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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자동차

현대·기아차 “위기가 기회다” 유럽시장 고속변속

등록 2012-06-25 20:17수정 2012-06-25 21:27

현대자동차의 유럽 생산거점인 체코공장은 지난해 9월 3교대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산능력을 30만대까지 끌어올렸다. 이 공장에서는 i30 등 현대차의 전략차종들이 생산된다.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의 유럽 생산거점인 체코공장은 지난해 9월 3교대 체제로 전환하면서 생산능력을 30만대까지 끌어올렸다. 이 공장에서는 i30 등 현대차의 전략차종들이 생산된다. 현대차 제공
유럽 위기에 세계 자동차업계 엇갈린 명암
오펠 공장 폐쇄·피아트 생산감축 등 전통강자 휘청
현대는 생산거점 체코공장 1천명 추가 고용 풀가동
프랑스·이탈리아보다 서너배 싼 생산비로 도약 채비

유럽 부채위기로 유럽 자동차 시장이 급속하게 가라앉고 있지만, 모든 완성차 회사들이 어려움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 축소, 자산 매각, 공장 폐쇄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반대편에선, 생산능력 증대 등 시장 공략 강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서서히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벤츠를 자회사로 둔 다임러그룹이나 폴크스바겐그룹, 베엠베(BMW)그룹 등은 유럽 위기에도 흔들림 없는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 폴크스바겐을 제외하면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이고 소비계층이 경기 영향을 덜 받는 고소득자인데다, 이들의 근거지가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은 독일이기 때문이다. 베엠베는 최근 영국에 전기차 개발 거점 투자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대중차를 생산하는데다, 여타 경쟁사에 견줘 뒤늦게 유럽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이면서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현대·기아차의 승승장구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현대차와 기아차의 유럽 시장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24.6% 뛰어올랐다. 현대차의 유럽 생산기지인 체코 공장은 지난해 하반기 1000명을 더 고용해 2교대에서 3교대 체제로 전환하며 생산능력을 30%가량 끌어올린 뒤 풀가동 중이다. 최근에는 터키 공장도 4억7600만유로(약 6900억원)를 투자해 생산능력을 두배 더 끌어올리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선전은 아이(i) 시리즈 등 유럽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차종을 시의적절하게 내놓은 덕택이기도 하지만, 체코, 터키, 슬로바키아 등 생산비가 크게 낮은 지역에서 주력 차종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이다.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만 살펴보면, 현대차 체코 공장의 평균 노동비용은 시간당 9.9유로(약 1만4000원)로, 프랑스 35.9유로, 이탈리아 26.1유로에 견줘 크게 낮다. 현대차 선전의 바탕에 옛 동유럽 지역 노동 부문의 희생이 상당 부분 깔려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앨런 러시포스 현대차 유럽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경쟁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비싸고 유연하지 않은 노동조건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전통적인 유럽시장 강자들의 사정은 매우 심각하다. 이탈리아 피아트는 올해 투자 예산을 애초 계획보다 7%(약5억유로) 줄이기로 결정했고, 유럽 2위 업체인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은 자회사 보유지분 절반을 내놓으며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미국 지엠(GM) 자회사인 오펠은 파국으로 치닫는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독일 금속노조와 독일 보훔 소재 공장 존폐를 놓고 협상중인 이 회사는 2016년 이후 해당 공장을 폐쇄하기로 지난주 잠정 결정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4일 “강력한 노조와 유럽 각국 정부의 반대 때문에 아직은 공장 폐쇄를 언급하는 회사는 오펠이 유일하지만,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들은 조립 라인 속도를 조절하거나 노동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인 ‘앨릭스파트너스’ 자료를 보면, 주요 완성차 회사들이 유럽에서 운영중인 공장 98곳 중 30곳은 가동률이 70%에 미달한다. 스페인 바야돌리드에 있는 르노의 소형차 공장은 가동률이 38%에 불과한데, 이처럼 한계상황에 내몰린 공장도 상당수 있다.

결과적으로 유럽 위기가 현대·기아차로선 절대적인 시장개척의 호기를 마련해주고 있는 셈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5일 해외법인장들을 소집해 “선제적 대응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라”며 유럽 부채위기를 시장 공략 기회로 삼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이달 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유럽 현지를 돌며 판매 독려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지엠, 포드 등 미국 완성차 회사들이 부진에 빠진 틈을 타 시장점유율을 4.8%(2007년)에서 8.9%(2011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이 회사의 유럽 점유율은 5.1%이다. 시장에선 올해 현대·기아차의 유럽시장 점유율이 1%포인트 이상 뛰어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아이30이나 씨드 등 신차 반응이 좋은데다 오는 7월 한-유럽연합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관세율이 한 차례 더 내려갈 예정”이라며 “연간 점유율이 6.2%까지는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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