속도는 시속 228㎞이다.) 분당엔진회전수(rpm) 2000 내외에서 기어가 부드럽게 변속되며 8단까지 올라갔다. 시속 80∼90㎞의 느리지 않는 속도로 완만한 코너를 돌 때 느껴지기 십상인 차체 쏠림은 의식하지 못할 수준이었다.무엇보다 허리를 잡아주는 스포츠 시트는 곡선주로에서 안정감을 줬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차에는 한 차급 위인 520디(d)에 들어간 엔진(배기량 2.0ℓ 4기통 디젤)이 그대로 장착됐다. 520디 보다 200㎏ 가까이 가벼운 320디에 같은 엔진을 쓰니 토크(35.7㎏·m)나 마력(184ps)이 두드러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연비는 나흘간 평균 18.7~19.3㎞/ℓ 정도 나왔다.
베엠베코리아 쪽은 이 차를‘스포츠 세단’이라고 부르지만, 실내 공간도 그리 좁지 않다. 오히려 구형 3시리즈 모델 보다 상당히 커졌다. 전 모델에 견줘 전장(앞범퍼에서 뒷범퍼까지 거리)은 93㎜, 휠베이스(바퀴 축간 거리)는 50㎜ 길어졌고, 뒷좌석 무릎공간도 넓어졌다. 트렁크 공간도 20ℓ늘어나 골프백 3개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
옥에 티라고 할까. 디젤 엔진 특유의 소음은 충분히 잡지 못했다는 느낌이다. 특히 연비를 올려주는 ‘스탑앤스타트’ 기능에 따라 시동이 걸릴 때 제법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났다. 또 볼보를 비롯해 최근 출시된 기아차의 케이(K)9에도 적용돼 있는 안전장치인 블리스(사각지대 경보시스템)가 없는 것도 아쉽다. 베엠베는 7시리즈부터 이 장치를 적용하고 있다.
2월 말에 나온 이 차량은 지난 4월 말까지 1571대 팔렸다. 이달 계약 물량은 2000대 가량이다. 애초 제시했던 연간 판매 목표 5000대의 절반 정도가 이미 나간 셈이다. 주양예 베엠베코리아 이사는 “지금 계약하면 모델에 따라 3개월 정도 기다려야 한다”며 “배송 기간이 길어 고객들에게 5시리즈를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화보] 아~ 그리운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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