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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내수 판매 반토막…르노삼성 ‘브레이크 없는 추락’ 왜

등록 2012-06-13 08:12수정 2012-06-1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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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이제 르노삼성차는 뜯어보지 않습니다.”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는 지난해 말 나온 르노삼성의 에스엠(SM)7 완전변경 모델에 대한 해체·분석 작업을 하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들은 경쟁사에서 신차가 나오면 뜯어보는 게 일반적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가 자주 나오지 않는데다 참고할만한 내용도 없다. 르노삼성차는 관심 밖으로 벗어난 지 오래”라고 했다.

올 들어 르노삼성이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지난 3월 내수 판매에서 한국지엠(GM)에 3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지난달엔 만년 5위인 쌍용자동차와의 격차도 500여대로 줄어들었다. 2000년 프랑스 업체 르노가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이래 최대 위기다.

지난 1일 내놓은 르노삼성의 5월 내수 판매 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41.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판매량은 매월 반토막 수준으로 내려앉고 있다. 경기침체 영향으로 토종 브랜드의 판매량이 줄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 회사의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부산공장과 용인중앙연구소 등 르노삼성의 현장은 위기감이 팽배하다. 이미 지난해 말부터 세 차례나 판매 부진에 따른 재고조정을 위한 조업 중단이 반복되자, 직원들의 고용 불안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박종규 르노삼성 노조위원장은 “8개월째 잔업과 특근(주말근무)이 사라지면서 대출을 받아 생활비를 대는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며 “(사정이 더 어려운) 사내 협력사 직원들은 하나둘 공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단출한 라인업

SM7 등 4종으로만 구성
경쟁사 10종 이상과 큰차

경쟁력 없는 디자인

르노 플랫폼에 갈아탄뒤
품질·디자인 ‘제자리걸음’

높은 기술사용료

매년 르노와 닛산에 주는
900억 기술사용료 부담 커

문제는 어디에 있을까. 일단 단출한 라인업이다. 르노삼성의 라인업은 에스엠3, 에스엠5, 에스엠7, 큐엠(QM)5 네 가지 모델로만 구성된다. 현대차(13개)와 기아차(14개), 한국지엠(10개) 등 경쟁사들은 모두 10개가 넘는 모델을 운용하고 있다.

신차도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2009년 이후 매년 한차례씩만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고, 올해엔 신차 출시 계획이 아예 없다. 반면, 현대·기아차와 한국지엠은 최근 1년 동안 각각 7대와 8대의 신차(완전변경 모델 포함)를 쏟아냈다. 한 업체 관계자는 “한달이 멀다 하고 신차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끌기에는 르노삼성의 시장 대응은 매우 굼뜨다”고 말했다.

여기에 2009년 에스엠3부터 기존의 닛산이 아닌 르노의 플랫폼을 적용한 것도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에 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분석된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는 “지난해 말 에스엠7 완전변경 모델이 나왔음에도 신차 효과는 없었다”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한 수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 르노의 플랫폼과 디자인을 가져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매년 내놓는 감사보고서에는 르노삼성이 처한 위기의 본질이 담겨 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르노와 닛산에 매년 기술사용료 명목으로 900억원 남짓 지불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엔 215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서도 이들 회사에 각각 773억원과 156억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했다. 또 르노와 닛산과의 부품 거래도 실적을 압박하고 있다. 르노와 닛산에서 부품을 산 뒤 이를 가공해 다시 르노와 닛산에 공급하는 거래 규모가 지난 한해에만 전체 매출액(5조원)의 절반이 넘는 3조5000억원에 이른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도, 엔 강세 현상에 따라 비싸진 닛산에서 들여오는 부품값이 급등한 탓이 컸다. 이처럼 고정비에 가까운 기술사용료나 부품 매입·매출거래는 수익성은 물론 르노삼성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고 있는 셈이다.

프랑수아 프로보 르노삼성 회장은 지난달 말 부산국제모터쇼에서 르노삼성의 위기 타개책으로 한국 표준화와 엔진 국산화 전략을 내놨다. 김필수 교수는 “본사의 전략적 결정에 의해 운명이 좌우되는 해외 생산 거점의 속성상 위기 탈출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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